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뉴스프리존]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 제천비행장찾기추진운동이 많은 시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제천시와 제천비행장찾기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범추위)는 추진에 가속도 늦추지 않고 있다. 반드시 제천비행장을 찾아오고 말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제천비행장을 국방부로부터 돌려 받고자 하는 일은 제천시민의 공통된 정서이자 오랜 숙원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적지않은 시민들이 이 운동을 반대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 이유가 대체 뭘까? 이 운동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정서에는 이 운동의 정당성, 타당성, 준비성, 계획성의 부재가 내재하고 있는 듯 하다.
또한 이 운동의 이면에는 정치적인 복선이 깔려있다는 의혹도 있다. 추진하는 측도 반대하는 측도 이 의혹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행정적 절차를 무시한 채 관변단체를 동원해 서명부터 받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천시와 범추위가 추진하는 '제천비행장찾기범시민운동'이란 제천시민의 숙원사업이 왜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어떤 모순점이 있는지 모순점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천시민들의 정서와 숙원이 순수한 목적과 달리 변질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편집자 주]
# 제천비행장찾기범시민운동의 추진과 문제점
범추위는 당초 제천비행장 폐쇄를 주창했다가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용도폐지'로 방향을 바꿨다. 지금은 '제천비행장 시민의 품으로'란 구호로 전개하고 있다.
'용도폐지'는 국방부가 무용지물인 제천비행장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용도를 폐지해 제천시에 매각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천시는 국방부가 '용도폐지'결정을 하면 이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제천시가 예상하는 매입비용은 범추위 추정 약 500억원(감정가+알파)정도다.
범추위는 통상적인 행정절차로는 국방부로부터 '용도폐지'결정을 받아내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범시민운동'을 전개한 것이고, 이 운동을 기화로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범추위의 이러한 복안은 나름 설득력이 없지 않다. 광주광역시도 대선주자를 통한 문제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는 광주비행장 이전을 위해 지난 1일 내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대선 후보들에게 대선 공약으로 제안할 8대분야 20개 중점사업을 확정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광주군공항이전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대선주자들로 하여금 군공항이전을 약속받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광주시의 이러한 포석은 '특별법' 제정이라는 행정적인 절차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제천 범추위의 '시민운동'으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포석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법과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원칙이고 현실적이라는 측면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제천청풍호사랑위원회 장한성씨는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군공항이전법)'이란 '합법적인 절차'가 있는데도 제천시가 '범시민추진위원회'를 통해 법 제도 밖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편법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장씨의 주장에 따르면 제천시와 범추위가 추진하는 '용도폐지'는 국방부의 승인을 이끌어 낼 수 없는 법의 테두리 밖에 있어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용도폐지 보다는 '무상양여'쪽으로 운동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씨 주장의 요점은 이렇다
우리나라 현재의 군 공항은 대부분 1950년 전후에 건설된 것이어서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주변지역 개발제한 및 주민의 불편사항이 현재는 사정이 달라졌으며, 이에 따라 국방부는 2013년 '군공항이전및지원에관한특별법'을 제정하여 군 공항 이전사업을 기부대 양여방식으로 시민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제천비행장 또한 이러한 법과 제도 하에서 '비행장 찾기운동'을 전개해야 하고 '범시민운동'은 '기부대 양여'의 특별법을 '무상양여'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천비행장찾기운동의 방법에 대한 선택을 급조한 정책과 급조한 운동으로 전개할 것이 아니라, 제천시와 범추위 그리고 제천시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13만 제천시민이 한뜻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메세지로 보여진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공항이전특별법 이란?
국방부는 2014년부터 군 공항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목적하에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군공항이전법-2017년 7. 26일 시행)'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4년부터 이 사업의 추진을 위한 '군공항이전사업단'을 발족해 운영중이다.
그동안의 국방부 추진 내용을 보면 2014년 1월 6일 '군공항이전사업TF팀을 발족, 같은 해 4월'군공항이전사업단'대통령령 공표, 같은 해 5월 '군공항이전사업단 창설, 2017년 1월 '군공항이전사업단개편(3개과 30명) 등 단기간에 걸쳐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 법은 군 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지원 및 군 공항 이전부지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군 공항 이전사업을 원활하게 시행하고, 군 공항 이전부지 주변지역 주민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어 법률 제14839호로 2017. 7. 26부터 시행됐다.
