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박성민기자= 2020 도쿄올림픽은 우리에게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금메달 하나에 온 국민이 밤잠을 설치며 울고 웃던 예전과는 달리 여자배구나 양궁을 통해 보듯이 과정의 중요성과 선발진행의 공정성에 대해 메달의 색깔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응원했다. 그리고 비록 상대일지라도 선전에는 칭찬하고 박수를 보내는 성숙한 올림픽 관전 문화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특별히 운동 분야도 쉴새 없이 진화 해 왔다. 선수들의 멘탈 관리만 하더라도 내가 현역시절에는 한겨울 얼음물 입수 , 공동묘지 방문 , 해병대 극기훈련 등 신체적 , 정신적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정신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고 많은 지도자들이 이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
요즈음은 어떤가?
선수단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팀마다 멘탈코치를 두기도 하고 선수 개인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도 한다. 우리 때 와는 확연히 다른 방법이다. 부러운 부분이다. 이제와서 돌아보면 내가 극한 상황속에서 얻은 것은 정신력이나 간절함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깡다구만 늘었던 건 아닌가 생각된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렇게 운동환경이 체계화 되고 업그레이드가 되어 변화가 많아도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중요한 가치가 하나 있다. 그것은 스포츠맨으로서의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지 않는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페어플레이한 선수들에게 순위와 상관없는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도 그래서 일 것이다.
야구인으로서 지켜본 이번 도쿄올림픽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밖으로 드러난 4위의 성적보다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 돌아보게 되고 디펜딩 챔피언 이었던 우리나라 야구가 정체되어 있지는 않았는가? 자문했다.
투수선발이 어떻고 , 어린선수가 껌을 씹었고 , 지도자의 인터뷰가 어떻고... 이런 것은 본질이 아니다. 선배들의 잘못만으로 이렇게 된 것도 아니고 대표팀의 간절함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선수가 운동장에 나가면 , 더구나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나가는 경기의 무게는 보는 이들의 상상이상이다. 그러니 어느 한 부분만 잘못 되어서 야구팬들이 실망하는 결과가 만들어 진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 7년간 재능기부를 위해 찾아다닌 많은 일선학교에서 느낀 점은 이렇게 계속 나가면 프로야구 발전이 어렵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여러번이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프로야구로 진출할텐데 일부이기는 하지만 과도한 학부형들의 기대와 성적 제일주의의 일선 지도자 , 나무 배트 사용과 고등학생 지명타자 등 야구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들이 산적해 있었다. ( 언제 기회가 된다면 나무 배트와 지명타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
재능기부 가는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형을 모아 강연과 간담회를 자주 하는데 선수도 학부형도 최종 목표는 대부분 프로선수로서의 성공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성공 후에도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다는 것을 부모도 , 지도자도 아이들에게 제시해 주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쉬울 때가 많았다. 명예와 부를 얻는 프로선수로서 성공이 마지막 목표일때는 필경 일탈과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지 않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주는 일들이 최종 목표가 되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나야 운동장 안과 밖에서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진정한 스포츠 맨이 될 것이다.
프로야구 출범 할 때 캐치프레이즈가 “ 어린이에게 꿈을~ “ 이다. 그리고 내가 야구를 위해 설립한 재단의 목표는 “ 야구로 좋은 세상을 꿈꾸는 헐크파운데이션 “ 이다. 내가 평생 사랑했던 야구로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달려왔다.
그동안 코로나와 동남아 야구로 인해 국내 유소년 야구 재능기부가 뜸했었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몇가지 야구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를 그만 두고 나서도 가져야 할 좋은 인생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도와야 겠다.
이만수 전 SK 야구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