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손상철기자] 청와대는 14일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특별수사를 제외한 검찰 직접수사 폐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청와대의 개혁안 최종 목표는 권력의 오남용을 시스템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개혁안에서 청와대는 국정원의 정보기능과 수사기능을 분리할 뜻을 명확히 했다. 미국에서 정보는 CIA가, 수사는 FBI가 담당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대부분 일치한다. 청와대는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시민혁명 정신에 따른 국민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으로 권력남용 통제 등 3대 개혁 기본 방침을 제시했다.
개혁안을 보면 정보기관이 대통령 직속인 건 미국과 같고 수사기관은 미국이 법무부 산하인 반면 우리는 경찰청 산하로 가게 된다.청와대는 국민이 개혁의 주체이자 동력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의 권력기관 개혁법안 동의를 요청했다. 청와대 측은 경찰에 이미 대공수사 기능이 있다고 설명하고, 대신 이 기능이 오남용 되지 않도록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박종철·이한열 열사 사망 사건, 2015년 백남기 농민의 물대포 사망 등을 언급하면서 "독재 시대가 끝나고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조직 이익과 권력 편의에 따라 국민 반대편에 서왔다"며 "이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고 밝혔다. 검찰권 부분에선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같은 극약 처방을 쓰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직접수사권을 상당 부분 제한했고, 법무실장과 인권국장 등 법무부 요직에도 비검사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다만 경찰 권력의 경우는 자치경찰제와 경찰위원회를 강화해 권력분산을 한다곤 하지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까지 상당 부분 넘겨받는 만큼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또 경찰청에 검경수사권 조정에 이어 국정원에서 인력을 충원받아 안보수사처(가칭)가 신설된다. 이로 인해 대공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 수석을 발표자로 투입하며 권력기구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청와대는 이제 국회의 시간이 왔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조 수석은 "경찰은 전국에 10만명 이상 인원으로 수사권은 물론 정보·경비·경호 등 광범위한 치안 권한을 갖고 있고 대공수사권까지 이관될 예정"이라며 "방대한 조직과 거대 기능이 국민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개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공수사권 이관과 공수처 설치 등 핵심 쟁점을 놓고선 여야의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조 수석은 "그동안 국정원이 국내외 정보수집권, 대공수사권, 기획조정권한 등을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했으며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미 국정원은 국내 정치정보 수집이 금지됐다. 또한 앞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원도 감사원 감사를 받도록 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시행하려면 국회 동의가 절실하다. 청와대는 국민 지지를 추진력으로 삼아 정면 돌파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야당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권력기관 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까지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 사개특위 논의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