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김종원 작가는 현대회화의 원형을 글씨에서 찾는 작가다. 그는 서화의 원형을 텍스트와 이미지가 분리되지 않는 서화동체(書畵同體)를 추구한다. 문자의 삼요소인 소리, 형태, 의미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서예의 미학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탐구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글자의 기원이 되는 갑골문자는 천지신명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졌기에 작가는 조형에 주술과 치유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먹으로 표현된 검정색 지구 위에 경면주사의 붉은색으로 만들어진 알 수 없는 형상들이 위치한다.
“언어에 영성(靈性)이 생기면 시(詩)가 되고 필선(筆線)이 영성을 띠면서 획(劃)이 된다.”
김 작가 작업의 모토다. 화론이라 해도 될 듯 싶다.
“필획에 형세가 어리면 골기(骨氣)를 이루고, 골기는 동적형세(動的形勢)가 정적형태(靜的形態)로 머문 것이다. 이것은 중(中)의 상태에 해당하여 심미표현의 근원이자 근본이다.”
작가 나름의 미학이론이라 하겠다.
“골기의 전개가 붓의 운용으로 운필법과 용필법이 된다. 서(書)는 애초부터 행위의 전개로서 주체성을 가지고 사유를 표현한다. 그 표현의 결과로서 문자의 형성에 관여하고 동시에 문자의 심미표현을 주관한다. 따라서 서(書)는 사유를 표현함이며 그 표현이 문자의 형성과 심미전개를 주체적으로 이끌어 서(書)의 예술성을 완성한다. 인간의 모든 사유의 주체적 전개가 서(書) 행위에 관여되어 있다.”
사실 서화동원(書畵同源)이거나 시서화일률(詩書畵 一律)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공자도 시에서 일어나고(興於詩,흥어시) 예에서 서며(立於禮,입어례) 음악에서 이룬다(成於樂,성어락)고 했다.
“공자의 흥어시(興於詩)는 시에 어린 영성(靈性)을 감발하여 심미를 전개함이고 입어례(立於禮)는 그 전개가 절도에 맞아 인성을 이룸이며, 성어락(成於樂)은 그 인성의 조화로운 전개가 초월성을 띠는 것을 말한다.”
다시말해 인성의 완성이 미적 완성이라는 의미이자 미의 완성은 동시에 대자유의 획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美)는 자유이다.
“마음속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逾矩)‘는 대자유의 전개로서 심미경계의 지극함을 말한다. 서(書)는 사유의 결과로서 자유를 심미적으로 전개한다.”
그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린시절 우리가 많아 보았던 부적(符籍)을 연상시킨다. 부적은 종이에 글씨, 그림, 기호 등을 그린것으로 액막이나 악귀, 잡신을 쫓거나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주술적 도구다. 그의 그림에서 현대미술의 힐링의 기능을 보게 된다. 뒷골목의 자유를 분출했던 그래피티도 떠 올리게 해준다. 김 작가의 행보가 한국현대미술의 또 다른 길을 기대케 한다. 8~14일 토포하우스 개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