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주지역에도 수출되고 있지만 통계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극히 소량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인삼 세계화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삼이 국내에서 비싸게 팔리고 외국에는 싼 가격에 수출돼 애꿎은 국내 소비자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자동차와 비슷한 구조다. 정부가 인삼 재배를 장려하면서 동시에 수매가격이 올랐지만,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 국내 인삼 시장…수매가 급등, 소비자 가격 증가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인삼 재배면적은 지난 1995년 2,839ha에서 2013년에는 3,856ha로 18년 만에 35.8% 증가했다. 이 기간에 인삼 생산량은 1만 1,971톤에서 2만 1,968톤으로 83.5% 증가했다. 인삼 재배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증가했다. 또, 인삼 생산액은 1995년 2,839억원에서 2013년에는 9,131억원으로 무려 308.5%나 급증했다. 생산면적과 생산량 증가폭에 비해 생산액 증가폭이 큰 것은 생산원가와 유통비용 등이 오르면서 수매가격도 덩달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당 인삼 수매가격은 1995년 2만 6,888원에서 2013년은 3만 9,924원으로 48.5%나 급등했다.
◇ 인삼 수출 시장…물량은 103% 증가, 수출액은 25% 증가에 그쳐
국내산 인삼의 수출물량은 1995년 2,521톤에서 2013년에는 5,118톤으로 103% 증가했다. 전체 국내 생산량의 23.3%에 달한다. 인삼 수출물량 가운데 92%는 액기스와 홍삼정 등 제품류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인삼 제품류의 ㎏당 수출단가가 31달러에서 16달러로 오히려 절반 가까이 폭락됐다. 이에 따라, 전체 인삼 수출실적은 95년 1억 4,000만 달러에서 2013년에는 1억 7,500만 달러로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산 인삼 제품류가 헐값에 수출됐기 때문이다.
◇ 국내 인삼 소비자만 '호갱'…수출에 따른 손실 국내 소비자 부담
국내 인삼시장의 소비 행태가 최근 10년 사이에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에는 수삼이 50%, 홍삼은 2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홍삼이 62%, 수삼은 35%로 역전됐다. 뿌리 삼을 직접 달여먹지 않고 홍삼정과 홍삼엑기스 등 홍삼 제품의 소비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인삼 소비자들이 값비싼 뿌리삼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류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도 비슷한 추세다. 그런데, 국내 인삼 제품류 소비자가격은 95년 이후 해마다 5~10%씩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해외 수출단가는 오히려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인삼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싼 가격의 인삼 제품을 원하지만 정부가 인삼 재배를 장려하면서 생산량과 수매가격이 동시에 올랐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과잉 생산된 국내산 인삼을 처분하기 위해선 헐값에라도 수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국내 인삼 소비자들이 수출용 인삼의 손실분을 대신 부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삼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인삼 시장이 2013년부터 극심한 침체기를 맞으면서 수매가격도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다"며 "인삼의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해외 수출을 고집한다면 소비자는 물론이고 생산자 농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