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인품(人品)이 있고, 그 인품에서 풍겨지는 품격(品格)이 있습니다. 인품이란 사람의 품격이나 됨됨이를 말하고, 품격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또는 사람의 본연(本然)에서 나오는 분위기를 말하지요.
그렇습니다. 꽃의 향기는 십리를 가고 말의 향기는 백리를 가며, 공덕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인품의 향기는 만리(萬里)를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흔히 인품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명나라말기(明末)의 ‘환초도인(還初道人) 홍자성(洪自誠)’의 어록(語錄)인 <채근담(菜根譚)>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기적자 관백운유석이통현 추영자 견청가묘무이망권
(嗜寂者 觀白雲幽石而通玄 趨榮者 見淸歌妙舞而忘倦)
유자득지사 무훤적 무영고 무왕비자적지천
(唯自得之士 無喧寂 無榮枯 無往非自適之天)」
즉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흰 구름과 그윽한 바위를 보고 유연한 이치를 깨닫고, 영화를 좇는 사람은 맑은 노래와 아름다운 춤을 보고 권태를 잊는다. 다만, 스스로 깨달은 선비만이 시끄러움과 고요함도 없고 영화로움과 쇠퇴함도 없으니, 가는 곳마다 마음 맞는 세상이 된다.」 라는 말입니다.
본래 인격의 ‘격(格)’이 갖는 본래 뜻은 ‘나무의 굵고 긴 가지’였습니다. 나무는 굵은 가지가 튼튼해야 잔가지와 잎이 풍성해지는 법이지요. 그래서 ‘격’이 바로 ‘품위’요 ‘품격’인 것입니다. 사람의 성품(性品)이 한 결 같이 진솔하여 매사에 거짓이 없게 되면, 그 공명정대함이 자연히 세간에 알려지게 됩니다.
그런 ‘인품과 품격’을 갖춘 사람은, 아무리 깊은 산속에 은거(隱居)하더라도 그 명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마련인 것입니다. 마음을 쓸 때 털끝만큼이라도 깨끗하지 못하고 사사로운 욕심이 섞이게 되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이 들어가 일을 올바르게 처리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인품과 인격은 항상 진솔해야 하고, 마음과 생각은 맑고 언제나 깨끗해야 하는 것이지요. 음식을 먹는 모습에도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냅니다. 우리 인생에는 유혹이 수없이 많지만 좋은 물건일수록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지 혼자 독차지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이 친구와 식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마침 그 사람의 아버지께서 오셔서 식사가 끝나기를 조용히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얘야, 지금 식사를 같이한 친구와는 깊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아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와는 몇 번 일을 같이한 적이 있는데 인상이 썩 괜찮았기 때문이지요. 아버지께서 이어서 말씀하셨습니다.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대개는 알 수 있단다. 아까 그 친구는 음식을 집을 때 습관적으로 접시 아래쪽에 있는 음식을 젓가락으로 위로 끄집어 올려 툭툭 털고 나서야 집어 올리더구나. 입에 맞는 음식은 특히 여러 번 뒤적거리더라고 젓가락이 무슨 뒤집개라도 되는 것처럼 아주 접시 전체를 새로 한 차례 뒤집어엎더구나.”
아들은 선뜻 아버지의 말씀을 수긍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마다 다 습관이 다른 건데요. 어떤 사람은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고, 어떤 사람은 우적우적 빠르게 집어삼키고 하는 법이니 너무 까다롭게 볼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갑자기 산해진미를 눈앞에 뒀다고 한다면야 먹는 모습이 보기 나빠도 이해할 만하지만, 이 친구는 사업하는 사람으로 사는 형편이 곤란하지도 않은데, 먹는 모습이 그렇다는 건 이 친구가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람이라는 증거야. 음식 앞에서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젓가락을 접시 안으로 넣어 뒤적거리는 사람이라면 앞에 둔 것이 이익에 관계된 유혹일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 테지.”
“아들아, 식사할 때는 먹는 모습을 꼭 신경 쓰도록 해라. 입에 맞는 음식이라도 혼자 독차지해서는 안 된다. 남들의 비웃음을 사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그리고 “얘야, 젓가락 한 쌍이라고 우습게보아서는 안 된다. 사소한 부분에서 그 젓가락을 든 사람의 수양과 인품과 품격이 보이기 때문이야.”
과연 그 후 그 친구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은 아버지의 말씀이 옮음을 증명했습니다. 그 친구는 사소한 이익 때문에 의리를 저버리고 떠나간 것입니다. 좋은 물건일수록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지 혼자 독차지해서는 안 됩니다.
정산종사 법어(法語)에 「군심경순유덕자(群心竟順有德者) 천명종귀무사인(天命終歸無私人)」이라 하셨습니다. “대중의 마음은 마침내 덕 있는 이를 따르고, 하늘의 뜻은 마침내 사 없는 이에게 돌아간다.”라는 뜻이지요. 우리 고매한 인품과 품격을 갖추고 덕을 길러 덕장(德將)이 되고, 복장(福將)이 되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9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