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朴대통령 불참…그 이유는?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불참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광주=연합통신넷, 심종완, 장동민기자]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개최됐다.
'5·18 정신으로 갈등과 분열 넘어 미래로 통일로'를 주제로 열린 기념식에는 정치인, 시민, 학생 등 2천여명이 참석해 20여분간 진행됐다.
정부 주관 공식 기념식에는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참석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념사를, 최정길 5·18민주묘지관리소장이 5·18 3개 단체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대신해 경과보고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공석인 국무총리도 참석할 수 없어, 이날 기념식은 처음으로 총리대행인 부총리가 기념사를 하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같은 시각,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는 5·18 유족과 시민사회 등 행사위원회가 주최하는 기념식이 별도로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및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 정치인,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 의장, 시민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위 기념식에서는 내내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져 정부 공식 기념식과 대조를 보였다.
겉보기에는 정부 기념식 참석자가 행사위 기념식보다 많았지만, 5·18 유족과 회원들이 불참한 빈자리에 국가보훈처와의 협약에 따라 광주의 중·고등학교 학생 900여명이 채워진 것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엔 5·18 정신 훼손 큰 반감
이제는 야당엔 人物이 없다
5·18 광주 민심은 끓고 있었다. 국정 난맥에 책임이 큰 정부·여당에도, 호남 민심을 대변한다고 자임해온 야당에도 크게 ‘화’가 나 있었다. 5·18 전야제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물세례를 받았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광주에 올 자격이 없다”는 야유를 들었다. 이처럼 광주 민심은 왜 5·18을 찾은 여야 모두에 들끓고 있는 것일까.
17·18일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호남 여당’에 안주해 성장을 멈춰버린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대학 교원인 이모씨(44)는 “이제 야당엔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이기지 못하는 ‘불임 정당’이 돼버린 제1야당에 대한 실망이었다.
택시기사 윤모씨(58)는 “다음 대선도 힘들다. 누가 대선에 나설 건가. 센 사람이 나서야 하는데…”라며 야권 차기 주자들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했다. 박충일씨(73)는 “대권 잡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자영업자 김병철씨(64)는 “총선, 대선, 재·보선 하나도 못 이기고 반성도 없으니 다 싫어하잖아. 책임도 안 지고”라고 문재인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계속 해먹을 것 같다”고도 했다. 광주 시민들이 지난 대선에서 후보이던 문 대표에게 92%의 지지를 보냈음에도, 대선은 물론 이후 각종 선거에서 번번이 패하며 여권의 국정 난맥과 독선을 견제하지 못하는 제1야당에 대한 좌절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광주 민심에 비친 제1야당의 현실은 안일하기만 하다. 대학 교원 이씨는 “(선거 때) 새누리당 플래카드를 보면 ‘광주를 위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뽑아주십시오’ 이렇게 붙는데 새정치연합은 그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남씨(68)는 “숫자도 적은데 편만 나눠 먹는 게…, (야당) 정치인들 싹 물갈이해야 한다”고 계파 싸움을 비판했다.
주류인 친노 세력에 대한 깊은 반감도 여전했다.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39)은 “노무현(전 대통령) 때부터 호남 소외가 심했다. 문재인(대표)도 그때 그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대표가 ‘호남이 내가 좋아서 찍었나. 이회창이 싫어서 찍었지’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호남에서는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한번 나와보라’는 여론이 많다”며 “우리당에 대한 불만의 배경에는 정권교체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광주 민심이 여당으로 마음을 열 수도 없었다. 시민들은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 등 여전히 5·18 정신을 인정하지 않는 여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편중 인사에 대한 반감도 컸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3월 ‘박근혜 정부의 특정지역 인사편중 해소와 지역균형발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