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흠 없는 처녀 사제의 운명을 얼마나 행복한가! / 세상은 그녀를 잊고, 그녀는 세상을 잊어가네 /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빛! / 모든 기도는 받아들이고, 모든 소망은 내려놓는구나”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의 시 ‘엘로이즈가 아벨라르에게’중 일부, 이뤄지지 못했던 중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시로 남자(아벨라르)는 수도승, 여자(엘로이즈)는 수녀가 됐다.)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오는 29일부터 8월 22일까지 열리는 최기창 개인전 '흠결없는 마음(The Spotless Mind)전'은 한 번도 사랑해 본 적 없는 것 같은 순수를 강조하는 알렉산더 포프(1688-1744)의 한 시구에서 따온 표현이다. 그동안 뜻밖의 기쁨이나 행복, 사랑 등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그러한 감정들이 사회, 정치적인 믿음과 결합하였을 때 개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게 되는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작자로서 예술에 대한 태도, 신념의 상관관계 안에서 생성되는 예술의 운명과 윤리에 대한 시선으로 출발한다.
작가는 미술사 안에서 언급되는 주요 작품들을 철판 위에 옮긴 후 부식시켜 믿음이 지켜온 시간을 강조한다. 이로써 과거(역사)와 미래(지속되는 부식)를 겹치게 한다. 특히 이제는 사라질 광주국군병원의 창문을 모티프로 작업한 ’무지개 장면‘ 시리즈와 작업실 벽면에 세워둔 철판에 남은 스프레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작업의 결과가 된 ’순환하는 밤‘(2021)은 마치 작품의 이전의 시간과 뒷편의 공간 등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시대와 예술, 예술과 작가, 작가와 작가의 태도가 작품의 뒷면에서 어떤 작용을 하며 작품과 관계를 맺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