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직권남용' '복지부동'
[박종철 기자]= 제천시와 아세아시멘트가 체결한 쓰레기 처리 협약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제천시의 '갑질행정'을 표현한 단어들이다.
대체 제천시가 아세아시멘트와 체결한 협약 이면에 어떤 문제와 의혹들이 있기에 이런 표현들이 나오고 있는 걸까?
앞서 타 언론매체가 이 문제를 집중 보도했지만 제천시는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천시의 행정에 대해 직권남용, 불법행위, 복지부동이라는 표현과 함께 그를 뒷바침하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천시가 여전히 '무대응'의 태도로 일관한다면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의 불법행위로서 그 자체로 조사대상이고 수사대상이다
어떤 부분이 직권남용이고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그 내막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제천시가 아세아시멘트가 제천시 관내 쓰레기 처리 협약을 체결하기까지의 과정과 협약 체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진단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 문제의 발단
아세아시멘트는 탄소배출총량을 낮추기 위해 1호킬론과 4호킬론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 수치가 높은 3호킬론의 소성시설을 개조하는 설비를 갖추고 2020년 12월 18일 제천시에 허가를 신청했다. 설비가 오래된 3호킬론이 1호킬론과 4호킬론에 비해 탄소배출 수치가 높아 사업장탄소배출총량이 높아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아세아시멘트가 탄소배출저감을 위해 자체적으로 설비를 갖추는 환경오염 저감 노력이 오히려 제천시로부터 허가에 제동이 걸리는 걸림돌이 됐다. 이 설비가 단순히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개조에만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세아시멘트는 이 설비를 개조하면서 기존 년간 13만톤의 폐합성수지 처리 용량을 년간 최대 22만톤까지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추가로 설비한 것이 문제가 됐다. 기존 노후 설비를 개조해 사업장탄소배출총량을 낮추는 설비를 갖췄지만 폐합성수지 처리 용량이 늘어날 경우에도 탄소저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아세아시멘트가 탄소저감을 위해 설비를 개조한 것 외에 폐합성수지 처리 용량 설비를 증설한 것을 놓고 폐합성수지 처리량을 늘리기 위한 숨은 꼼수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당초 제천시는 아세아시멘트가 폐합성수지 처리량을 늘려 가동할 경우 탄소배출 수치가 줄어든다는 명확한 기술적 근거가 없는 점과 폐기물 처리량을 늘릴 경우 이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여러가지 환경적 위해 요인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천시는 아세아시멘트가 신청한 허가에 대해 탄소저감설비와 폐합성수지 처리 설비 증설과의 사이에서 제기된 탄소저감에 대한 명확한 입증을 요구했다.
그런데 탄소저감 입증을 위한 허가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제천시가 허가 심의 과정에서 허가서류를 반려하면서 탄소배출수치에 대한 검증은 접어둔 채 허가 조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별개의 조건을 내놨던 것이다. 제천시 관내에서 발생하는 폐합성수지의 일정부분을 아세아시멘트가 처리해 줄 것을 제안한 것이다.
당초 제천시가 허가에 제동을 건 이유가 폐합성수지 처리 용량 증가시에도 탄소저감효과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환경보호접근 차원이었으나 느닷없이 제천시의 쓰레기 일부를 아세아시멘트가 처리하도록 하는 엉뚱한 요구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제천시는 탄소저감설비 개조와 폐합성수지 처리 설비 증설 사이에 의심이 드는 탄소저감효율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허가권을 쥐고 있는 행정기관과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과의 사이에 내제적으로 깔려있는 '갑'과 '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제천시가 요구하는 조건에 대해 아세아시멘트는 거절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
표면상으로는 협의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했지만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위치에서 오고간 논의는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요구이고 이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제천시가 '갑질행정'을 펼쳤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 된다.
제천시가 아세아시멘트에 제천시 관내 발생 쓰레기 100톤을 아세아시멘트가 처리하도록 요구한 것은 당초 제천시가 지적했던 탄소배출 저감 검증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폐기물처리 설비 증설을 지적하면서 허가에 제동을 건 상태에서 제천시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한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이 경우 처리설비 증설로 인한 최대의 수혜자는 제천시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세아시멘트의 꼼수가 아니라 오히려 제천시의 꼼수가 숨어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을 전제로 한 협약은 아세아시멘트가 증설한 처리시설에 다른 쓰레기가 들어가면 안되고 제천시 쓰레기는 들어가도 된다는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 허가 과정에서 대체 무슨일이
제천시는 아세아시멘트가 신청한 폐기물처리업변경허가를 7개월이 지나서야 허가를 승인했다. 허가를 승인하기 앞서 시는 아세아시멘트와 '제천시 쓰레기 처리 협약'을 체결했다. 달리 표현하면 '폐기물 처리 협약'이다.
