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분석=뉴스프리존]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는 즈음 제천은 난데없이 등장한 '비행장 찾기' 열기로 시 전역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던 '제천비행장폐쇄'주장이 이번엔 '제천비행장찾기 범시민운동'이란 이름으로 잠자고 있던 제천시민의 숙원에 불을 당기고 있다.
이 운동은 외형상 '제천비행장찾기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발족되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사실은 관변단체를 급조해 발족시키고 제천시가 진두 지휘하는 운동으로 비춰지고 있다.
제천시가 각 읍,면,동에 서명부를 비치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서명운동의 직접적인 활동에 제천시 공무원들이 앞정서고 있기 때문이다.
제천시와 위원회는 10만 서명을 받아 국방부, 국민권익위원회, 국회 등에 서명부를 제출해 국방부의 답변을 이끌어 낸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천시와 위원회의 '비행장 찾기'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에서 나아가 격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시민카페 회원이 카페에 올린 글은 제천시가 단기간에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무리수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민원일로 동사무소를 찾았는데 방문자 기록에 서명하기 전에 '비행장 폐기운동'에 서명부터 하라고 했다. 설명도 이해도 구하지 않고 무작정 서명부터 하라고 했다. 끝내 서명하지 않았다"는 글에서 이 운동을 대하는 시민들의 정서가 함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제천시의 숙원인 '비행장 찾기'가 시민들의 뜻을 한데 모으기는 커녕 오히려 찬,반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제천비행장찾기운동'의 실태를 진단해 본다.
# '제천비행장찾기범시민운동'이 있기까지의 과정
2004년 9월 제천시와 국방부가 제천비행장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하는 '합의각서'를 작성하기 전까지는 제천비행장은 군사작전의 필수 시설물로 분류돼 제천시민이 전혀 이용할 수 없는 비행장이었다.
이에 제천시는 2004년 8월27일 국회국방위원회에 '제천비행장 이전 청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청원 내용은 '홍광초교 학생 통학권 침해 및 각종 환경피해를 유발하고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제천비행장 이전을 청원'한다는 것이 요지다.
국회국방위원회는 이 청원에 대해 2004년 8월 31일 소위원회에 회부한 이래 2007년 4월 18일까지 무려 3년여에 걸쳐 '계속심사의결'로 미뤄오다 2007년 4월 18일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3년여에 걸친 국회청원심사가 결국 무산된 것이다.
당시 국회소위원회는 '전시 전방 야전군의 전쟁지속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항공물류수송기지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비행장으로 전·평시 항공작전 수행을 위한 필수 확보비행장으로 분류하고 있어 폐쇄는 어렵고 대체부지가 확보되면 이전이 가능함'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제천시는 이 청원을 기화로 2004년 9월 23일 국방부와 '제천비행장개방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제천비행장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소기의 성과를 얻은 것이다.
당시 합의내용은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활용해 걷기, 달리기, 휴식 등 건강증진을 위한 시민활동에 활용하도록 개방한다는 것과 홍광초등학교와 아파트단지를 관통하는 기존의 통행로를 포장하여 사람과 차량의 통행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당시 언론들은 '제천비행장 시민의 품으로'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시민들도 수십년 숙원 해결이라고 환영했다.
이 합의에 따라 제천비행장은 그동안 제천시민들의 훌륭한 운동공간, 휴식공간 나아가 힐링공간으로 자리매김하여 왔다.
제천비행장이 시민의 생활공간으로 돌아오기까지 수십년의 민·관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 '제천비행장찾기 범시민추진운동'의 의미와 문제점
지난 2021년 8월9일 '제천비행장찾기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발족했다.
오랜 시간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제천비행장을 폐쇄하여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하겠다는 것이 위원회 발족의 의의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국방부 등 관리청의 지속적인 유지보수 및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도심속 흉물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고 의림지와 도심 사이에 위치해 도시 확장을 가로막는 저해 요인으로 작용해 온 점, 제천비행장 주변의 상황은 군사훈련이나 항공기의 이착륙 등은 이미 불가능한 여건인 점을 들어 제천비행장 존치의 무용론을 제시했다.
또 제천비행장 주변 도시계획도로 건설과 시민 편의시설 설치 등 공공목적의 사업추진에 있어서도 국방부와의 협의가 수반되는 등 불필요한 행·재정적 낭비의 요인이 되고 있는 비효율적 관리의 문제점도 적시했다.
제천시는 공식입장문에서 '비행장을 폐쇄하여 시민들의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군사목적 비행장으로써의 기능을 종료시키고 우리 시민들이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면서 '제천비행장 찾기 범시민운동은 위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어떠한 제한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대변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면 보다는 급조된 위원회의 발족과 느닷없이 이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제천시의 추진의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는 듯하다.
