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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왜? / 포스코건설 사무보조원 횡령 미스터리..
사회

뉴스분석 왜? / 포스코건설 사무보조원 횡령 미스터리

김현태, 심종완 기자 입력 2015/05/23 12:37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인천 송도에 자리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스분석 왜? / 포스코건설 사무보조원 횡령 미스터리

 

▶ 포스코건설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정조준하면서도 지난 3월에는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직원 김아무개씨를 불러 조사했습니다. 공사현장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채용된 김씨는 전도금 통장에서 109억원을 손쉽게 빼돌렸습니다. 이 사건은 그저 공사현장에서 증빙지 없이 전표만 치면 돈이 입금되는 허술한 포스코건설의 한 단면만을 보여주는 걸까요?

 


포스코건설 비자금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21일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정동화(64) 전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현장전도금(본사에서 사업장에 보내주는 경비)을 빼돌리는 방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과 비슷한 방법으로 100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또 한 명의 직원이 있다. 2009년 1월~2014년 1월 경기도 김포시 하수도 시설 공사 현장 등에서 근무한 비정규직 현장사무보조원 김아무개(34)씨다. 포스코건설과 직접 비정규직 계약을 하지 않고 공사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채용하는 인력인 ‘현채’(현장채용) 여성 직원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3월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김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장전도금이 어떻게 빼돌려지는지 구조를 보기 위해 불렀다”고 말했다. 권한이 많지 않은 공사현장 비정규직 직원이 5년 동안 109억원을 횡령할 동안 본사는 증빙지가 없어도 해당 직원이 전표를 청구하는 대로 돈을 입금해줬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월 감사 과정에서 김씨의 100억원대 횡령 규모를 알고서도 피해액을 30억원으로 하여 검찰에 고소했다. 횡령액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도 적극적이지 않다. 김씨가 빼돌린 횡령액으로 오빠의 사업자금(3억5000만원), 남편의 채무 변제(5억5000만원) 등에 사용했다고 시인했는데도 이에 대한 회수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통상적 횡령 사건에서 피의자가 다른 사람 명의로 빼돌린 자산은 민사소송 등을 통해 피해 법인이 회수해야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김씨 가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벌이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은 “가족들의 범죄 가담 정황이 나오지 않고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아 민사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씨의 판결문을 보면, 포스코가 김씨에게서 회수한 금액은 부동산과 차량, 명품, 현금 등 60억~70억원이다. 당시 검찰과 법원은 100억원대 횡령 사건을 현장 채용 직원인 김씨의 단독 범행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2만원짜리 반려, 3억원짜리는 바로 승인

 

“저 김○○은 살면서 진실을 말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회사에 입사해 많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면서 다양한 삶을 보게 되었고 제가 생각했던 상상 속의 삶과 기준이 마치 저의 진실된 삶인 것처럼 포장하여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저는 제가 그려왔던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2014년 1월29일 검찰 진술서)

 

김씨는 사소한 인연으로 포스코건설 토목공사 현장에 입사했다. 김씨의 어머니가 일하는 경기도 군포시 ㄱ식당 사장이 단골손님인 포스코건설 박아무개 본부장에게 김씨의 취직을 부탁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16일 감사실에서 적발되기 전까지 5년간 자신을 포스코건설 임원의 조카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고가의 외제 차량을 바꿔 가며 타고, 기사까지 대동한 김씨를 직원들은 부잣집 딸로 알고 있었다.

 

비정규직인 김씨가 2009~2014년 100억원대를 빼돌리는 동안 포스코건설은 이를 파악하거나 바로잡지 못했다. 김씨의 피의자신문조서 등 검찰 기록을 보면 전도금이 얼마나 쉽게 횡령되는지 알 수 있다. 김씨가 공사현장 직원 숙소를 임차했다고 허위 전표를 청구하면, 본사는 확인 없이 전도금 통장으로 임차보증금을 보냈다. 현장에서의 전도금 통장 관리도 허술했다. 김씨는 전도금 통장에서 자신과 남편 계좌 등으로 대범하게 이체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내부 감사 보고서를 보면 김씨가 “웃기다”라는 표현을 쓸 만큼 재무관리가 허술했다.

