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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 '욕설 훈계'.. 기죽은 남편 보면 속상해요..
사회

시아버지 '욕설 훈계'.. 기죽은 남편 보면 속상해요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5/14 12:38

자수성가한 아버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아버지. 그분들이 평생을 바쳐 울타리를 쳐온 삶의 터전은 적어도 그 가족들에게는 위대한 왕국의 영토와도 같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이기고 쟁취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켜왔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왕국이, 이제는 왕국을 지키기 위한 가족들로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런 아버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는 아들, 또 그런 아들을 남편으로 둔 안타까운 아내를 오늘의 손님으로 모셔봅니다. ㅡ 홍 여사 드림


그런데 제 주위 사람들이 저를 복 있다고 말하는 제일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신랑이 시아버님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장차 그 일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저희 아버님은 전형적인 자수성가 사업가세요.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셨고, 못 배운 한을 품은 채 세상에 뛰어드신 분입니다. 저야 이야기로만 전해들었지만, 아버님은 배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똑똑하고 강인한 분이셨답니다. 그리고 너무나 성실하셨답니다. 그에 비하면 아들들은 용해빠진 순둥이라고 고모님들이 자주 말씀하시더군요.

사실 저희 신랑에게는 세 살 위 형님이 계십니다. 저에게는 시아주버님이 되시는 그분은 그러나 아버님의 회사와는 무관하게 살아가고 계세요. 워낙 수재여서 공부 쪽으로만 몰두하셨고, 현재는 모 국립연구기관에서 일하는 박사님이시지요. 아버님에게 장남은 자랑거리이자 삶의 의미 같은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둘째 아들(신랑)이나 딸들은 만만하고 부족한 자식들이지요.

바로 그 대목에서 제 고민이 생겨나는데요. 이런 말 참 불손하지만, 아버님이 제 남편을 너무 막 대하십니다. 일을 가르치려고 더 무섭게 화를 내시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보는 앞이건 며느리가 듣는 앞이건 그런 거 가리지 않고 욕설을 섞어가며 나무라실 때는 저까지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주로 하시는 말씀이 정신 상태가 썩어빠졌다, 호강에 겨워서 헛짓한다, 뼛속까지 게으름이 인이 박였다,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느냐…. 아무리 부모님 말씀이라지만, 마흔 살을 바라보는 아들이 듣고 있기에는 자존심 상하는 표현이 많습니다. 제 신랑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그렇게 못난 사람은 아니거든요. 학교 다닐 때는 인기도 많은 모범생이었습니다. 공부도 늘 중간 이상은 했고, 행동은 얌전했으니까요. 그런데 바로 그런 점이 아버님 눈에는 부족해 보이는 거 같습니다. 좀 더 야심 많고, 머리 회전이 빠른 장사꾼 기질을 바라시는 게 아닌가 해요.

부모님 눈에 부족해 보이는 거야, 자식이 노력으로 고쳐나가야 할 점이겠지만, 아버님이 쓰시는 채찍의 종류가 저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을 구겨놓는 것은 기본이고, 때로는 으름장에 가까운 말씀을 하시거든요. 너한테 이 재산 물려줄 줄 아느냐,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당장 네 갈 길 가라….

물론 부모님 밑에서 일하면서, 그 일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런데 아버님은 재산 안 물려준다는 말 한마디가 가장 강력한 훈계의 말씀이고, 그 말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믿으시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씀 들을수록 저희들 마음속에는 반발심이 일어나네요. 이런 식의 생활은 종살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요.

저도 저지만, 남편의 마음에는 상처가 정말 많습니다. 남들은 알아주는 아버지 밑에서 일하면서, 정작 본인은 아버지를 존경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 그 어떤 상관보다 엄격하고 모진 상관이니, 노이로제에 가까운 두려움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남편한테 누차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일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요. 그러나 남편은 고개를 젓습니다. 말은 안 하지만, 이유가 짐작은 가지요. 아버님 성에는 안 차지만 그래도 남편이 해온 역할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떠나는 건 아버님께도 타격일 겁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진심으로 아들을 내쫓으려 하시는 건 아니거든요. 그건 저도 느껴요. 무엇보다도, 지금 이 나이에 다른 일을 시작할 엄두가 안 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주위의 반응도 양쪽으로 나뉩니다. 그래도 아버지인데, 말씀만 그러하시지 속마음은 그게 아니실 테니,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있지 않겠느냐. 아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궁합이 있는데, 그게 안 맞으면 거리를 둬야 한다. 점점 미운털만 박히다가 더 늦은 나이에 부모하고 등지면 갈 길도 없다.

어느 길이 남편을 위한 최선의 길일까요? 무엇보다도 남편의 자존감을 지키고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길을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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