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우리에게 남은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세계에서 우리가 만들어온 기억 뿐이다. 이미지와 가상공간에서의 경험이나 기억도 매한가지다."
강영길 작가는 인간의 정체성은 문명이 발달 할 수록 희미해져 가는 것 같지만 어쪄면 더 다채로워지고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가지의 특성으로 인간을 규정하는 시대는 끝났다. 다양함에 열려있고 그것에 다가서는 것이 인류의 역사라고 본다.
”인간이 원하고 존재하는 것들,인간 욕망의 가지수가 늘면서 그것의 노예가 돼 혼돈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인간 정체성의 진보로 보면 시각은 달라진다.“
사실 욕망은 인간행동의 근본 추동력이다. 다채로운 욕망은 그래서 필요하다.
”영원히 멈추지 않고, 끝없는 복제가 일어나는 곳. 원복과 복제의 개념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곳, 그로인해 세계와 인간 의 정체성 마저도 흔들린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내재된 정체성들이 비로소 서서히 꿈틀거리며 표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의 펼쳐짐이라 생각한다.
”가상세계는 현실에 존재 하지만, 아직은 그것의 의미를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생소해서 그럴 뿐이다.’
그는 문명이 발달할수록 가상 세계의 의미는 커져만 간다고 여긴다. 그곳은 세계의 시작이자 말 그대로 세계의 끝이다.
“가상세계에서는 세계의 끝의 바람이 불고 , 세계의 끝의 냄새가 날 것만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한 세계가 시작되고 , 한 세계의 끝에서 느껴지는 모호한 공포와 설레임이다.”
그는 인간의 생명이 새롭게 해석되고 구성되는 지점을 시각화하려고 한다. 새로운 세계 속에서 정체성이라 하겠다. 디지털은 그것을 보다 집약적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한 사람의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로 압축해 내는 이치와 같다.
내년 1월3일까지 갤러리 엠나인에서 열리는 강영길의 ‘Digital Soul’전은 이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디지털 시대에 풍경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표현을 보여준다. 디지털 매체는 끝없는 복제와 멈추지 않는 시스템을 통해 모든 세계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게 되고, 여기서 인간과 자연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세계 속에서 우리의 영혼과 정신은 어떻게 변화 될 것인가를 상징하는 작업이다.
강영길 작가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20여년간 존재의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며 디지털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활용해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각적으로 이끌어내어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물속의 피사체를 촬영한 이미지를 디지털 작업을 통해 수십 장 겹쳐내고 변형하여 작품을 만들어 간다. 수십만 장의 디지털 이미지로 조합된 픽셀로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현대인들의 기억이자 기록인 이미지들의 조합을 통해 이 시대 인간과 자연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인 것이다.
강영길 작가의 작품은 최근 서울옥션블루에서 진행한 제4회 XXBLUE NFT ARTIST 공모에서 작품 ‘Monolith’가 선정된 바 있다. 현재 NFT 아트마켓에서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