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볼 때 국힘당 윤석열 후보는 무식하기는 해도 미련하지는 않다. 국힘당 대선 경선판에 느닷없이 전두환을 끌어들인 것은 나름대로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이다.
국힘당 경선 토론이 거듭될수록 “윤석열은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이런 인식이 조만간 그의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저런 무식한 인간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자포자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윤석열로서는 누군가 머리는 비었어도 측근 덕분에 그럭저럭 통치를 해냈던 전직 대통령의 예를 하나 쯤 꺼내 들어 자신의 무지를 변명하고 호도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제일 먼저 떠올린 인물이 전두환 아닌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을 공산이 있다. “머리는 빌려 쓸 수 있어도 건강은 빌려 쓸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 사람이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 아닌가.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결정적인 흠결이 있어 그나마 측근정치가 잘 된 예로 들기는 불가능하다.
머리 나쁜 대통령으로는 또 박근혜가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측근까지 잘못 써서 망한 케이스 아닌가. 우리 현대사에 보수 대통령은 한결같이 악하거나 독한 사람들이었거니와 (윤석열 자신처럼) 무식하고 무지하기까지 한 사람은 딱 세 사람, 그중 김영삼, 박근혜 빼고 전두환만 남는 것이다.
전두환을 꺼내 든 이유는 또 있다. 당내 경선에서 영남표가 가진 위력 때문이다. 국힘당은 국민여론 50% 권리당원 50% 비중으로 후보를 결정한다고 한다. 국민여론에서 호남민심이 차지하는 비중은 인구 비율로 나타나겠지만 국힘당 권리당원 중에 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남표에 비해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일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카드’는 오로지 국힘당 경선용이지 본선용이 아니다. 지금은 죽어라 “사과할 수 없다”면서도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더 따뜻하게 그분들을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제 입으로 말하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윤 후보의 전두환 발언은 실언도 아니고 망언도 아닌 철저한 정치적 계산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그의 캠프가 홍준표에게 추월당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구체적 반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앞서고 있는 자가 ‘전두환’이란 위험한 카드를 던질 이유가 없다. 궁지에 몰린 자의 마지막 승부수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는 국힘당 쪽 사람들마저 윤석열의 이런 승부수가 그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 치명적인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요즘 부쩍 우리 국민 중 최소 30%는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 아닌가, 그런 절망스런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