 

“숙소가 실제 안 생겼는데 신청하니까 입금이 됐다. 웃긴 게 같은 날 2억7000만원, 2억8000만원씩 각각 신청하고 품의서가 없어도 돈이 들어왔다. 한번 해보니 돈이 들어와서 계속했다.”(2014년 1월17일)


책상 아래 쌓인 책더미에서 누런색 서류 봉투를 꺼내들었다. 2년 만에 꺼내든 봉투는 꼬질꼬질하다. 제보 내용이 담긴 누런색 서류 봉투를 2013년 포스코의 한 간부에게 받았다. 그때 제보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버릴 수는 없었다.(기자들은 제보를 ‘사실’로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고는 보도하지 않는다.) 검찰이 거액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고 전 정권과의 연결고리 등 비위 의혹에 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는 지금, ‘낙종’의 부끄러운 단서를 책상 밑에 기어 들어가 찾았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협력사 동양종합건설의 수의 계약서와 각종 의혹, 비위와 관련된 핵심 임원에 대한 소개가 적힌 종이들을 봉투에서 꺼냈다. 검찰은 실질적 소유주인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이자 영남일보 대표이사를 지난달 26일 출국금지했다. 동양종합건설은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법인으로부터 2400억원 규모, 7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정○○: 부산 출신. 경남고. 한양대. 후배들을 잘 챙기는 의리파로 자기 고향 출신 후배를 잘 챙김. 승진할 때 조○○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승진. 당시 서열에서 밀렸으나 이○○의 도움을 받아 정치권의 박○○과 연결되어 파워게임에서 이겼음. 이○○과는 포스코에 있을 때 바둑 친구로서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함. 작년 대선에 경남고 후배인 문재인 후보를 비밀리에 밀었음이 현 정권에 알려져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함.

권○○: 정○○의 경남고 후배. 새 정권 들어 현 경영진들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회사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는 부장급 직원 등 60여명을 직무부적합자로 분류하여 재교육센터를 운영함과 동시에 이들이 현업에 명령을 받지 못하면 자동 퇴직시킨다는 공포 인사정책을 시행하여 직원들 및 해당 가족의 불안감을 초래. 직무부적합자를 선정할 때도 객관적 기준 없이 평소 자기가 비호감으로 생각했던 직원을 포함하고 호감을 가진 직원은 제외.

“섭섭하고 확 때려치워버려 하는 생각도 했겠지만 출근을 100% 다 하셨어요. 출근을 왜 했을까요? 다 때려치우고 돈 때문에 나와요. 저도 돈 필요 없으면 여러분 앞에서 이런 얘기 할 필요가 없어요. 고참들도 앞에 앉아요. 실제로 고참들이 더 절실하죠. 그죠? 한참 돈 들어가는 나이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요.”

권아무개 상무가 직원들에게 발언한 녹취록을 적은 취재수첩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2013년 포스코는 인천 송도에 직무교육센터를 만들어 직무부적합자로 분류된 직원 60여명을 대상으로 업무를 주지 않고 ‘자습’을 시키며 이런 말을 했었다. 2년 만에 꺼내든 누런 봉투를 책상 위에 도로 올려놓았다.

 
포스코 역대 회장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무리한 확장, 반토막난 5년

검찰 수사와 별개로 포스코 내부에서도 정준양 전 회장 재임기간을 ‘잃어버린 5년’이라고 부른다. 정 전 회장이 재임한 2009~2014년 포스코의 경영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부채 비율은 58.7%(2009년)에서 88.3%(2014년)로 치솟은 반면 영업이익률은 10.6%(2009년)에서 4.9%(2014년)로 반토막 났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재무구조에 대해 심각한 경고음을 울렸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A에서 BBB+로, 무디스는 A1에서 Baa2로 강등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2009년 취임한 정준양 전 회장은 포스코의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다. 자원 개발, 신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규모를 키웠다. 정 전 회장이 2009년 선임된 뒤 계열사는 36개에서 71개로 급증했다. 돈은 들였지만, 벌지는 못했다. 1600억원을 들여 2010년 5월에 인수한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은 이듬해 18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가 3조3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2010년 9월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도 이익이 감소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벌이는 성진지오텍, 동양종합건설 등도 무리한 사업확장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검찰은 인수합병(M&A), 일감 몰아주기, 과다계상 등을 통해 협력사에 이득을 주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자금이 정 전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눈여겨볼 점은 타이밍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정 전 회장 재임기간 내내 포스코 비리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왔기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포스코 역사에서 최고경영자들이 교체되는 과정을 되짚어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모습이다.