많은 시민들은 그동안 비행장을 사용하는데 있어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음에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불안을 조장하는 현수막을 시내 전역에 불법으로 내걸고 있는 제천시의 행정에 대해 쓴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아무런 언급도 없었던 제천비행장 문제를 갑자기 제기하면서 급기야 '제천비행장찾기범시민추진위원회'라는 급조된 단체를 발족시키켜 이 운동을 확산시키는 것을 두고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비행장개방에 이르기까지 수십년간의 민·관의 노력으로 이끌어 낸 과정을 되짚어 볼 때 이번 '비행장 찾기 운동'은 너무 급조된 정책이고 사전에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장찾기범시민추진위원회 구성원 면면을 두고 제천시장과 같은 정당인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내년 선거를 위하여 급조된 단체가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제천시는 왜 이렇게 급히 '비행장 찾기'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걸까?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 차근차근 치밀한 계획과 대책을 세워 추진해도 그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과거의 사례를 익히 알고 있으면서 왜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밀어 붙이는 것일까?
# 제천시 열기구사업 추진과의 연관성
'제천비행장찾기 범시민추진운동'에 대해 많은 의혹과 지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제천시가 추진하는 열기구 사업과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단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제천시는 이 연관성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비행장을 국방부로부터 이전하게 됐을 경우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그때가서 계획을 세우고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목적도 목표도 없이 무조건 가지고 오고 보자'는 식의 이 운동에 대해 선뜻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 이면에는 지난 6월 17일 제천시가 시험 비행했던 열기구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제천시는 열기구 시험비행을 마치고 열기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10월 개최하는 한방바이오박람회 기간에 도심 관광객 유입을 위한 계류 비행 체험을 진행할 계획이고, 내년 4월까지 열기구 사업 개시를 목표로 올해 안에 열기구 제작과 조종사를 양성할 계획도 공개했다.
지역 대학인 세명대와 업무협약해 조종사 양성과 항공 스포츠 안전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세부적인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제천시의 이러한 발표는 관련 부처와 충분한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먹구구식 행정이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행 항공법에는 열기구와 같은 초경량 비행장치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서울지방항공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제천시가 사업대상지로 추진하는 제천 비행장은 군사시설로 일반 사업용도로는 불가능한 점을 제천시는 간과한 것이다.
국방부 예하 관할 군부대는 "6월 17일 열기구 비행 건에 대해서만 일시적으로 협의해 준 것이며, 영업 목적의 비행은 비상시 사용해야 하는 군사 시설이어서 사용이 불가하다"며 "앞으로의 사업에 대해 협의 중인 사항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상천 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유형 비행을 하면 새벽에 뜨고 하니까 체류형 관광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제천을 열기구의 메카로 만들어 볼까 생각을 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여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열기구는 스포츠가 주는 짜릿함과 하늘에서 보는 제천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새로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 열기구 사업을 통해 도심 관광객 유입을 유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이상천 시장은 제천비행장에서 열기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 분명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 후 관련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불가 통보를 받게 되자 제천비행장을 아예 제천시가 수용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는 추측과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송만배 위원장은 "제천비행장찾기 운동은 순수하게 제천시민의 이익과 발전을 위한 것이지 어떤 사업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런 일은 결코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면서 "만약 앞으로 그런 사업이 추진된다면 그 반대 위원회를 만들어서도 강력하게 막겠다"고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송위원장은 "열기구 사업과 같은 위험이 내재하고 있는 사업은 청풍호를 배경으로 추진되야지 도심 한복판에서 열기구를 띄우는 것은 시민들의 안전에도 위협을 주고 시민들의 활용측면에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제천비행장찾기 범시민추진운동이 성공하여 제천비행장을 찾게 될 경우 향후 제천시가 제천비행장에 어떤 로드맵을 제시하고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 지켜볼 일이다.
# 제천비행장을 매각할 경우 재원조달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국방부의 입장은 대체비행장의 조건 없이 폐쇄 또는 기부하는 안은 요원하다.
송 위원장은 "국방부가 매각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매각 금액은 (공시지가+알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면서 "재원조달은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대체비행장 조건 없이 매각하는 것은 힘들다는 견해다.
제천비행장을 폐쇄 또는 매각은 국방부의 결정이 아닌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령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매각을 결정한다 해도 공시지가선이 아닌 감정가로 협상이 될 것이고, 이 경우 제천시가 부담해야 할 매입금액은 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제천시가 막대한 매입금액을 어떻게 조달할 지에 대한 우려석인 지적이 팽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