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정을 둘러싼 대치로 4월 임시국회를 허송세월한 여야가 5월 임시회를 열어놓고 또다시 낯 뜨거운 정쟁만 되풀이했다. 여야가 65분간 진행된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법안은 딱 3건이었다. 나머지 시간엔 의사진행 발언을 쏟아내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연합통신넷=임병용기자] 여야는 12일 임시국회 첫 본회의를 열어 소득세법과 지방재정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3개 법안만 처리했다. 새누리당은 "국민 보기 부끄럽다"(유승민 원내대표)고 야당을 압박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반의회적 폭거로 본회의가 어렵지만 민생을 생각해 연다"고 여당 탓을 했다.
與 "법사위원장 월권" 野 "말대 말, 행동대 행동"
국회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한 3개 법안은 연말정산 추가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해결하기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 상가 권리금 보호를 법제화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을 규탄하는 결의안과 침략 역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이날 논란의 중심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있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에 명시된 3개 법안과 함께 지난 6일 법사위를 통과한 56개 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합의사항에 명시된 법안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본회의 사회를 맡은 이석현 부의장은 3개 법안과 2개 결의안이 가결된 뒤 곧바로 산회를 선포했다. 본회의 내내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며 상대 당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본회의석에선 시도때도 없이 고성이 오갔다.
새정치연합이 강경 모드로 선회한 건 새누리당이 전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는 문구를 국회 규칙에 명시할 수 없다고 확정하면서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것"이라며 "첫 원내대표 간 합의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새누리당 지도부가 그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엎었다"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말대 말, 행동대 행동이라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이런 당 분위기에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전자서명'이라는 절차를 근거로 법사위에서 가결된 법안을 상임위에 돌려보내지 않았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법사위에서 가결된 법안은 다시 해당 상임위로 넘어가고, 각 상임위에서 본회의에 심사 보고를 하게 된다.
새누리당은 강력 반발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이 하는 식으로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을 다음 단계로 넘기지 않으면 국회가 완전히 마비된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야당이 정치적으로 문제 삼기 위해 전에 없던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완장을 채워놓으니 별짓을 다 한다"는 험한 말도 나왔다.
새누리당 측에선 "법사위원장 물러가라"고 소리쳤고, 야당 의원들은 "공무원 연금 개혁 합의 약속 지켜라"고 맞받아쳤다. 여야는 예정됐던 안건 처리를 마친 뒤에도 자유발언과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무산에 대한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을 주고받았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 중엔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취업후학자금상환특별법 개정안, 담뱃갑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생활밀착형 법안이 적지 않다. 여야간 이견이 없는 법안인 만큼 야당이 법안을 볼모로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지방재정법 개정안 한건만 심사해 가결했다. 개의부터 산회까지 딱 2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