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현수 기자=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면 일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구독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구독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새로운 상품을 내세워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장기고객 유치도 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인 셈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인공지능)기반 구독형 플랫폼을 올해 3분기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구독형 상품 가입자수 2000만 명, 6000억 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당시 설명했다.
SKT는 플로, 웨이브, 클라우드게임 등 기존 SKT 고객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구독형 서비스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통신 영역을 벗어나 교육, 렌털,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고객에게 임팩트 있는 구독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케팅을 위해 통신사 멤버십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지난 2월 웅진씽크빅과 교육 구독 상품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ZEM+웅진 스마트올 구독 상품을 출시했으며, 3월 31일부터는 대리점에서 SK매직이 취급하는 렌탈 상품 전체(정수기, 공기 청정기 등 88개 모델) 판매를 시작했다.
4월 13일부터는 파리바게뜨에서 베이커리 상품구매 시 전 품목 최대 3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베이커리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고, 5월에는 고화질 실시간 영상관제 솔루션인 ‘T라이브 캐스터’를 구독형 모델로 전환한 ‘T라이브 캐스터 플랜’을 출시햇다.
SKT는 앞서 웅진씽크빅과 교육 구독 상품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초등 AI 학습인 '웅진스마트올'을 SKT 매장에서 구입하는 만 12세 이하 고객 대상 통신 요금 할인 상품을 출시하고, 향후 구독형 스마트교육 시장을 공동 개척하기로 한 바 있다.
KT는 자사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Seezn(시즌)의 월정액 서비스와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할리스'를 결합한 '시즌X할리스' 구독 서비스를 4일 공개했다. 정상가 대비 최대 55% 할인된 가격으로 Seezn 서비스와 할리스 아메리카노 4잔으로 제공 받는 서비스다.
LG유플러스도 지난 달 25일 VIP 등급 이상 고객에게 제공하는 '나만의 콕' 멤버십 서비스 혜택에 '구독콕' 서비스를 추가했다. 네이버 멤버십, 밀리의 서재, GS25, 파리바게뜨, 이니스프리, 뚜레쥬르 등 다양한 업종의 구독서비스 중 매달 하나를 선택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LGU+은 지난해 인기 동화·학습 도서 등 교육과 결합한 구독 서비스 'U+아이들생생도서관'을 선보인 바 있다.
구독 서비스 제공은 사실 이전부터 이통사들이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서 시도를 해 온 서비스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SKT 5GX 클라우드 게임'을, KT는 지난해 8월 '게임박스'를 출시해 서비스 중이다. KT는 KT국민카드와 제휴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120여종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박스'의 제휴 할인 혜택을 KB나라사랑카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LGU+는 양사보다 앞서 지난 2019년 9월 미국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를 국내에 서비스 중이다.
소비자들의 호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KT는 또 지난해 7월 매월 5000만원을 내면 한권의 포토북을 직접 제작해 받아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여, 3040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출시 4개월 만에 가입자수 1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통사들이 이같은 서비스에 나선 이유는 구독경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콘텐츠와 비콘텐츠 영역을 합한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 1000억 원으로 54.8%나 성장했다.
특히 약 1700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하는 MZ세대(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친 단)가 이같은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이통사들에게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MZ세대는 디지털 등 새로운 문화에 익숙하고, 앞으로도 시장에서 가장 소비력이 큰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세대로 꼽힌다. 이들은 새로운 유행에 민감할 뿐 아니라 공유경제 등 새로운 소비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젊은 고객 확보가 절실한 통신사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고객층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구독 서비스는 렌털 서비스가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새로운 소비형태로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과 충성 고객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