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자취를 감춘지 오래됐지만, 현재 북한 백두산 인근에선 흰 대륙사슴이 따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남·북한의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는 북한에서 토종 대륙사슴을 데려오려는 사업이 추진됐으나,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며 중단된 상태라고 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토종과 유전자가 비슷한 대륙사슴을 데려오려 했지만, 구제역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에 이마저도 불발되고 말았습니다.
한라산 정상에는 흰 사슴이 물을 마시던 곳이라는 뜻의 백록담(白鹿潭)이 있습니다. 강원도 인제에도 사슴의 흔적이 있습니다. 인제의 한자 이름은 사슴을 닮은 상상 속의 동물 기린(목이 길고 아프리카가 고향인 기린과 다름) 린(麟)에 발굽을 뜻하는 발굽 제(蹄)입니다. 사슴 발굽. 사슴이 뛰놀던 곳이라는 옛이야기가 지명으로 고스란히 남은 셈입니다. 하지만 어느 곳 에서도 사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더 큰 사슴뿔을 얻기 위해 여러 사슴을 인위적으로 수정시키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이 같은 연구가 더 활성화되면 한반도를 뛰놀던 토종 대륙사슴은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요. 대륙사슴에 대한 관심이 아쉽습니다.
여우가 멸종위기에 몰린 것은 1960~70년대 활발하게 이뤄졌던 쥐잡이 운동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여우가 먹잇감으로 삼으면서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여우의 개체 수가 급감했습니다.
풍성한 여우꼬리로 만든, 여우목도리가 유행한 것도 개체수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냥꾼들이 곳곳에 쳐놓은 올무와 덫에 걸려 많은 여우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야생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1981년까지만 해도 전국 41개 지역에서 여우가 서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과 8년 뒤인 1989년 환경처 실태조사에선 여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여우 사체가 발견된 게 마지막 기록입니다.
정부는 2011년부터 여우 복원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는 해마다 여우를 소백산에 방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사된 여우 대부분이 올무나 덫 등과 같은 불법 사냥도구에 목숨을 잃거나 신체를 훼손당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방사한 18마리 중 현재 무사히 야생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개체수는 6마리에 불과합니다.
정철운 종복원기술원 팀장은 말합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해치면 법으로 처벌을 받지만, 불법 엽구의 경우 누가 언제 설치한 지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불법 엽구들을 찾아내 없애는 게 최선입니다.”
여우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야생동물 Ⅰ급으로 지정돼 국가에서 보호ㆍ관리합니다. 불법 포획하거나 보관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여우 복원에 성공하면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호랑이 복원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우를 산야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 호랑이 복원도 가능해진다는 얘깁니다.
‘사모님’들의 겨울을 따듯하게 하는 목도리와 동물원 철창 안에 갇힌 여우가 아닌, 산야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여우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스라소니를 아시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어느 나라 동물이냐고 되묻습니다. 스라소니가 우리나라 토종 동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뭅니다.
저도 몇 번 동물원에서 봤을 뿐,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인 동물농장에서도 보지 못해 당연히 아프리카 사바나가 고향인 동물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스라소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 동물입니다.
나무를 잘 타 산림성 고양이과 동물로 분류됩니다. 몸길이는 84~105㎝로 호랑이, 표범 보다 작고 삵(살쾡이)보다는 큽니다. 몸은 베이지색, 붉은 갈색, 누런색 등에 검은색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밤 또는 새벽 어둠 속에서 활동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