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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도 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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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도 운이다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21/07/05 23:54 수정 2021.07.06 00:00

지난 6월 11일 코로나 19 1차 접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7월 2일 2차 접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1차 접종을 받은 이튼 날 특이하게도 열이 오르거나 몸살기운이 나는 것이 아니라 밤새도록 배가 아파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했습니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대장암은 유전이라는데, 어머니가 대장암으로 돌아 가셨으니 나도 대장암이 찾아와 가야할 때가 온 것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암(癌)’ 얘기만 나오면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제 또 저의 배재학당 74회 동창회 총무를 맡은 친구가 갑자기 대장암으로 암 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이 카톡 방에 올라와 가슴이 철렁 했지요.

의학전문기자로 활약하던 의사(醫師)방송인 홍혜걸 박사(1967~)가 폐암(肺癌) 치료차 제주(濟州)에 내려가 정양 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홍혜걸 박사는 배우처럼 잘 생긴 용모(容貌)에 부부가 서울의대를 나오고, 모든 축복을 두루 갖춘 분으로 보기만 해도 유쾌하고 기분이 좋은 분인데, 어쩐지 방송에 안 보여 의아했었지요.

그런데 그 암투병중인 홍혜걸 박사가 <암은 운이다>라는 글을 ‘페이스 북’에 올린 것이 있어 그 글을 공유해 아픔을 함께 하려 합니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위대한 일이고, 생존한다는 것은 지뢰밭처럼 예측할 수도 없으며,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봅니다. 유상철 축구감독이 췌장암(膵臟癌)으로 숨졌습니다. 고인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많은 사람들을 한껏 행복하게 해준 분이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암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수명이 늘면서 세포도 늙고 손상받기 때문입니다. 미처 진단받지 못하고 죽는 경우를 포함하면, 2명중 1명이 일생에 한번은 암에 걸린다고 봐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암(癌)도 운(運)입니다. 금연, 절주, 운동 등, 아무리 노력해도 암의 3분의 2는 세포분열 과정에서 랜덤, 그러니까 무작위(無作爲)로 생깁니다. 이것이 수년전 존스홉킨스대의 수리(數理) 모델을 이용한 연구결과입니다.

유상철 감독님의 췌장암이 그가 건강관리를 소홀해서 혹은 부모로부터 나쁜 유전자를 물려받아서가 아니란 뜻입니다. 인사이트 인터뷰로 초대한 저명한 의사들도 암에 걸립니다. 한 분은 혈액종양 내과인데 백혈병(白血病)에 걸리셨고, 다른 한분은 방광암(膀胱癌)으로 방광을 떼어내 밤에 2시간마다 소변보러 깨어야 한다고 합니다.

저도 좌측 폐(肺)에 1.9cm 간유리음영이 있습니다. 꽤 큽니다. 조직검사하면 백발백중 폐암이니 수술로 떼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최대한 지켜보면서 미루고 있습니다. 폐 절제가 사정상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주에 내려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암은 동일부위 동일병기라도 예후(豫後)가 다릅니다. 암세포가 지닌 돌연변이 유전자가 각양각색이기 때문입니다.

1기암이라도 증식이 빠르고 전이(轉移) 등, 침습이 강하면 수술을 받아도 죽을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의 암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암세포의 유전자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제까지 듣던 항암제가 오늘 안 듣는 이유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몸속에서 암이 생깁니다.

수십조나 되는 세포들이 한두 달 주기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암세포 = 암”은 아닙니다. 면역(免疫)이 암세포증식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면역의 핵심은 올바른 섭생(攝生)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운동 열심히 하고 몸에 나쁜 걸 하지 않는 겁니다.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는 면역을 떨어뜨리고 염증(炎症)을 증가시킵니다. 저도 처음 진단 받은 후 많은 걸 내려놓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3년 동안 크기와 성상의 변화가 없습니다.

물론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느 때인지 모르지만 악화될 조짐이 보이면 결국 수술 받아야 할 것입니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경우든 제 선택이니 후회는 없습니다. 희망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장을 지내신 한만청 선생님입니다.

직경 14cm 간암(肝癌)이 폐로도 전이돼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97년의 일입니다. 그런데 올해 88세임에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계십니다. 결론은 그냥 즐겁게 살자는 겁니다. 집사람과 저는 선문답처럼 ‘감행조’란 말을 주고받습니다. “매사 감사하고 행복해 하고 조심하자”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감행조” 하십시오.】

어떻습니까? 정말 인생 80까지 살면 90점이고, 85세면 100점이라고 평소에 공언(公言)을 해온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요? 화두(話頭)처럼 여기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1. 기적(奇蹟)은 특별한 게 아니다. 무사히 하루를 보내면 그것이 기적이다.

2. 행운(幸運)도 특별한 게 아니다. 아픈데 없이 살면 그것이 행운이다.

3. 행복(幸福)도 특별한 게 아니다. 웃고 지내면 그것이 행복이다.

정말 하루하루가 진리께서 특별히 주신 보너스 같이 생각되지 않는가요? 우리 오늘을 인생의 첫날처럼 그리고 마지막 날처럼 살아가면 좋겠네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7월 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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