이 협약은 제천시가 아세아시멘트가 신청한 '폐기물처리업변경허가'에 대한 허가를 승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체결한 협약이다. 즉, 무허가 처리업체와 '협약'을 체결한 셈이된다. 그리고 제천시는 협약을 체결한 후 서둘러 아세아시멘트에 '폐기물처리업변경허가' 신청을 받고 허가를 승인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어처구니 없는 협약과 허가과정 이면에는 제천시와 아세아시멘트가 7개월여 기간 동안 진행 해온 이해할 수 없는 '협의'과정이 있다. 표면상 '협의'로 보여지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제천시의 들쭉날쭉한 요구와 조건들이 난무한 '갑질'과 '횡포'에 가깝다.
아세아시멘트는 지난해 12월 18일 제천시에 폐합성수지 처리 설비 증설에 대한 허가 즉, '폐기물처리업변경허가를 신청했는 바, 제천시는 같은 해 12월 말일자로 아세아시멘트 등이 신청한 폐기물처리업변경허가 건에 대해 모두 허가증을 발급했다. 제천시홈페이지의 '서식민원처리공개'란에 접수된 폐기물처리업변경허가의 처리구분에 나타나 있는 기록대장이 이를 증명한다.
이에 따르면 아세아시멘트가 지난해 12월 18일 신청한 폐기물처리업변경허가는 이미 지난 해에 승인되어 허가증이 발급됐어야 했지만 제천시는 허가증을 교부하지 않고 아세아시멘트가 접수한 허가관련 서류 일체를 처리기한경과라는 이유로 반환했다.
접수 및 처리 대장에 승인된 허가가 처음부터 신청이 없는 것으로 둔갑되었고 '처리기한경과'라는 구실이 붙여져 신청서류가 되돌아 온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제천시는 협약 이전에 아세아시멘트가 허가를 신청한사실이 없고 보류한 사실도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제천시 '서식민원처리공개'란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제천시의 해명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간단한 접수 및 처리 사실만 확인해 보면 명백히 밝혀질 사실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행정감시를 해야할 의회와 이를 조사할 의무가 있는 수사기관의 의지의 부재다.
이후 진행과정을 살펴보자.
제천시는 아세아시멘트가 신청한 허가 서류를 반환하면서부터 폐합성수지 처리 설비 증설을 문제삼았고 이를 기화로 아세아세멘트에 요구사항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당초 제천시는 아세아시멘트 측에 파쇄시설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가 아세아시멘트가 이를 받아들이자 이 요구를 철회하고 제천시 관내 발생 쓰레기 처리로 요구사항을 변경했다.
당시 제천시는 소각로 노후와 매립장 수해로 관내 발생 쓰레기 중 일부를 외부에 위탁해 처리해야 하는 사정에 따라 소각로에서 다 처리할 수 없는 쓰레기를 아세아시멘트가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 처리량은 하루 35톤에서 50톤 가량이다.
이렇게 시작된 제천시와 아세아시멘트의 '쓰레기 처리 협의'는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변질되고 왜곡됐다.
즉, 당초 기존 소각로로 처리할 수 없는 잉여 쓰레기 약 50톤을 제천시 소각로 증설시까지 처리하기로 했던 요구는 실무 협약 준비 과정에서 하루 100톤의 쓰레기를 제천시 소각로 증설과 무관하게 무기한 처리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모든 협의 내용은 제천시의 일방적 요구 사항이고 아세아시멘트의 요구나 사정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천시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아세아시멘트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 불합리한 협의를 토대로 체결된 불공정한 협약이라는 지적과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 협약의 당위성 논란
제천시는 지난해 수해로 정부에 긴급 수해복구비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가동중인 소각로의 노후 등의 이유로 관내 발생 쓰레기 처리에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소각로 증설 사업을 승인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실시설계용역비로 정부는 3억원의 설계비를 내려보냈고 제천시는 행정연구원에 타당성 검토를 신청했다.
제천시가 신청한소각로 증설 규모는 하루 처리용량 200t규모로 현재 약 100t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할 때 제천시 관내 발생쓰레기를 처리하고도 남는 규모다.
제천시는 소각로 증설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아세아시멘트와의 협의를 계속 진행해 왔고 결국 아세아시멘트에 막대한 손해와 부담을 주는 협약을 체결했다.
소각로 증설사업에 대한 정부 승인을 받은 상태이고 소각로 증설 이후에는 관내 쓰레기를 처리하고도 남는 규모의 소각로를 갖추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아세아시멘트를 쓰레기 처리의 볼모로 삼은 이유가 뭘까?
