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최문봉 기자 = 보건소 관리 직원의 실수 등으로 8천 3백여 명이 맞을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사용도 못하고 폐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2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을 통해 받은 ‘폐기 백신 수량 및 원인’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 2월 26일 이후 1일 현재까지 총 921바이알(병)의 코로나19 백신이 관리 부주의 등의 이유로 192건에 걸쳐 폐기된 사실이 드러났다.
폐기된 백신 종류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715바이알로 가장 많았고, 화이자는 188바이알, 얀센(J&J)백신은 18바이알이 폐기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바이알 당 약 10명이 맞을 수 있고, 화이자는 6명 정도가 맞을 수 있다. 얀센은 1바이알에 5명 용량이 들어있다. 이를 고려하면 총 8천368명분이 접종되지 못하고 버려진 것이다.
백신관리 부주의 사례를 살펴보면 백신을 폐기한 192건 가운데 161건이 직원의 관리 부주의로 제일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백신이 보관된 냉장고의 문을 깜빡하고 제대로 닫지 않거나, 실수로 냉장고의 콘센트를 빼거나, 백신 보관용 냉장고에 고장 난 멀티 탭을 사용하는 등 백신 보관 적정 온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백신의 적정 온도를 지키지 못해 폐기된 백신만 전부 796바이알, 약 7000명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달 30일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1000여명이 접종할 수 있는 화이자 백신이 관리 소홀로 한꺼번에 폐기됐다. 백신을 관리하는 보건소 직원이 이날 사용할 백신 172바이알을 해동하기 위해 냉장고로 옮기던 중 깜빡하고 냉장고에 넣지 않았다가 사고가 났다. 1000여명이 맞을 수 있는 물량의 이 화이자 백신은 약 14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됐다. 화이자 백신은 냉장고에서 5일까지 보관이 가능하지만 상온에서는 30분 이내 사용해야 한다.
이 밖에 백신을 옮기다가 용기가 파손돼 못쓰게 된 경우도 97바이알, 약 970명분이 나왔다. 냉장고 자체 고장, 병원 내 전력공급 불량 등으로 폐기된 사례도 36건 정도로 나타났다. 누전 차단기가 고장 나 냉장고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경우도 3건 정도 나왔다.
조명희 의원은 “백신 한 병이 아쉬운 상황에 관리 실수로 백신을 폐기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백신 보관 및 접종행정을 재점검해 버려지는 백신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