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피해자들 협박에 폭력조직에 개인 경호 의뢰…20억 요구에 회삿돈 8억 줘..
[연합통신넷=온라인뉴스팀] 정국교(55)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코스닥 상장사 H&T 대표로 있던 2007년 11월 섬뜩한 협박에 시달렸다. H&T 주식을 샀다가 3억원 손실을 봤다는 정모(55)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소란을 피우거나 계속 전화를 걸어 피해 변상을 요구했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네 마누라하고 애들을 죽여버릴 테니까 두고 보라"는 식이었다. 협박에는 조직폭력배도 동원됐다.
정 전 의원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사정상 보호가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에 평소 알고 지내던 대전 지역 폭력조직 '한일파' 간부 이모(2012년 사망)씨에게 연락해 '경호'를 부탁했다. 이씨는 진모(42)씨를 비롯한 한일파 조직원과 고향 후배 등 20여명을 모아 정 전 의원을 경호하게 했다.
그런데 신변 안전을 위해 조폭을 끌어들인 건 이후 더 큰 화를 불렀다. 이씨는 오히려 협박범 정씨, 대전의 다른 폭력조직 '왕가파' 조직원 송모(해외 도피 중)씨 등과 공모해 정 전 의원 돈을 뜯어낼 계략을 꾸몄다.
정씨는 송씨와 함께 2007년 11월 말 밤늦게 정 전 의원의 대전 자택 앞에 지키고 섰다가 귀가하던 정 전 의원에게 접근했다. 정 전 의원은 정씨를 보고 바로 도망쳤다. 정씨 일당은 대신 정 전 의원 차량 경호를 담당한 박모씨와 약간의 몸싸움을 벌였다. 검찰은 이 싸움 자체가 시늉이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당일 경호팀 일원이던 진씨는 숨어 있던 정 전 의원을 만나 "송○○이 칼을 맞았다. (칼로 찌른) 박씨는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송○○이 죽으면 형님(정 전 의원)이 살인교사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겁을 줬다. 이들은 몸싸움을 벌였던 박씨에게 전화해 "더 이상 정국교 앞에 나타나지 마라"는 조치도 취했다.
협박범 정씨는 다음 달 정 전 의원 사무실로 찾아가 "송씨가 죽지 않은 게 다행이다. 사건화하지 않을 테니 합의금 20억원을 달라"고 협박했다. 이씨는 "송씨 병원에 찾아가 빌어서 8억원에 끝내기로 절충했다"며 짐짓 중재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정 전 의원은 '지역사회에 소문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그해 12월 12일 자기앞수표로 8억원을 이씨에게 전달했다. 개인 돈이 아니라 H&T 공금이었다. 정씨 일당은 이 돈을 나눠 가졌다.
정 전 의원은 돈을 뜯긴 지 두 달 정도 뒤 당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 비례대표 6번을 얻어 2008년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그러나 당선 이틀 만에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고, 공식 임기 시작 전인 같은 달 22일 구속됐다.
2007년 4월 H&T가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양전지 원료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공시해 4000원이던 주가가 20배 넘게 폭등하자 같은 해 10월 지분 40만주를 팔아 400억원대 차익을 남긴 혐의였다. 주가는 곧 폭락해 6000원대까지 떨어졌고, 협박범 정씨도 이 과정에서 큰 손해를 봤다. 대법원은 2010년 정 전 의원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6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정 전 의원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도 피해자"라며 8억원을 뜯긴 사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정씨는 2011년 4월 기소돼 징역 3년이 확정됐고, 송씨는 아직 해외 도피 중이다. 진씨는 도주했다가 공소시효를 몇 달 앞둔 지난 13일 대전에서 검거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진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