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현수 기자=농심 신동원 부회장이 1일자로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농심의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회장이 지난 4월 영면에 든 지 3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오너 2세와는 달랐던 신동원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신동원 회장은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을 앞둔 197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일반적으로 오너 2세는 임원급으로 입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다, 신춘호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이었다.
참고로 오너가 일원이라고 해도 평사원부터 시작하는 것은 농심의 전통이 되는 분위기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렬 농심 부장 역시 미국 칼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뒤 2019년 농심 평사원으로 입사했으며, 현재 경영기획팀에서 기획 및 예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이후 신동원 회장은 42년 동안 여러 보직을 맡으며 묵묵히 경영 수업을 받았다. 임원급인 전무 승진도 15년만인 1994년에 이뤄졌다. 이후 1년 만인 1995년 부회장을 거쳐 2000년부터 농심 대표이사(부회장)에 올라 식품 사업을 총괄했다.
부회장에 오른 뒤에는 미국·중국 등 해외사업 진출과 제품 연구개발(R&D)에 주력해 왔으며, 굵직한 면발과 불맛 등 개발과정에도 적극 참여했다.
대표적인 성과가 '짜왕'이다. 기존의 '짜파게티'와는 달리 중식당에서 먹는 짜장면 느낌의 짜장라면을 만들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이 제품은 2015년 짜왕은 신라면에 이어 매출 2위를 기록했으며, 당시 59%였던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을 63%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같은 신동원 회장의 이력은 앞으로 농심의 행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사업에 적극적이었던 고 신춘호 회장을 뒤따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매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신동원 회장은 취임 첫날 일성으로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라면기업 5위라는 지금의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며, "이를 위해 생산과 마케팅 시스템을 세계 탑클래스로 재정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신춘호 회장은 마지막 지시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맛을 현지인 입맛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이맛에 맞춰 개발된 그대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1996년 중국 상하이에 라면 공장을 처음 건설하면서부터 '맛과 포장규격 등을 고수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 부회장은 국제담당 대표이사 사장이 된 후 글로벌 사업 확장은 더 빨라져 중국에는 1997년 칭다오공장, 1999년 선양공장을 설립했고, 2005년 연간 5억 개 분량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준공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가동률이 81.7%까지 올라간 미국 제1공장 인근에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제2공장은 봉지면 1개 라인과 용기면 2개 라인이 우선 설치된다. 모두 고속 생산 라인으로 연간 약 3억 5000만 개의 라면을 더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제1공장 생산량까지 합치면 연간 생산량은 총 8억 5000만 개에 이른다.
국내 생산 시설을 활용한 수출물량 증산에도 나선다. 기존 생산시설을 업그레이드하여 생산량을 늘리는 식이다. 농심은 이미 구미와 안성의 생산량 증대를 이뤄냈고, 내년까지 안양공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생산량 증대로 현재 30%대인 해외매출 비중을 더욱 확대해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참고로 농심 라면 수출액은 2004년 1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15년 5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특수로 전체 매출의 약 40%인 1조1000억원을 글로벌 매출로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