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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황혼이혼
오피니언

[덕산 칼럼] 황혼이혼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21/07/01 13:58 수정 2021.07.01 14:01

우리가 누구나 치르는 혼인식(婚姻式)에서 으레 주례(主禮)는 늘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며 살라”고 당부합니다. 하지만 혼인해서 ‘사이좋은 부부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백년해로(百年偕老)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 또는 ‘생사를 같이하는 부부사랑의 맹세’를 비유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사이좋게 지내는 부부는 10% 정도밖에 안 된다는 소식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를 반영하듯이 ‘매일경제’의 지난 6월 27일 발표에 따르면, 요즘 황혼이혼의 상담건수가 20년 전보다 8배 늘었고, 황혼재혼도 4년 새 20% 증가했다는 소식입니다. 70대 남성인 A씨는 최근 아내와의 이혼을 결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돈을 버는 대로 아내에게 맡겼는데 자꾸 사라졌고, 본인 몰래 집을 산 아내에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A씨는 상담사에게 “아내는 그렇게 하면서 내가 뭘 하고자 하면 사사건건 반대했다.”며, “집에 있어도 눈치, 나가도 눈치였다. 애들도 모두 엄마 편만 든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이미 여성은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를 더 이상 참지 않고 황혼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남성들도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지요. 6월 27일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혼인 건수는 줄어드는 데 반해 황혼 재혼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혼인건수는 21만4000건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보다 10.7% 감소했습니다. 반면 60세 이상 남녀의 황혼재혼은 9938건으로 오히려 전년(9811건)보다 127건(1.3%) 늘었습니다. 4년 전인 2016년(8229건)에 비하면 무려 20.7% 급증한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혼상담소를 찾는 시니어 남성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지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소에 접수된 60세 이상 시니어 층의 이혼상담 건수는 총 1154명으로 전체 연령대의 27.2%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남성은 426명(43.5%)으로 집계됐습니다. 상담소는 “20년 전과 비교하면 시니어 남성의 상담 율이 무려 8.4배나 대폭 뛰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네 전통적인 가정의 질서가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올 해 1분기 황혼부부 1만 쌍이 “힘들게 참느니 내 인생 찾겠다.”고 합니다. ‘황혼이혼’이 1년 새 17%나 증가한 것은 신혼부부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진 것입니다.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겠다는 전통적 관념이 약해진 것이 원인이지요.

서울에 거주하는 80대 여성 A씨는 요즘 중학교 남자 동창 B씨와 교제 중이라고 합니다. 이혼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 자연스레 ‘연인’으로 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90대 여성 C씨도 최근 이혼 상담을 위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았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외도와 폭행을 일삼는 남편 때문에 괴로웠지만, 자녀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참고 살았습니다. C씨는 상담 과정에서 “이제껏 참고 살아온 내가 불쌍하다”며 “함께 살자니 고생이고, 이제 와서 안 살자니 창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60세 이상 노년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혼인생활에서 야기되는 괴로움이나 힘듦에도 힘껏 참았던 노년층이 이제는 개인의 행복을 찾기 위해 ‘황혼이혼’을 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혼을 경험했던 이들이 서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황혼재혼’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이지요.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혼 건수는 2만5206건으로 전년 동기(2만4358건) 대비 3.5% 증가했습니다. 특히 혼인 지속기간이 20년 이상 된 부부의 황혼이혼 건수는 올해 1분기 1만191건입니다. 전년 동기(8719건) 대비 무려 16.9% 늘었습니다.

이러한 증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9년(3만8446건)과 2020년(3만9671건) 황혼이혼 건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황혼이혼 수치는 4년 이하 신혼부부 이혼 건수(4492건)보다 2배 이상 높았다는 말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혼과 재혼 연령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황혼이혼과 황혼재혼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개인 가치관과 인식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전통적 의미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불편하고 애로사항이 있더라도 참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개개인 생활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에는 경제력이 없는 여성이 전업주부로 가정에 기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개인 능력을 살린 ‘커리어 우먼’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어떻습니까? 큰일입니다. 우리 가정의 가치관이 무너지는데 어디서 행복을 찾아야 할까요? 우리가 늙었어도 수 십 년 살아온 정(情)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능히 백년해로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가정의 행복!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 가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7월 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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