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승소 가능성 낮다” 상고 포기 밝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정권 시절 '민청학련 사건'과 '오적필화 사건'으로 6년4개월 동안 옥고를 치른 시인 김지하(74)씨와 그 가족이 국가로부터 15억원을 받게 됐다.
[서울=연합통신넷/김현태기자] 서울고검은 김씨가 낸 소송에서 15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지난달 8일 항소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고 25일 밝혔다. 송인택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검토 결과,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내용이나 시효 문제를 다퉈도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상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사사건의 경우 대법원에 상고하려면 판결문을 송달받은 후 2주 안에 상고장을 내야 하지만 양 측은 지난달 22일까지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내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지난달 23일 확정됐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지난달 8일 김씨와 김씨의 부인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3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국가는 김씨 등에게 15억115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유신시대 대표적인 저항시인으로 활동했던 김씨는 1970년 '사상계'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시 '오적'을 게재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100일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구속돼 사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국정원 과거사위원회는 2005년 민청학련 사건이 ‘짜맞추기 수사’였다고 발표했고, 김씨는 2013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김씨와 그 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검찰은 그동안 과거사 배상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시효를 제한해야 하고 과거사위 조사 결과도 그대로 수용하면 안 된다며 대부분 상고했다. 대법원도 이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 배상 규모를 줄여왔다. 송인택 송무부장은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있거나 명확한 배상 기준이 없으면 기준을 만들기 위해 대법원까지 끌고 가지만, 이미 판례가 만들어져 소송의 실익이 없으면 국고 손실 방지 차원에서 상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국정원 과거사위원회 결정 때부터 시효를 계산해보면 김씨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