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공영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느냐는 비판은 정당하다. 상대적·펑균적 보도 내용은 조중동류가 결코 따라 하지 못할 만큼 중립적이고 공정하지만 간혹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기사 함량이 떨어지거나 지극히 편향적인 기사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 지난 3년 동안 연합뉴스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에 있으면서 연합뉴스가 완벽한 공영언론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있어 내 역할을 다 했는가에 대해 깊이 자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연합뉴스를 앞으로 1년간 포털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단히 과도하고도 부당한 횡포임을 분명히 한다.
첫째, 연합뉴스의 지난 10년간 ‘기사형 광고’ 게재는 변명할 여지없는 잘못이지만 이미 32일 간의 포털 노출 중단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2015년 재평위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려놓고 다시 똑같은 위원회가 그 보다 훨씬 더 강력한(아마도 한 언론사의 사활이 걸린) 징계를 내리는 것은 명백한 횡포다.
둘째,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제평위를 주도하고 있는 다른 언론사들이 연합뉴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반감, 즉 뉴스 도매상인 연합이 소매상까지 겸하면서 자신들의 영업을 침해한다는 평소의 반감이 내재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명백한 이기주의의 발로다.
연합뉴스의 도매상 지위라는 것은 계약을 맺고 있는 다른 언론사가 (자신들이 커버하지 못하거나 놓친 분야에서) 연합뉴스의 보도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연합뉴스가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제약조건은 아니다.
뉴스 유통망을 지배하고 있는 포털을 통해 최대한 많은 뉴스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최우선하는 공영언론으로서의 의무이다.
셋째, 과연 포털 제평위가 연합뉴스를 1년씩이나 퇴출을 결정할 자격을 갖추었는가의 문제다. 포털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고, 제평위는 그런 사기업이 자의로 구성한 사적 기구다. 이런 (사적 이익을 최우선 하는) 지극히 사적인 기구가 언론사 신규 제휴와 퇴출을 결정짓는 지극히 공적인 결정을 내릴 권능을 무제한으로 가진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사적 영리회사가 공룡처럼 힘이 세졌다고 해서 언론이라는 공적 영역에 대해 테러를 가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더구나 제평위가 공정하고 중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됐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상황이다.
넷째, 포털 자체가 뉴스유통망을 장악한 채, 광고형 기사보다 훨씬 더 위해한 가짜뉴스, 과장뉴스, 편향뉴스들을 게재하고, 명확하게 설명되지도 않은 뉴스밸류 평가시스템을 핑계로 이들 뉴스들을 상단에 배치하는 등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나는 연합뉴스가 마땅히 법적 절차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포털의 횡포와 싸워야 하지만 연합뉴스 자체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루빨리 잘못된 관행에서 탈피하고 취재와 보도에서도 공영언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재정립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
동시에 포털의 독점체제를 깨뜨리고, 자유경쟁이 가능한 다(多)포털 체제로 나아갈 방법은 없는지, 나아가 공영언론들과 언론진흥기구들이 참여하는 공정한 포털을 만들어 공영언론들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뉴스유통망에 갇혀있는 모순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