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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개판 오 분 전..
오피니언

[덕산 칼럼] 개판 오 분 전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21/07/26 07:20 수정 2021.07.26 07: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7월 22일 현재 사상 최초로 코로나19 신규 확진 자는 1,842명입니다. 그런데 방역 전선을 위태롭게 하는 크고 작은 일탈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개판 오 분전(開板五分前)>입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풀 파티>라는 생소한 말이 나왔습니다. 야외 수영장이 딸린 강원도 양양군의 한 카페에서 ‘노 마스크’ 인파가 가득한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된 것이지요. 조회 수 50만 회 이상을 기록한 해당 글에서 글쓴이는 “수도권과 강원도 강릉이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로 막히면서 사람들이 인근 양양군으로 ‘유흥원정’을 떠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양양지역 내 유명 리조트·술집·카페 등을 찾은 젊은이들이 수영장(풀)에 발을 담근 채, 남녀 수십 명이 마스크를 벗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모습을 전했습니다. 정말 이 나라 젊은이들의 개판치는 것을 두고 더 이상보아야 하는지요? 그들은 방역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은 안중(眼中)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종교가의 성직자들이 모여 앉아 술판을 벌이고, 이를 제지해야할 경찰관들이 입에 담지 못할 일탈을 벌리며, 심지어 노동자들이 원주까지 달려가 이 난국에 개판을 벌이는 것에 차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개판>에 대한 국어대사전의 풀이를 보면,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개판이 되었다.’ ‘술 마시고 개판을 쳤다.’ 등의 예문을 들어 놓고 있지요. 이 말은 일반적으로 개(犬)와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어 개가 많이 있는 모양을 지칭하는 것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멍멍하고 짖는 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원래의 뜻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판은 한자어인 ‘開板(뚜껑을 열다)’으로 밥솥의 뚜껑을 연다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밥솥 뚜껑을 여는 것과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태가 어떤 관련이 있기에 이런 표현이 등장하여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70년 전에 있었던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북쪽이 우위를 점하면서 낙동강 전선까지 하염없이 밀려 내려갔지요. 대구 부근의 다부 동 전투에서는 쌍방의 병사들이 수없이 죽어 나가면서 전선을 정체되어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난민이 대구와 부산 등으로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을 이루었는데, 여기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밥을 먹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이었던 데다가 전쟁까지 터졌습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피난민들은 끼니를 해결하는 일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을 정도였지요.

그렇게 되자 군부대나 배급단체 등에서 점심을 제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2시를 점심시간으로 하여 밥을 짓고 배식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점심시간이 되기 오래전부터 피난민들이 몰려들어 여기저기 흩어져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가 매일 매일 계속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큰 밥솥이 많지 않았는데, 일본인들이 쓰던 무쇠 밥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요. 그런데 일본식 무쇠 밥솥의 특징은 솥뚜껑이 무쇠가 아니라 나무로 된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밥이 다 되면 ‘나무판 뚜껑’을 열어야 하는데, 이것을 ‘개판(開板)’이라한 것이지요.

밥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완성되는 시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뚜껑을 열기 오 분 전이 되면 피난민들에게 밥 먹을 시간을 알리는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밥뚜껑을 열기 오 분 전이 되면, 한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 꽹과리를 크게 치면서 말하기를, “개판 오 분 전이오!”라고 외칩니다. 이 소리를 신호로 하여 사방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위해 몰려듭니다.

서로 앞에 서려고 밀치기도 하고, 새치기하는 사람을 잡아내다가 싸우기도 하면서, 난장판으로 되는 상태가 매일매일 계속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달, 몇 년에 걸쳐 계속되다 보니 ‘개판 오 분 전’이라는 말이 일상적인 것이 되었고, 점차 널리 퍼지면서 굳어진 표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개판이다’, 혹은 ‘개판’ 등의 표현으로 축약되면서 여러 곳에 쓰이게 되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원래 표현이 줄어들다 보니 원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면서 ‘개(開)’가 ‘견(犬)’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 단어를 검색하면 거의 모두 ‘개(犬)’와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개판이 이 몇 군데가 아닌 것이 문제입니다.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권이 차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서로 물고 뜯는 개판을 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들이 이렇게 개판을 치고도 과연 대통령이 되면 우리 국민들이 <개판대통령>을 과연 나라의 최고지도자로 받들어 모실 수 있을까요?

제발 정치권을 비롯해, 노동자와 성직자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 모두가 이 어려운 난국을 슬기롭게 넘기면 참 좋겠습니다. 연일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 19와 역대급무더위로 인한 국민들의 짜증이 폭발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모두 자제합시다. 모처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누가 지키면 좋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7월 2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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