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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웨이웨이 ''예술적 창의력이 행동하는 힘"..
문화

아이 웨이웨이 ''예술적 창의력이 행동하는 힘"

편완식 기자 wansikv@gmail.com 입력 2021/12/17 16:51 수정 2021.12.17 17:42
시대를 예술로 소통하는 작가,
'보잘것 없는 가치'가 중국의 위기..난민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 통찰 필요
내년 4월 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아이 웨이웨이 (국립현대미술관)
소통을 예술의 생명으로 여기는  중국출신 작가  아이 웨이웨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표현의 자유가 전제된 예술에 대한 나의 정의는 언제나 똑같다. 새로운 의사소통 방법에 관한 것이다.”

천안문 광장을 향해 ‘엿 먹어라’ 손가락질하는 자신의 모습을 셀카로 찍은 작품 ‘원근법 연구’는 아이 웨이웨이(艾未未) 작품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국 공안에 끌려가는 모습을 셀카로 찍은 작품 ‘조명’도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내년 4월 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시대를 예술을 소통하는 아이 웨이웨이 개인전이 열린다.

검은 샹들리에
검은 샹들리에

얼마전 홍콩의 M+문화박물관이 그의 대표작인 ‘원근법 연구’이미지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전시에서도 제외한 일이 있었다. 중국정부의 문화예술검열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표현의 자유는 생명 본연의 속성이다. 생명으로서 개체가 당연히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생명의 중요한 특성, 인간으로서의 특성은 더이상 없게 된다.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어떤 정치체제에 대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인권의 기본적 가치인 것이다. 천부인권으로 어떤 권력이나 정치, 종교적 명분으로도 침해될 수 없는 권리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인권 문제를 다룬 그의 대표작 ‘빨래방’을 볼 수 있다. ‘난민 모티프의 도자기 기둥’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난민들의 옷과 신발 등 물품으로 구성된 ‘빨래방’은 작가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에 위치했던 이도메니 난민캠프에서 수집한 것이다. 캠프에 남겨진 물품을 모아 베를린 스튜디오로 운반하여 세탁, 수선하고 다림질한 뒤 목록을 만들었다. 신생아를 위한 옷부터 어린이용 드레스, 알록달록한 물방울 무늬 바지 등 유아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대의 옷들이 망라된 ‘빨래방’은 지금 여기, 부재한 사람들의 존재를 불편하게 환기시킨다.

“난민의 위기는 없다. 단지 인간의 위기만 있을 뿐이다. 난민을 다루면서 우리는 우라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를 잃었다.”

빨래방
빨래방

그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문화행사를 취소시키고 일상에 제한을 가하는 것에도 강한 유감이다.

“정부가 개인이 스스로의 생명을 관장하는 일에 제한을 가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개인의 기본권으로, 생로병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국가가 과도하게 권력을 사용했고, 중국이 가장 심했다. 그들은 군사적인 방식으로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려 했다.”

사실 그는 예술가로서 제약이 많은 환경에 잘 적응해 왔다.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정치난민으로서 아주 많은 제약을 받았지만, 그래도 세 편의 다큐멘터리 ‘바퀴벌레’와 ‘로힝야’,그리고 우한 코로나 상황을 다룬 ‘Coronation’을 이미 완성했다. 네 번째 다큐멘터리 ‘나무’도 마무리 했다.

그가 정치적 탄압이나 그 밖의 모든 장애에서 굴복하지 않는 원동력을 뭘까.

조명
조명

“창의력이 행동할 수 있는 힘이다. 예술이나 예술가에게 정해진 역할은 없다. 만약 역할이란 것이 있다면 인류의 환경이나 인류가 처한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의 역할은 반드시 변한다. 인류가 직면한 정신적 사회적 대위기 상황에서 예술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건 송장이나 마찬가지다.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하지만 지금 예술은 이미 반은 죽은 상태이고, 예술에 관한 이론이나 미학, 철학적 사유는 사실 마비 상태에 있다. 세계화가 낳은 문제다. 이렇게 큰 인류의 고난과 불안에 대한 예술의 반응은 너무나 미약하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검은 샹들리에’는 사람의 두개골과 인체의 골격을 가지고 만들었다. 이것은 죽음에 직면한 어둠 속에 있는 인류를 묘사한 것이다.”

그는 예술은 문제와 모순으로부터 나오고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정치 환경이 엄혹한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면 작품이란 것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국제 이슈’라고 했다.

“내 생명, 생명에 대한 이해, 제가 처한 상황이 세계적 문제의 일부분이다.”

그의 다큐멘터리 ‘Coronation’은 우한 현지사람들의 도움으로 원격촬영된 것이다.

“제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모두 기록할 가치가 있는 소재다. 우리는 모두 이런 기록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옳다고 생각하는 건 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제작이유는 없다. 역사에 증언을 남기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도 있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주요 영화제에서 상영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처음에는 다들 반겼지만 결국 모두 거절했다. 이는 현재 중국의 국가 위상이 유럽과 미국의 정치적 환경과 중국 시장에 대한 그들의 요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유럽,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원근법 연구
원근법 연구

그는 중국이나 중국 미술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보잘 것 없는 가치‘라고 일갈했다.

”사실 중국미술계와 중국은 하나입니다. 중국이 직면한 도전은 갈수록 막강해지는 정치적, 경제적 힘에 비해 보잘것없는 가치체계로 어떻게 서방 자본주의, 가치체계를 설득하고 정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도전은 점점 거세게 압박할 것이다. 중국 미술계는 태생적인 결함이 있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생존을 위해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추구와 사실 추구라는 입장을 포기했다.“

그는 지금 독일을 떠나 포르투갈에 거주하고 있다. 중국과 밀착해 가는 독일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 근래 이탈리아를 다녀왔고 자주 가는 곳은 영국이다. 작업하느라 독일에도 자주 간다. 그는 스스로를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라 했다. 사실상 그도 정치적 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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