‘보이지 않는 손’ 정권 교체마다
민영기업 포스코 회장 바꿨다
6년 전 회장 후보 윤석만은
정치권 외압 폭로하고 탈락
대신 정준양 회장이 선임됐다

100억대 횡령 사건 터져도
계약직 직원 1명 비리로
잇따른 비리 의혹이 묻혔다
정권 바뀌자 칼 빼든 검찰
핵심 겨눌까, 의도는 뭘까


지난해 3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기 이전 포스코 회장들 가운데 임기 3년을 채운 회장은 거의 없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3년을 채우지 못하거나, 연임에 성공했다가 임기 중에 사임했다. 대다수 퇴임 전후에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포스코 전신인 포항제철의 창업자로 알려진 박태준 명예회장은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가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최고위원을 맡았던 정당을 탈당하고 포스코 회장에서 물러났다. 2대 황경로 회장은 임기 6개월 만에 뇌물수수 혐의로 물러났다. 정명식 회장도 1년 만에 그만뒀다. 재무부 장관 출신인 김만제 회장이 포스코 사상 처음으로 외부 인사 출신 회장이 됐지만,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이구택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이구택 회장 역시 임기 1년을 남기고 정준양 회장에게 회장실을 비워줬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된 사기업이다. 2011년 한국거래소로부터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선정될 만큼 ‘가시적인 지배구조’는 나쁠 게 없다. 외국인 지분율이 약 40%를 필두로 기관투자와 개인투자자가 고루 분포돼 있다. 특정 오너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주인 없는 기업이다. 정부 지분도 없다. 이사회가 구성한 시이오(CEO)추천위원회가 면접 등을 통해 회장을 선임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 작용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정 전 회장이 선임될 당시 경쟁자였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은 2009년 1월29일 열린 포스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박영준 차관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회장 후보를 포기하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천신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이자 측근이다. 1973년 포항에서 제철화학으로 사업을 시작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도 가깝다. 당시 자연인 신분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포스코 회장 후보를 만나고 다녔고, 회장 선임 전인 2009년 1월12일 천신일 회장은 당시 포스코 후보자 두 사람에게 모두 전화를 걸었다. 당시 박 전 차관은 “정준양 회장을 우연히 만났다”고 해명했다. 천신일 회장은 “회장 후보들에게 덕담을 하기 위해 전화했다”고 말했다.

 

겉핥기만 한 비자금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검찰은 포스코를 수사했다. 포스코의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로비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에 백화점과 쇼핑몰, 오피스빌딩 등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게 파이시티 사업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은 2010년 8월 법원에 시행사 파산신청을 냈다. 채권단은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기로 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사업설명회에는 대형 건설사 13곳이 참석했는데 포스코건설이 최종 확정됐다. 보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시공사가 대출지급보증(자금력이 약한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가 대출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서지만 포스코건설은 보증을 서지 않는다. 포스코건설은 유일하게 기존 조건을 뒤엎는 사업제안서를 냈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박영준 전 차관 등이 압력을 행사했고 이 과정에서 포항 기업인 제이엔테크가 돈세탁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 부분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당시 파이시티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고 인허가 관련 로비를 했다는 부분만 인정돼 박 전 차관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6년 당시 박영준은 서울시 정무국장이었다.

검찰은 성진지오텍(현재 기업명은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10년 <한겨레21>이 의혹을 제기한 사건이다. 포스코는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 경영권 인수를 위해 전 대주주의 주식 중 일부를 사들이면서 100%에 가까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해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안겨줬다.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사들인 주식과 비슷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증서)을 성진지오텍의 전 대주주에게 임의로 매각해 역시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넘겨줬다. 이를 근거로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2010년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보이지 않는 정권 실세가 인수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감사원과 금감원에 조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같은 해 9~10월 감사 결과 산업은행 담당자의 경징계(견책) 정도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사건도 개인 비리로 끝이 났다. 지난해 초 포스코건설 감사실은 거액의 횡령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안양의 공사 현장에 근무하던 계약직 직원이 직원 숙소 보증금을 빼돌려 수십억원을 횡령했다는 내용이다. 포스코건설은 이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이 직원의 횡령액수는 109억원으로 늘어났고 징역 7년이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도 횡령자금 가운데 40억~50억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계약직 직원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영진과 공모해 비자금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 4대강 사업에도 적극 참여했다. 2010년까지 7조원을 넘었던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2011년 말 2조2150억원으로 줄었다. 3조3700억원에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며 거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박 전 차관이 연루된 다이아몬드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진 카메룬에 대우인터내셔널은 2011년 지사를 설립했다. 박 전 차관은 1994년 민자당 정책조정1실장이었던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 되기 전까지 대우에서 9년간 일했다. 그룹 기획조정실에 있으며 해외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 시설부터 자원외교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동양종합건설과 과거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던 제이엔테크, 성진지오텍 등은 박영준 전 차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관계는 ‘박 전 차관-제이엔테크 이동조 회장 등 지역 기업인-정동화 포스코 전 부회장-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으로 이어진다. 검찰은 정 전 회장과 정 전 부회장을 모두 출국 금지했다. 재계 순위 8위인 국내 굴지의 기업 포스코가 5년간 영업이익률이 반토막 나고, 시가총액은 2009년 27조2023억원에서 2014년 24조4123억원으로 10.26% 감소했다. 포스코의 절반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포스코 내부의 경영 비리에 국한됐을까. 청와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음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명박 전 정권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주주는 언제 주인이 될까


