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행정처가 블랙리스트를 작성,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성향 판사들을 형사재판에서 배제하는 등 차별적 인사관리를 했다는 소식이 지금 법원 전체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판사 블랙리스트(뒷조사) 의혹’ 조사 결과 발표 이틀 만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민과 일선 법관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특히 박근혜 청와대의 유병우 민정수석이 특정 재판에 개입하고, 대법원이 우 수석의 ‘지시’대로 움직였다는 정황증거까지 나오므로 일선법원 판사들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인적 쇄신을 하겠다고 밝혀 사법부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추가조사위원회 조사결과 '판사 뒷조사' 정황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대한 청와대 교감' 의혹 문건이 공개된 것은 법원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위기감도 판사들에게 나온다. 이에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이 "저 역시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며 직접 현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법원의 개혁을 다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4시쯤 입장문을 내고 "이번 조사결과를 접하고 법원 구성원이 느꼈을 충격과 분노가 어떠했을지 가늠되지 않을 정도"라며 "정의 실현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를 신뢰한 국민들의 배신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24일 대국민입장문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 드린다”며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추가조사에서 발견된 문건이 ‘판사 블랙리스트’인지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 소모적인 논쟁이 전개돼 온 가운데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없이 법관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 받을 만한 일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선 안 된다”며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이 부적절한 내용임을 인정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참담’ ‘충격’ ‘분노’ 등으로 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번 일에 관여된 사람들이 모두 법관이라는 점"이라며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 일은 우리 사법부 구성원 모두의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추가조사위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도 높은 후속조치 의지도 보였다. 김 대법원장은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며 “유사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단기적으로는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고,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원행정처 대외업무를 전면 재검토하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축소해 나가겠다”며 행정처 기능 축소 방침을 예고했다.
또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는 말로 이 사안에 대한 검찰수사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음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유사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책도 마련하겠다"며 "기존 법원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축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사법행정의 문화와 관행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고,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방안도 마련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의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곧 출범할 예정인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에도 이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사법행정 운용방식의 개선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법행정, 재판제도, 법관인사 전반을 점검해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날 입장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사법부 구성원 모두를 대표하여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들께 말씀드립니다.
이번 일로 인한 국민 여러분의 충격과 분노 그리고 실망감이 어떠한 것이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저희 사법부 구성원들도 실로 커다란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나온 문건들의 내용은 대다수의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재판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동등하여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서는 안 됩니다. 또 재판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어떠한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독립되고 정의로운 법관에 의하여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헌법이 법관에 부여한 사명이고, 그러한 재판이 좋은 재판입니다. 이는 국민 여러분의 상식이기도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일이 재판과 사법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하여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먼저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하여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유사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책도 마련하겠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사법행정의 문화와 관행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고,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의 설치를 검토하는 것과 함께 기존 법원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축소해 나가겠습니다.
곧 출범할 예정인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도 이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사법행정 운용방식의 개선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법행정, 재판제도, 법관인사 전반을 점검하여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일의 가장 큰 피해자가 결국 국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좋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좋은 법원과 신뢰할만한 법원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사법부는 국민 여러분의 이러한 권리를 보다 충실하게 실현하기 위해 2018년을 사법부 혁신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번 일의 처리도 그 과정의 하나로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