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자연은 스스로 탄생과 소멸의 순환고리를 이어 간다, 그 속에 내재된 신비함과 아름다움은 인간의 예술활동에 끊임없는 영감을 준다. 그중에서도 꽃은 자연의 어떤 소재보다 그 생명력을 이해하기 쉽고 상징적인 표현이 용이한 대상이다. 꽃은 생명체의 창조를 상징하는 매개물로서 예술의 본질적인 창조행위와 그 맥이 통한다.
8월14일까지 OCI미술관에서 열리는 이혜성 작가의 개인전 ‘Nameless Flowers’전은 순환의 이미지로서의 꽃과 인간의 미적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서의 꽃을 아우르고 있다.
작가의 화폭속을 들여다 보자. 꽃을 품은 식물 더미가 퍼져나간다. 튀어 오르듯 반짝거리더니 이내 서로 파묻히고 뒤엉켜 앓다가 긴긴 어둠에 묻혀버린다. 거대한 순환고리의 일부인 인간의 생과 사를 상기시킨다.
“선택지 없이 태어나 마른풀처럼 바스러지고 마는, 살았는지도 모르게 잊히는, 신이 우리의 양손에 고이 감싸 들려준 공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정물화 바니타스를 연상시킨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메멘토 모리)은 삶의 포기가 아니라 삶에 치열한 몰입(카르페디엠)을 뜻한다. 헛되이 점철되어가는 일상에서 소멸과 죽음은 가장 강력한 사유의 도구가 된다. 이혜성 작가는 이름 없는 꽃들이 소멸하는 모습을 보며 영생을 떠올린다. 이어서 축복의 땅을 촘촘한 붓질로 쌓아 올리고 속죄와 구원의 신비로 가득한 실낙원을 함께 내건다.
그렇게 유한한 존재에 대한 염려는 피어나고 지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연약한 전신으로 맞서는 귀결의 순간을 그리며, 존재하기에 사라지고 사라지기에 아름다운 모든 생명을 노래한다. 메멘토 모리,카르페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