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정확해야 한다. 통계를 기반으로 기업과 가계가 의사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정책과 연계된 부동산시장 관련 통계 발표는 일반인의 정보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만약 잘못된 통계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정부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다. 나아가 국민들이 정부 통계를 믿고 잘못된 투자에 나서면 사회적인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따라서 투자의 잣대가 되는 부동산 통계는 오류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최근 정부가 집계·발표하는 부동산 통계에 오류가 잦아 우려스럽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통계가 실물경기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 믿을 수 없는 정부 부동산 통계
최근까지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김포 지역은 지난해 5월 4200가구에서 올해 3월 355가구로 10월 새 3845가구나 미분양이 줄었다. 김포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미분양이 점차 감소하는 등 호조를 띠자 소비자가 기존 주택시장은 물론 신규분양에 뛰어든 덕분이다.
그러나 이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매달 내놓는 미분양주택 통계는 건설사들의 신고에 의존하는데 신고 주체인 건설사들이 곧이곧대로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신뢰도 하락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미분양률을 축소 신고하거나 신고 자체를 기피해서다.
이런 탓에 현장에서 진위를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잘못된 미분양주택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그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수가 4만2428가구로 전달(4만4784가구)보다 5.3% 줄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강원도의 미분양주택수가 전달보다 무려 181.2%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원주시가 계약이 시작되지 않은 어느 단지의 전체 가구수를 미분양으로 집계하는 바람에 통계에 오류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미분양주택수를 4만2428가구에서 3만9168가구(전달보다 12.5% 감소)로 정정했다. 전달보다 3151가구 늘어난 4890가구가 아니라 오히려 109가구 줄어든 1630가구라고 바로잡은 것이다.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 자료도 정확하지 않다. 표본주택에 대한 공인중개사 입력 자료에 의존하는 탓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해 당사자인 공인중개사가 호가 위주 주택가격 동향을 입력, 신뢰도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 인증 공식 부동산시세 조사기관인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업체 등이 매주 내놓는 시황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같은 지역의 매맷값이지만 조사한 기관에 따라 오름세와 내림세가 제각각이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는 기관마다 조사방법이 달라서다. KB시세는 중개업자를 대상으로 뽑아 집주인이 부르는 값(호가)을 반영한다. 감정원 시세는 전문평가사가 직접 시세를 조사해 실거래가를 우선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주간 또는 매달 매맷값 변동을 집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주택 계약부터 거래 체결 여부와 가격을 확인해 집계하는 데만 두달이 걸리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단순 수치만으로 실거래가 등락 여부를 판단하는 것 역시 잘못된 방식이다. 같은 단지에서도 동과 향, 층, 리모델링 유무 등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가격이 차이가 나지만 개별 가구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현실성 없는 조사… "투기만 부추겨"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감정원의 전국 아파트 가격 조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감정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시세의 신뢰성 문제는 줄곧 지적됐으나 국감에서 언급된 적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오병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통합진보당)은 감정원에 대한 국감에서 아파트 가격을 산출하기 위해 집계하는 표본이 전체의 0.07%에 불과해 전체 주택가격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감정원이 발표하는 아파트 가격 조사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다"면서 "감정원 발표대로라면 아파트 가격은 안정돼야 함에도 17주 연속 아파트 가격 상승이라는 표현으로 오히려 상승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특히 서울 주택가격 조사대상 아파트 1112가구 중 실제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는 8월 2주차에 33.5%, 8월 1주차 29.6%, 7월 4주차 32.9% 등 매주 30% 수준이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70%의 가격을 산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정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 조사를 단 이틀간 조사원 한 명당 25가구를 대상으로 하면서 현장 실사를 통한 조사 이외에 인터넷 매물 정보와 민간 부동산 통계업체 자료를 집계하는 등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오 의원은 꼬집었다.
박수현 국회 국토교통위 의원(새정치민주연합)도 감정원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결과를 두고 이의신청이 늘고 가격조정도 빈번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2014년 감정원이 수행한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건수는 6340건에 달했고 이 중 30.5%인 1939건의 가격이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1223건이던 이의신청 접수건수는 지난해 1585건으로 증가했고, 조정건수도 지난해 831건으로 이의신청 접수건수 대비 52.4%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의신청 접수건수는 8월 현재 이미 2060건에 이른다. 이는 감정원의 가격조사가 정밀하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왜곡된 부동산 통계에 정책 엇박자
진단이 잘못됐으니 처방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세와 거래량 등이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집계되면서 통계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정부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왜곡된 통계는 이를 토대로 설정되는 정부 정책의 방향을 크게 어긋나게 할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시장 침체를 불러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국토부 등이 부동산 관련 통계의 전문성을 끌어올려야 정부의 정책 기조도 오락가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거시적으로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부가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분석하다보니 인력과 시간, 장비 모두 부족해 시차와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허위 보고를 걸려낼 현장 모니터링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