“(검찰 수사가) 쉽지 않을 텐데요.” 지난달 31일, 2년 전 누런 봉투를 줬던 포스코 전 간부를 만났다. 그는 검찰 수사를 낙관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지난 정권에 그룹 안 보안이 강화됐어요. 보안의 날이 한달에 한번 있고 파쇄 차량이 왔죠. 문서 보관 기관이 길지 않아요. 문제가 생겼다, 예를 들어 검찰이 온다 하면 누가 문건을 갖고 어떻게 한다 등 대비책도 미리 정해 놓습니다. 이사회 자료조차 남아 있지 않을걸요? 검찰이 수사 속도 내긴 힘들 것 같은데요.”

검찰이 정조준하는 포스코건설의 100억원대 베트남 법인 비자금 조성 또한 포스코는 내부 감사를 통해 지난해 파악하고 있었다. 진상을 파악한 감사팀은 지난해 ‘사법기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보고를 했지만 고위 임원이 결재를 하지 않았다.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고 내부 인사 조처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이번 검찰 수사가 포스코 길들이기 차원을 떠나 전 정권의 핵심 몸통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문제다. 정권이 아닌, 주주들이 주인 되는 기업은 포스코의 영원한 숙제다.

 

“품의를 반려한 사람은 재무관리그룹 김○○ 직원 딱 한 명 있었다. 2만2000원짜리 계정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려해서 걱정했으나 그다음 숙소 결제 건인 3억3000만원은 바로 승인해줬다. 월 마감 이후 매월 초 증빙 총괄표를 출력하여 10일까지 증빙지를 재무관리 그룹에 보내야 했으나, 대부분 발송하지 않았다. 재무관리 그룹에서 분기별로 한 번씩 본인에게 독촉이 왔고, 보내겠다고 이야기하면 다시 확인을 하지 않았다.”

김씨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숙소 임차비를 제외한 원가(경비)에 대해서만 정산을 했다”고 진술했다. 임차 계약 기간이 끝나면 회사로 회수되어야 할 임차보증금은 회계상 미수 채권으로 분류된다. 포스코건설은 미수 채권인 임차보증금에 대한 결산도, 감사도 하지 않았다.

 


현장소장과 관리팀장도 김씨의 횡령을 막지 못했다. 통상적 절차대로 하자면, 현장 사무보조원은 직원 임차 숙소 관련 전표를 작성하고 현장소장과 관리팀장의 내부 결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장소장과 관리팀장은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결재할 수 있는 접속 정보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주었다. 김씨가 가짜 결재를 하면 본사 재무그룹, 자금그룹 차례로 결재가 이뤄진다. 그러나 본사 회계 담당자들 또한 5년간 검토 한 번 없이 전표를 치는 대로 돈을 입금했다.

 

공사현장서 사무보조원 채용돼
고위임원 딸 행세한 김아무개씨
증빙지 없어도 전표만 치면
회사는 확인 없이 돈을 입금했다
그렇게 5년 동안 109억원 횡령

100억원대 없어져도 ‘수수방관’
포스코는 30억원만 고소했고
김씨가 시인한 돈 사용처에 대해
웬일인지 민사소송도 안해
미스터리는 공회전하고 있다

 

자체감사 뒤 피해규모 30억원만 적어

 

지난해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김씨를 기소한 고양지청 담당 검사는 수사 초기에 계약직 직원 김씨와 다른 직원의 공모 여부를 의심했다.

