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서산장학재단을 압수수색한 것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리스트’ 나머지 인물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본부장급 역할을 맡아 검찰 수사가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자 3번째 소환 대상자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수사팀이 기대를 걸었던 ‘비밀장부’도 지금껏 찾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리스트 명단과 경향신문 인터뷰 외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고지기’인 한장섭 전 경남기업 재무담당 부사장이 2012년 11월 성 전 회장의 지시로 2억원을 마련해 전달하는 자리에 홍 의원 측 인사가 있었다는 진술이 단서의 전부나 다름없다.
수사팀의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은 이런 상황에서 2단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경남기업에 수상한 자금흐름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장학재단은 1991년 성 전 회장이 개인 재산으로 설립했지만, 이후 경남기업 계열사인 대아레저산업과 대아건설로부터 운영자금을 받았다. 이 두 기업은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곳이다. 장학재단은 2012년 총선에서 성 전 회장의 불법 선거활동에 연루됐고, 성 전 회장이 낸 선거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본래 맡은 장학재단의 업무뿐 아니라 ‘정치 사조직’과 ‘비자금 조성 통로’ 역할도 했다는 의미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허를 찌른 계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수사팀은 지난달 15일과 21일 경남기업과 그 계열사 등 각각 10여곳을 압수수색하면서도, 서산장학재단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한 특수통 검사는 “상대방이 방심한 상황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 받았던 2012년 이후 3년간의 비밀 자료가 이곳을 통해 오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압수수색이 시점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장학재단에서 확보한 서류와 홍 의원(2억원), 유 시장(3억원), 서 시장(2억원)에게 전달했다는 자금의 연관성을 살피고 있다. 이곳에서 얼마나 수사 단서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대선자금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비밀장부’의 흔적을 찾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성 전 회장 측근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새로운 관점에서 재개됐다. 검찰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수행비서 이용기씨, 인사총무팀 정모 부장 등을 대상으로 성 전 회장이 2012년에 여야 캠프 관계자와 만난 일정을 정밀하게 복원하고 로비 의혹의 단서를 찾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팀은 또 성 전 회장의 2007년 12월 2번째 특별사면에 대한 자료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사면 대상자 선정을 두고 청와대와 업무상 주고받은 서면자료와 특별사면안이 국무회의에 제출되기까지 법무부가 준비한 내부 의견서 등이 포함됐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고 성완종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운 법치 훼손”이라며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