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리스트 인물' 6명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
[연합통신넷=김현태기자] 검찰이 한달여간 수사 끝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혐의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나머지 '리스트 인물' 6명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그동안 이들이 관련 목격자 등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구속 가능성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의혹이 알려진 이후 홍 지사는 측근을 동원해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홍 지사의 측근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회유에 대한 배경과 구체적인 회유 과정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또 홍 지사의 행적 등을 입증할만한 증거물을 은닉한 의혹이 있는 나경범 전 보좌관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때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자 측근인 김모 비서관을 통해 증인 윤모씨를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증거 인멸과 관계자 회유 의혹의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검찰이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이 증거인멸을 주요 구속 사유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이들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홍 지사 등이 직접적으로 증인을 회유하는데 가담했다는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고 증인을 회유하려한 인사들 모두 본인 의사로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수사팀은 또 "전례와 기준, 그 외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참작, 판단해 불구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2억원 이상을 수수할 경우 영장을 청구한다는 내부적 기준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해 '봐주기'를 해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일반 사건이었으면 검찰이 충분히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리스트 인물' 6명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수사가 더디게 진행 중이다. 검찰은 경남기업 재무담당 한아무개 전 부사장이 성 전 회장의 지시로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 김아무개씨에게 건넸다는 진술이 나온 2억원의 종착지가 홍 의원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2012년 대선 당시 성 전 회장과 홍 의원의 동선을 비교·분석 중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김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어떤 형태로든 홍 의원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힌편 김기춘, 허태열, 이병기 등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들에 대한 수사는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단서가 남아 있지 않아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한 상테디.
한 변호사는 "홍 지사 등에 비해 죄질이 나쁘다고 보기 어려운 경남기업 관련자들이 수사 초기 구속됐는데 증거 인멸 시도가 예상되는 인사들을 불구속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구속 영장 청구도 충분히 가능해보이는데 검찰이 몸을 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 역시 이 같은 수사팀의 조치에 반발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홍 지사는 증거인멸을 시도한 적도 있다"며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정권에 대한 위협용으로 공천헌금 카드까지 꺼냈다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기소 여부를 21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