검사: “피해금액이 크고 수회에 걸쳐 범행한 점, 회계 상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주의를 가지고 보면 비위를 금방 적발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현장 회계 담당자, 재무·자금 그룹 등 3단계 이상 결재를 거쳐야 하며 회계 담당자들이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적발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누가 피의자 범행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포스코건설 감사실 소속 허아무개 부장: “감사를 쭉 해본 결과 업무를 철저히 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포스코건설 감사실이 현장숙소 임차보증금 횡령 사건을 알게 된 시점은 지난해 1월16일이다. 포스코건설은 김씨를 검찰에 넘기기 전 자체 조사를 통해 피해 규모를 파악했다.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부가 1월21일 작성한 ‘현장숙소 임차보증금 횡령사건 보고’를 보면, 2009년 7월~2014년 1월 122억원이 횡령된 것으로 조사됐다. 1월24일 감사실이 김씨를 조사한 내용을 봐도 포스코건설은 횡령 금액이 100억원 이상임을 알고 있었다.

 

감사실: “전도금 통장 104억원에서 김아무개씨 외환은행 계좌로 60여억원이 이체되었는데 잔액인 40억원은 어디로 송금되었나?”

김씨: “전도금 통장에서 오빠 계좌로 3억2000만원씩 두번 해서 6억4000만원을 이체했다. 현금은 6억2000만원 인출했고 콘도 회원권을 구매하였다. 명품 상품권 판매업자인 신아무개씨에게 11억원을 이체했다. …(생략)”

그러나 포스코건설이 자체 감사를 끝낸 뒤 지난해 1월23일 고양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적은 피해 규모는 30억원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횡령액을 3분의 1 아래로 줄인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이에 대해 “피해가 여러 현장에서 발생해 내부 감사를 통해 최초 확인한 피해액부터 우선 고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26일 김씨에 대한 두번째 피의자 신문을 하다 뒤늦게 포스코건설로부터 추가 피해 규모를 확인했다. 검찰이 포스코건설 감사팀 소속 허아무개 부장에게 전화해 김씨가 근무한 현장 가운데 김포 하수처리장 현장 피해 금액을 물어본 것이다. 허 부장은 “피해 금액이 약 60억 정도 된다. 내일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검찰에 답변했다. 김씨 앞에서 전화를 끊은 담당 검사가 늘어난 피해 규모에 대해 추궁하자 김씨는 당황한다.

 

검사: “포스코건설 자체 감사 결과 피의자가 횡령한 자금이 60억원이라고 하는데 어떤가요.”

김씨: “그거는….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은데요. 포스코하고 한번 맞춰 봐야 할 것 같은데요.”

포스코건설이 피해 규모를 109억원으로 확정하고 두번째 고소장을 접수한 시점은 지난해 1월29일이다.

 


포스코건설이 공사현장 채용 직원 김아무개씨의 횡령 사건이 벌어지자 지난해 1월21일 자체 조사한 내부 보고서.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부는 횡령액을 122억원으로 추정했으나 이틀 뒤인 지난해 1월23일 횡령액을 30억원으로 축소해 검찰에 고소했다.

관리책임자 서아무개씨는 멀쩡히 본사로 떠나

 

김씨는 검찰 조사와 포스코 내부 감사 당시 “횡령액 가운데 2억~3억원을 직원들 골프 비용으로 썼다. 직원들은 자신이 기업 홍보실이나 스폰서를 통해 골프를 예약한 줄 알고 내가 횡령한 돈으로 결제했는지 모른다”고 진술했다. 수감중인 김씨는 지난달 1일 포스코건설을 퇴직한 관계자와의 면회에서 재무그룹과 감사실 고위직 임원이 자신이 낸 비용으로 골프를 쳤다고 말했다.

 