군공항이전법에 따르면 '종전부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군 공항을 이전하고자 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부장관에게 이전을 건의할 수 있고, 건의를 받은 국방부장관은 군 공항을 이전하고자 하는 경우 군사작전 및 군 공항 입지의 적합성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을 군 공항 예비이전후보지(이하 “예비이전후보지”라 한다)로 선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전사업은 「국유재산법」 제13조(기부채납), 제55조(양여) 및 「국방ㆍ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제12조(기부 및 양여의 특례)에 따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업시행자가 군 공항 대체시설을 기부하고, 국방부는 용도 폐지된 재산을 양여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군공항이전법의 요점은 군 공항의 이전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방부장관에게 이전을 건의하면 국방부장관은 건의에 따라 이전하고자 하는 군공항 입지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을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한 후 기존의 군공항을 매각하여 새로 정한 이전 지역을 군공항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제도다.
이 법의 핵심은 사업시행자는 「국유재산법」에도 불구하고 용도 폐지된 재산의 가액에서 신규로 건설되는 군 공항의 가액을 뺀 금액의 범위에서 지원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군공항이전및지원에관한특별법은 국방부 홈페이지에 법제정의 목적 및 추진내역이 자세히 나와 있다).
#국방부의 입장 그리고 제천시,범추위의 추진 과정
지금까지 확인된 국방부의 입장은 지난 2007년 제천시가 청원한 제천비행장 이전에 대한 답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당시 국회국방위원회가 국방부에 질의하여 받은 답변은 '제천비행장은 전시 중요한 항공물류기지로서 군에서 필수 확보 비행장으로 분류하고 있어 폐쇄는 어렵고 대체부지의 어려움으로 이전 또한 어렵다. 다만 대체부지 확보시에는 이전할 수 있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힌바 있다.
국방부의 이와 같은 입장은 2021년 8월23일 시민단체에서 질의 회신한 내용에서도 그대로 적시하고 있다.
결국 국방부의 입장은 '용도폐지후 매각'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것이고 대체부지의 확보시 이전할 수 있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군공항이전및지원에관한특별법' 역시 대체 공항 이전을 전제로 '기부대양여' 즉, 조건부 이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방부의 이와 같은 확고한 입장과 제도하에서 제천시와 범추위가 어떤 묘수를 내어 '용도폐지' 및 '매수'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제천시와 범추위는 '제천비행장찾기운동'에 대한 정당성의 하나로 국방개혁2.0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개혁2.0정책은 비행장 이전 및 폐쇄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정책이다.
국방개혁2.0 정책의 기조는 '전방위 안보위협대응, 첨단과학기술기반정예화, 선진화된 국가에 걸맞는 군대'를 궁극적인 목표로 한 정책이고 비행장 이전 및 폐쇄와는 별개의 정책이다. 따라서 제천시와 범추위가 '제천비행장찾기운동'의 정당성으로 내세우는 국방개혁2.0 정책은 그 자체로 정당성이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제천비행장찾기범시민추진위원회'는 제천비행장찾기운동의 전방위적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2일 엄태영 국회의원과 이찬구 제천시민협의회 대표를 위원으로 위촉했다. 엄태영 의원은 당초 평위원으로 위촉됐으나, 국회의원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고문'으로 재위촉됐다.
범추위가 민주당 사람들 위주로 구성되어 그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국회의원인 엄태영 의원을 영입한 것은 이러한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에는 더없이 좋은 명분으로 비춰진다.
그런데 엄태영 국회의원이 일반 '위원'으로 위촉된 것에 대해 '시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일반 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고 격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는 지적이 나오자 범추위는 하루만에 위원에서 고문으로 변경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어쨌든 지역 국회의원이 지역민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초당적인 마음과 의지로 국회와 국방위원회의 문을 두드리는 전방위적인 노력과 그로 인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길 제천시민들은 손모아 기대하고 있다.
제천시민 누구도 '제천비행장찾기'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절차와 방법 그리고 동기가 투명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제천시민 모두가 바라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