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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딸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산골집에서 행복한 삶 찾은 자연인 이해철

이상윤 기자 입력 2018/01/24 14:13 수정 2018.01.24 21:01
사진 : MBN

[뉴스프리존=이상윤 기자] 시린 겨울바람을 뚫고 인적 없는 산길을 한 시간 쯤 헤맸을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그림 같이 자리한 집 한 채. 떠들썩한 소리에 조심조심 다가가 보는데 구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닭 한 무리와 유유자적 연못을 헤엄치는 오리떼, 그리고 녀석들을 모는 비범해 보이는 명견 두 마리까지. 마치 동화 속 동물농장을 방불케 하는 시끌벅적 유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한 남자. 6년 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는 자연인 이해철(81)씨. 카메라 있건 없건 순수한 말과 행동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 시절 대부분이 그랬듯 그 역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크고 작은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고단한 인생을 살았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이자 6남매의 장남이었던 그는 단 한 번도 풍족한 적이 없었기에 허기진 삶이 당연한 줄 알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그는 14살부터 나무장사를 하며 안 해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살아야 했다. 

결혼을 하고 4남매의 가장이 된 뒤로는 전국의 공사현장을 떠돌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가난했지만 아내는 가족들을 잘 돌봤고, 자식들은 바르게 컸다. 이제 두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생각한 그때,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일을 하던 막내딸이 난소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휴대전화를 만드는 공장에서 6년 넘게 일했던 딸이 발암물질에 장기간 노출됐다는 것이다. 

그 뒤 딸은 수술과 재발을 반복하며 긴 투병생활을 이어갔고, 그는 72세까지 일을 하며 딸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소원이라며 말했다. 그가 언젠가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20년 전 마련해놓은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이다. 

딸의 소원을 듣고 그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구들을 놓고, 벽돌을 쌓고 황토를 발랐다. 하지만 집을 다 지었을 때쯤 딸은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됐고, 일주일을 중환자실에서 버티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딸의 나이 37살, 12년간의 투병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 후 딸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산골집으로 들어왔다는 자연인, 산에 와서야 다시 행복해지는 법을 알았다.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골이지만,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그곳에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자연인 이해철 씨의 이야기는 24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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