“내가 여직원임에도 에프에이(관리) 회의에 맨날 갔다는 말이에요. 그러고 나서 골프가 되면서 장아무개 부장이 ‘대머리랑 간다’고 하면, 대머리가 (당시 재무그룹 상무보인) 서아무개잖아. 골프나 이런 것들은 다 말하자면 그룹장 이상(이 친다). 김아무개 감사도 골프를 쳤어. 그 이야기도 감사실에서 조사받을 때 다 이야기했어. 내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회사에서 검찰에 낸 서류는, 내가 회사에서 조사받을 때의 10%도 안 돼요.”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고소한 지난해 1월23일부터 약 3주 뒤인 2월14일 김씨를 기소했다. 횡령액 109억3700만원 가운데 54억1887만8218원에 대해 사용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용처는 남편 안아무개 대출 변제 5억5000만원, 부모님 생활비 지급 3억3000여만원, 오빠 김○○ 사업자금 비용 2억5000여만원, 외제차 4대와 유지비용 7억원, 부동산 구입 15억원, 연예기획사 투자금과 골프비용 등 9억5000만원, 생활비 3억5000만원, 압수된 현금 2억3800여만원, 포스코건설 현장경비 5억4700여만원이다. 검찰이 사용처라고 밝힌 금액 가운데 일부는 실상 ‘김씨의 입’에 의존했다. 김씨가 “차량 리스와 구입비 5억원에서 유지비가 1억~2억쯤 된다”고 진술한 부분을 사용처에 반영한 것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사용처로 밝힌 54억1887만원을 제외하고 남은 피해액 약 55억원은 쇼핑 등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횡령 자금은 김씨의 통장에서 남편 안씨의 통장으로 대다수 계좌이체가 됐다. 검찰이 2009년 1월1일~2014년 1월16일 김씨의 계좌이체 내역을 조사한 결과, 남편 안씨 115억1873만1348원(이 가운데 김씨 계좌로 되돌아온 금액이 29억9567만2414원), 부모 3억3111만5000원, 오빠 김아무개씨에게 2억5166만5990원이 송금됐다. 남편 안씨가 사실상 자금세탁 통로 구실을 한 셈이다. 김씨는 “(남편인 항공사) 기장님을 포스코 사외이사로 등재시켜 두었고 회사에서 사외이사 복지비용을 준다고 거짓말했다. 입금할 때마다 포스코 회장실에 근무하는 정성희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5년간 김씨와 남편 안씨 명의 통장에서 출금된 신용카드 대금만 30억원이 넘는다.

 

포스코건설은 여직원 횡령액 가운데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잡손실’로 회계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4월 이 횡령 사건과 관련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4명을 퇴직시키고 22명을 경징계했다. 임원인 박아무개 토목사업본부장은 스스로 사표를 내서 의원면직됐다. 해고된 직원 4명은 김씨와 같은 공사현장에서 일했거나, 김씨와의 계좌이체 내역이 남은 직원이다. 그러나 횡령이 벌어질 당시 전도금 관리 책임이 있는 서아무개 재무그룹장(상무보)은 사건 발생 두달 뒤인 지난해 3월 본사 상무보로 자리를 옮겼다. 포스코건설은 이에 대해 “징계 인사위원회가 열린 시점은 지난해 4월인데, 서 상무보가 이미 포스코 본사로 떠난 뒤다. 서 상무보는 포스코건설 직원이 아니라 본사 소속이기 때문에 징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 재무그룹장이 인사위원회 개최 한달 전에 포스코 본사로 옮겼고, 소속이 다르기 때문에 규정상 징계할 수 없다는 해명이다.

 


포스코건설이 횡령 사건을 처리하면서 감사 단계부터 일부 직원을 찍어놓고 책임을 전가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1월28일 김씨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검사: “(포스코건설) 감사팀 감사 결과 김포 현장 박아무개 관리과장과 공모하여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약 6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렸는데, 그렇다면 피의자의 범행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요.”

 

포스코건설 감사 결과 박 과장과 김씨가 공모해 60억원을 횡령했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를 검찰에 알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박씨가 공모했다는 감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박씨를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김씨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냈다. 박 과장의 형도 포스코건설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징계면직됐다. 박 전 부장이 여직원 김씨의 횡령액 가운데 7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는다는 이유 등이다. 포스코건설은 박 전 부장으로부터 7000만원을 회수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포스코건설 사내 감사를 받을 당시 “박 전 부장이 나에게서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다가 지난 3월17일 진술을 바꿨다. 김씨가 박 전 부장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자신의 착오였다는 취지다.

“2014년 2월 어느 날 회사 감사실에서 제게 접견을 오셨습니다. 박○○의 돈까지 왜 본인이 횡령액으로 안고 가냐며 채권양도계약서를 가져왔으니 날인하라고 하셨습니다. 저 또한 교도관이 가져온 계약서에 무인(손도장)을 하였습니다. 다만 (포스코건설이 박 전 부장으로부터 7000만원을 회수하기 위한) 민사재판 증인 참석을 다녀온 뒤 저는 (…) 뒤늦게 상황이 정리되고 이해되었습니다. 제가 생각 없이 저지른 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포스코건설 직원의 100억대 횡령 사건은 아직도 여러 의문을 품은 채 공회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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