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집권 초 10명 비해 급증… 복권 대신 숙청 반복
“정책 목표 달성 안돼 불만” “출신 열등감 작용” 해석 분분
[북한=연합통신넷/온라인뉴스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고위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숙청하는 ‘공포정치’로 권력을 유지·강화해왔다. 2013년 12월에는 자신의 고모부이자 권력 ‘2인자’로 꼽히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형까지 집행했다.
김일성·김정일 정권에서도 처형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사용됐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빈도가 늘고 공개적이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김 제1비서가 집권 4년간 간부 70여명을 총살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 초 4년간 10여명을 처형한 것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또 김 제1비서는 숙청 사실을 ‘실시간 공개’하면서 공포 효과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정은은 리영호와 장성택의 숙청 사실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며 “이 같은 행태는 외부로 하여금 더 큰 공포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비서가 권력층에 대한 숙청을 공개적으로 자주 감행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국가적으로 실시한 정책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되지 않은 데서 오는 불만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 관료들 입장에서는 김정은이 쏟아내는 정책과 사업에 대해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개적 토론의 장이 없고 지도자의 명령에 전적으로 순응해야 하는 유일영도체제에서 합리적인 비판은 불경죄나 반역죄로 치부돼 숙청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정책과 사업이 현실과 맞지 않아 생기는 파열음들이 처형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정권 반대나 불만 세력을 일거에 제거하기 위한 대규모 숙청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자주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인 1990년대 후반 ‘심화조 사건’이라는 숙청작업을 통해 당 간부와 가족 등 2만여명을 제거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숙청된 사람을 복권시키고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엘리트 집단의 순결성을 높이면서 결속을 다졌다. 그러나 김 제1비서는 복권 대신 숙청만 반복한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이는 김 제1비서의 개인적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은 차남이고 생모인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에 첫째 부인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열등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열등감을 가진 30대 젊은 지도자가 70~80대 원로 간부들을 통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바심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교수는 “고모부인 장성택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김정은 통치의 본질이 나왔다”며 “김정은은 유일영도체제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숙청과 처형으로 공포정치를 하는 통치 스타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