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뉴스프리존] 지난 13일 제천시의회 305회 1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제천시의 행정을 지적한 5분 발언을 놓고 지역 정계와 지역 민심이 술렁거리고 있다.
의원의 5분발언 내용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국민의힘 한 당원은 '기초의회 30년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게 의회의 권리가 추락하고 무시된 중차대한 사태다'라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피력했다.
대체 제천시의회 305회 1차 본회의에서 무슨일이 있었길래 '기초의회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하는 것일까?
제천시의회 305회 1차 본회의 5분 발언이 있었던 날로 돌아가 그 내막을 들여다 보자[편집자 주]
# 사안의 발단
국민의힘 소속 제천시의회 이영순 의원은 제천시의회 305회 1차 본회의에서 준비한 5분 발언 내용을 발표했다.
이 의원의 5분발언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존경하는 제천시민 여러분~~~~(중략), 제천시가 추진하는 사업 중 일부가 민생과는 동떨어진 도시 미화사업으로 이를 지켜보는 일부 시민들은 ‘민생은 돌보지 않고 치장만 한다’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입니다.~~~~~(중략), 도시환경 개선사업은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민심을 청취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같이 그늘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가야 합니다~~~(중략)"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의원이 하고자 했던 말은 제천시가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조경, 폭포 등의 도시미관 사업도 좋지만 코로나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소상공인을 비롯한 많은 어려운 시민들을 돌아보는 민생경제를 우선시하는 행정을 펼치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 의원의 5분 발언 내용에 어떤 정치적인 의도나 의도적으로 행정기관의 행정을 비난하는 문구는 없어 보인다.
같은 날 제천시청 기자실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제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장인수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 '제천시의 환경미화 예산이 방만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같은 당 소속 이상천 제천 시장의 전시성 행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씨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상천 제천시장이 시장 취임 후 조경과 폭포에 쏟아부은 혈세가 450억이 넘는다. 이렇게 조경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이상천 시장을 '조(조경)폭(폭포)시장'으로까지 불리는 지경이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 의원과 장씨가 공동으로 지적한 제천시의 조경, 폭포 등의 전시성 사업은 초당적인 차원에서 민생을 돌보지 않고 치적쌓기에만 급급한 제천시의 그릇된 행정을 규탄하는 민심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실제 소셜미디어에는 제천시의 조경, 폭포 등의 전시성 사업에 대한 지적과 비난의 글들이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비추어 이 의원의 5분 발언은 시민의 대변자로서 시민들의 불만과 토로를 공익적인 차원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지적한 것으로 5분 발언 자체가 문제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 의원의 5분 발언이 정계와 민심을 술렁이게 하는 이유가 뭘까?
# 논란과 파장
논란의 시발점은 5분 발언 내용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상천 제천시장이 취한 말과 태도에서 기인한다.
이 의원의 5분 발언 도중 이상천 시장이 '행정도 잘 모르면서' '말같지 않다'며 비웃으며 본회의 장을 나갔다는 소리가 의원들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5분 발언이 끝나고서야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고 5분발언 과정에서 본회의장이 술렁거린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5분발언이 끝나고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그런데 이날 이상천 시장의 부인이 이 의원에게 이상천 시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사에 대한 사과 대신 '시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다 아시면서 너무하셨다. 오늘 받은 이 수모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항의문자를 보낸 것이 파문을 더 번지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시민들의 지적과 불만을 파악해 집행부에 전달해 올바른 행정을 펼치기를 권고한 대가가 '비웃음'과 '원망' 그리고 '협박'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이 사태를 '기초의회 헌정 사정 초유의 사태'라고 까지 하는 이유다.
이상천 시장은 “뭔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욕을 한 것도 아니고 큰소릴 지른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인가? 몇몇 의원들이 들었다는 소리는 모두 거짓이고, 실체가 없다”고 한 지방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금강일보 2021. 10. 24. 보도)
# 제천시의회의 대처는?
제천시의회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의원들 조차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집행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가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겠는가'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정당인 A씨는 "본회의는 의원들이 당적을 떠나 제천시의 행정 전반을 점검하고 잘잘못을 가리는 신성한 장이다"면서 "특히 의원의 5분 발언은 시정 전반을 지켜본 의원이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시정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자리인데 행정 수반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태도를 보면서 13명이나 되는 의원 중 어느하나 그 자리에서 이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은 제천시의회 의원 모두가 '허수아비'나 다름없다"고 질책했다.
"최소한 의회 진행을 진두지휘하는 시의회 의장은 즉시 정회를 선포하고, 제천시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태도에 대한 공식입장과 사과를 받아냈어야 했다"고 의사진행의 무능함도 지적했다.
또 다른 정당인 B씨는 "이 사안은 소속 정당의 입장과는 별개로 제천시장이 제천시의회를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면서 "의회의 권위가 추락하고 의원의 품위와 자존심이 철저히 짓밟히는 것을 보고도 내일이 아니고 내 당의 일이 아니라고 수수방관한다면 제천시민 전체의 자존심을 저버리는 것으로 모두 의원직을 내려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회가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가 의회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모양새로 역할이 바뀐듯 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 국민의힘은 왜 침묵할까?
이상천 제천시장의 부적절한 말과 태도로 촉발된 5분 발언 사태는 이상천 제천시장을 향한 비난에서 최근에는 국민의힘의 무능함, 무기력함으로 그 비난이 화살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5분발언 사태가 벌어진지 10여일이 훌쩍 넘도록 국민의 힘 지역구 및 도당에선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조차 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제천시의회 의원들만이라도 단합해 제천시장에게 항의와 함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는 등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는 듯 하다. 오히려 이 의원의 5분 발언을 두고 비아냥 거리는 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급기야 이러한 국민의힘 내부의 해이한 분위기가 엄태영 국회의원에게 그 화살이 옮겨지는 분위기다. 엄태영 의원이 이상천 시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엄 의원 측 당 관계자는 "문제가 촉발 됐을 때 즉시 모든 사안을 공개하고 대책을 상의했어야 했는데 당사자와 의논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먼저 이 문제를 지적했다"면서 "도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 할 타이밍을 놓쳐서 파장이 커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제천시의회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이상천 시장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낼 것을 요청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까지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면서 "그렇다고 국민의힘 차원에서 마냥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만간 도당 차원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예정이다"고 했다.
# 이 사안이 몰고올 파장
이상천 시장의 조경, 폭포를 비롯한 도시재상뉴딜사업 등 일련의 사업들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쓴소리를 쏟아내는 과정에서 이 의원의 5분 발언은 '시기적절 한 소신있는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의 소신 발언은 잠시 '국민의힘'의 정당지지도를 높이는 상승 작용을 할 수 있었지만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 및 국민의힘 당차원에서 보여준 무능력한 대처는 시민들에게 실망스러움으로 전락하는 듯 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적절한 대처와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했으면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안일한, 무능한 태도는 오히려 비난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제천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전히 '나와는 무관한 일'쯤으로 행동하는 모양새가 시민들의 눈에 곱게 비춰질리 없다.
엄태영 의원의 지역구 장악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당원들 입에선 엄태영 의원과 이상천 시장의 오랜 친분과 불가분의 관계가 지역구 의원들의 결속을 저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조심스런 말까지 나온다.
당장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이번 사태가 몰고올 파장은 가볍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측에서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