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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소득에 뛰는 집값, 주거 안정 흔들어..
경제

제자리 소득에 뛰는 집값, 주거 안정 흔들어

이진용 기자 입력 2015/05/11 18:16
작년 서울 분양물량 살펴보니

순위 내 마감됐지만 계약 미달 사태

래미안 용산은 미분양률 58.2%

전세난에 청약시장 몰리지만

분양가 너무 비싸 뒤늦게 발빼

'서울 4대문 안에 들어서는 대단지'로 유명세를 떨친 종로구 돈의문1구역의 '경희궁 자이'는 지난해 11월 3.3㎡당 평균 2,300만원이라는 고분양가에도 불구, 최고 49대 1, 평균 3.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선보인 견본주택에도 사흘간 2만명이 몰리는 등 외형적으로만 보면 흥행에 대성공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아파트는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반분양분 1,085가구 중 아직까지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가구가 13.8%(150가구)에 달한다.

전세난으로 촉발된 청약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실제 계약에선 미달 사태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위기에 휩쓸려 꼼꼼하게 조건을 따지지 않고 청약을 했다가 뒤늦게 계약을 포기하는 등 허수가 많이 끼어있다는 방증이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서울에서 미분양 물량이 10가구 이상인 단지는 9개 자치구에서 12개 단지, 총 1,017가구에 이른다. 양천구의 '양천 중앙하이츠'(중앙건설)나 서초구의 '데뜨아르'(청어탑건설) 등 2007년부터 지금껏 장기 미분양인 것도 있지만 지난해 분양 시장에 나와 아직 따끈따끈한 단지도 5곳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4, 5월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졌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미분양 물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작년 분양 시장에 나왔던 단지 모두 청약 당시엔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5월 선보인 대우건설의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평균 경쟁률 1.4대 1로, 그 해 7월 분양한 '래미안용산'은 평균 1.8대 1로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GS건설의 '경희궁자이(3.5대 1), 삼성물산ㆍ현대건설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1.5대 1), GS건설의 '보문파크 뷰자이'(1.6대 1) 등도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한데다 전세난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이슈가 되면서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청약 훈풍 덕을 톡톡히 본 결과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가 받아 든 실제 성적표는 초라하다. 미분양 비율이 낮게는 9.5%(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부터 높게는 무려 58.2%(래미안용산)에 달한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경희궁자이'의 경우 전용면적 33~138㎡ 중 미계약 150가구는 모두 전용면적 85㎡에서 나왔다. 실수요자가 가장 많이 찾는 84㎡는 분양가가 8억원에 육박해 계약 성공률이 낮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수요자들로부터 가격(고분양가)과 면적(대형 아파트)면에서 둘 다 외면 받은 용산 지역은 더욱 첩첩산중이다. 전용면적 112~274㎡의 대형 아파트만 공급한 '용산푸르지오 써밋'은 일반분양 106가구 중 절반 이상(54가구)이 비어 있고, 역시 135~181㎡의 대형 면적만 취급한 '래미안 용산'도 165가구 중 96가구가 주인을 찾고 있다. 당초 대형 건설사 간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지금은 미분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미분양이 많은 '용산 푸르지오 써밋'이나 '래미안 용산'은 입지가 좋은 한강대로 변에 있지만 여전히 지역 개발 진도가 더뎌 불확실성이 높고 3.3㎡당 3,100만원 수준의 고분양가, 대형면적이란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 홍수와 청약 자격 완화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환경인지 등 조건을 따져보지 않고 일단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당첨이 된 후에야 발을 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미분양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청약 1순위 조건이 가입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 덕에 통장을 쓰고 계약을 포기한다 해도 1년만 지나면 다시 새 청약통장으로 신청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계약자들의 부담이 없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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