협약에 이르기 전에 제천시는 현재 않고 있는 제천시 쓰레기 처리 문제를 설명하고 향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설명한 상태에서 제천시 소각로 증설시까지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했어야 했지만 제천시는 이를 묵시한 채 무조건적인 협의와 협약을 추진했다. '도를 넘는 갑질행정'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대목이다.
주목할 점은 행정기관과 기업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공평하게 체결했다고 믿기 어려운 협약의 내용이다.
협약 내용을 보면 제천시는 관내 발생 쓰레기를 전처리(분리,선별)하고, 아세아시멘트는 이렇게 전처리 된 쓰레기를 받아 자체 파쇄시설을 설치해 처리하는 내용이 전부다. 하루 100톤, 무상처리의 조건만 들어있다. 각 시멘트공장들이 폐합성수지류를 중간처리업체로부터 톤당 5만원 내지 6만원을 받고 처리하고 있는 현재의 값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아세아시멘트는 년간 20억원 가량을 조건없이 제천시에 헌납하는 대신 반대급부는 전혀 없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약이다.
이 협약대로라면 아세아시멘트가 향후 최소 30년간 시멘트 공장을 가동한다고 볼 경우 현 시점 기준 600억원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시멘트 공장이 지역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으로서 공장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런저런 환경오염 유발에 대한 규제를 받는 입장이지만 그 대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부담이다.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공평,불공정 협약'이 아닐 수 없다.
제천시가 시민들의 환경 오염 노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자 했다면 이러한 쓰레기 처리 협약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 방지 설비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규제해 시민들이 시멘트 생산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는 우려석인 조언이 나온다.
이러한 불공평, 불공정한 협약을 '상생협력, 상생발전'이란 명분으로 미화하고 있는 '제천시의 삐뚤어진 쓰레기 행정'을 보고도 팔장만 끼고 있는 제천시의회와 수사기관은 '복지부동'의 비난을 기꺼이 감수할 것인지 묻고 싶다.
#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제천시는 소각로 증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천시 1일 쓰레기 발생량을 어느정도 분석한 상태이고 이를 기초로 국비를 신청해 승인을 받고 타당성 검토를 진행중이다.
그런데 제천시는 타당성 심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1일 쓰레기 발생량에 대한 정확한 추정 데이터도 없이 서둘러 아세아시멘트와 무상, 무기한, 무조건의 협약을 맺었고, 협약 이전 협의 과정에서 허가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허가 신청이 없었다고 거짓말 하면서까지 협약을 체결하는 무리수를 뒀다.
이를 두고 제천시가 서둘러 협약을 맺은 것은 그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점 및 의혹에 대해 제천시의 솔직한 답변과 해명을 기대하지만 제천시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의혹이 제기된 후 지금까지 제천시가 '복지부동'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천시는 이 문제를 지적하고자 했던 아세아시멘트 주변 마을주민들을 뒤늦게 방문해 제천시와 아세아시멘트가 체결한 협약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등 이 문제가 주민들에 의해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는 일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의 행보에 편승해 행정감시 기관인 의회는 물론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해야 할 수사기관은 팔장만 낀 채 제천시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행정사무조사와 수사는 명확한 불법행위 사실이 드러나야만 착수하는 것이 아니다.
의회는 행정사무감사로 수사기관은 내사로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얼마든지 있다.
의회는 제천시의 사무 중 특정사안에 대하여는 수시로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바, 제천시의 사무 중 특정사안에 관한 조사를 하고자 할 때에는 의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로 조사발의를 하면 행정사무조사를 할 수 있지만 의회는 아직 이 논의 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 행정기관의 일반 또는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나 위법행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그 제기된 의혹에 따라 신고되면 감사원은 그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감사를 해야한다.
감사원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기관, 단체, 공무원 등의 위법행위 또는 부당행위로 인하여 공익을 해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일반감사'로, 공직자 등의 비위행위 및 공익침해행위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항은 '기업불편부담신고'라는 이름으로 감사의 대상을 정해 놓고 있다.
기업불편부담 신고사항에는 #불공정 관행,·갑질과 경영상 부담(과도한 부담금 부과, 인증제도 중복 운영, 불필요한 행정서류 제출 요구 등) #인허가권 남용(-공장설립 허가 부당반려・늑장처리, 법적근거 없는 기부채납·주민동의 요구 등)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이 모든 조사권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신고가 있어야 된다.
수사기관은 내사를 착수해 불법행위를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기관이다. 내사의 대상과 분류에 따르면 범죄에 대한 정보, 풍문 등 진상을 확인할 가치가 있는 사안은 '비신고내사'로 내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의회, 감사원, 수사기관 중 어디에서든 제천시와 아세아시멘트가 체결한 협약과 그 과정에서 이뤄진 불법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 검증이 있길 기대한다.
이제 이 의혹들의 중심에 있는 행정의 수반이자 협약의 당사자인 제천시장이 이 의혹에 대해 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