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이진용기자] '가짜 백수오' 논란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이엽우피소의 위해성 여부에 대해 소관 정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체에 위해하지 않다"며 관련 조사에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15일 현재 식약처의 공식 입장은 "인체에 해롭지 않지만, 식품으로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엽우피소의 위해성 여부는 이엽우피소가 섞인 백수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로서는 향후 제조사나 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피해보상 소송에서 중요한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 정보다.
주부들의 갱년기 장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홈쇼핑 업체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논란도 크고 깊다. 해당 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이 언론매체에 대대적인 사과 광고까지 게재했지만 인체 유해 여부와 구매 소비자들에 대한 환급, 내츄럴엔도텍 임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 등 의혹들은 풍선처럼 더 부풀어 오르고 있다.
백수오는 '백하수오'를 뜻하는 말로 '박주가릿과(Asclepiadaceae)'의 덩이뿌리다. 자양(滋養)과 강장(强壯), 보혈(補血) 등의 효능이 있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산삼, 구기자와 함께 중국의 3대 명약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200년이 넘은 자연산 백수오는 가격이 최고 1억 원대를 호가하기도 할 정도로 귀한 약초다.
'한약재감별도감'에 따르면 백수오는 원뿔 모양으로 길이는 5∼10㎝, 지름 1.5∼3.5㎝ 정도다. 바깥 면은 회황색, 황갈색이며 세로주름이 많고 질은 단단하다. 꺾은 면은 흰색이고, 냄새가 없고 맛은 쓰고 달며 떫다고 나와 있다. 최근 갱년기 장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소비자원의 백수오에 대한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식약처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3월 소비자원 검사에서는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돼 식약처 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의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소비자원이 소비자 보호를 빌미로 선량한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백수오가 최근 2∼3년 사이 판매가 급증하는 등 국민 다소비 식품으로 떠올라 모니터링을 한 것으로, 마침 지난해 식약처에 백수오 부작용 피해 신고가 크게 늘어나 점검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츄럴엔도텍이 지난 6일 언론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원의 발표가 맞는 내용이 됐지만, 그 이전까지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파문에 대한 조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이 백수오보다 가격이 싸고 생육기간도 짧은 이엽우피소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부당 매출을 올렸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지난 4일 내츄럴엔도텍의 경기 이천 공장을 압수수색했으며 이를 통해 백수오 원료 및 가공법 등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로선 독성시험 계획이 없다"며 "이엽우피소가 이미 식품원료로서 사용이 금지된 상황에서 독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고, 건강기능식품에 들어 있는 정도의 (이엽우피소) 양으로 인체 위해성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발표했다.
이엽우피소가 위해하다는 전제 아래 가짜 백수오 제품을 적발한 한국소비자원도 후속 대책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준정부기관인 소비자원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여론까지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