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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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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알겠소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21/12/23 01:08 수정 2021.12.23 01:09

그제 오후 4시,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그 내용을 한 번 보겠습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이를 바로잡는 적극적인 행위가 없고, 오히려 여유가 없어서 당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방송 링크를 취재하는 언론인에게 보냈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확인하는 순간 확신이 들었습니다.

울산에서의 회동이 누군가에게는 그래도 대의명분을 생각해서 할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겨줬다면, 일군의 무리에게는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부담을 느껴서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서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 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습니다.」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알겠소’라는 말이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이지요. 까마귀는 함께 모여 삽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리더가 없어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다른 새들은 대부분 수컷이 암컷보다 크고 깃털도 화려하여 쉽게 구분이 됩니다.

하지만 까마귀는 모습도 비슷하고 색깔도 암수 구분 없이 모두 검은색입니다. 그러니 어느 것이 암컷이고 수컷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중국 고대 주(周) 나라부터 전해지는 《시경(詩經》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을 쉽게 구분할 수 없어서, 선악(善惡)이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지요.

비유적으로 쓰인 《시경(詩經)》 <소아편(小雅編)>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산이 비록 낮다고 하지만/ 산등성이도 있고 구릉도 있네/ 백성의 뜬소문을 어찌하여 막지 못하나/ 저 노인장을 불러 꿈을 점치는 사람에게 물어보네./ 저마다 자기가 성인이라 하니/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구별할 수 있으리.」

이 시(詩)는 주나라의 포악(暴惡)한 유왕(幽王)을 두고 지은 시라고 알려졌습니다. 하지지만 이런 상태가 그 옛날에만 있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지금 우리나라 대선판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게 보이네요. 정치인들이 온통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온통 검습니다. 이제는 겉과 속이 공히 새까만 것 같습니다.

특히, 대권후보자들을 보면, 저마다 자기가 선인(善人)이고, 유능한 것 같이 자신이 아니면 나라를 구할 수 없다고 떠들어댑니다. 그러니 마치 까마귀처럼 암수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아무튼 까마귀의 암수는 구분할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속이라도 덜 까만 까마귀는 어디 없을까요?

이제는 진영논리(陣營論理)에서만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같은 진영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시비이해(是非利害)조차 구분 못하는 군상(群像)들이 판을 치는 정당인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국민의힘은 개혁을 하든지 헤쳐모여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체로 검은색은 어둠과 죽음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색깔을 온통 뒤집어쓴 새가 까마귀입니다. 거기에다가 불길하고 불운(不運)을 가져오는 새로 여겨 사람들이 멀리 합니다. 하지만 까마귀 하면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포지효(反哺之孝)’가 있습니다. 까마귀의 새끼는 어미가 약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다 키워야 자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미가 늙어 날지를 못해 먹이 활동을 못하면, 새끼는 거의 두 달 동안 먹이를 사냥하여 어미에게 봉양(奉養)을 다한다고 합니다.

다른 새들은 늙어서 먹이활동을 못하면, 1주일도 못 가서 굶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까마귀는 늙어 먹이활동을 못해도, 새끼의 보은(報恩)으로 두 달 정도를 더 산다고 합니다.

반포지효는 옛날 진(晉) 나라의 무제(武帝) 때에 이밀(李密)이라는 신하를 무척 신임하여 높은 벼슬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밀은 할머니를 봉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벼슬을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낱 미물인 까마귀도 자신을 길러준 어미의 은혜를 갚는다고 하는데, 늙으신 할머니를 두고 어찌 나갈 수가 있겠습니까? 부디 할머니를 끝까지 봉양할 수 있도록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며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할머니를 보살폈다고 합니다.

아무튼, 까마귀는 어미에 대한 보은으로 효성스러운 새입니다. 그런 좋은 새를 두고 불길하다느니 흉조이니 하는 생각은 가당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발 ‘오합지졸 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나 보은하는 당, 진정한 국민을 모시며 효도 하는 당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알겠소(誰知 烏之雌雄)’의 고사를 살펴보았네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12월 2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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