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둘이 살고 있긴 하지만) 우리 집안 소식통을 자랑하는 마눌님이 잠시 친구와 통화하는 바람에 언제나 한 10분 정도 소식이 늦는 내가 오늘(23일)은 전두환이 죽었다는 소식을 간발의 차이로 먼저 알았다.
“여보~ 전두환이 죽었대~”
“그래~에? 아이고 그 사람, 그렇게 죽는 것을~”
나처럼 강한 기쁨은 느껴지지 않은 대신, 이렇게 죽으면 아무 것도 아닌 인생인데 마치 영원히 부귀영화 누리면서 살 것처럼 그런 약행을 저지르고도 기세등등 반성도 사과도 없이 죽은 한 악인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안타까움이랄까, 미진함 같은 느낌들이 묻어났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너도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로마 격언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 한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였다고 한다.
그러나 전두환에게는 다른 노예들이 있었다. 판사, 검사, 목사, 교수, 고위 관료, 재벌...
이들은 ‘메멘토 모리’를 외친 대신 “학살 권력이여~ 영원하라~”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중 최악의 노예는 조선일보 등 언론이었음은 물론이다.
지금도 그 노예들의 후예들이 “전두환이 정치를 잘 한 것도 있다”심지어는 그가 죽은 날 “전두환이 경제는 잘 했다”고 전두환을 찬양한다.
그래서 나는 한 죽음 앞에서 겸허해지기는커녕 기쁨을 감출 수 없으며 여전히 화를 삭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