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2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며 “법원행정처장을 교체한 건 임기 만료(오는 11월)를 앞두고 재판부로 복귀하는 오랜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53) 전 행정처장 경질설을 재차 부인한 것이다. 일각에서 불거진 대법원장과 일부 대법관들 간의 불화설도 “이미 말씀드렸지만 전혀 그런 의견 차이나 갈등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부적절한 의사소통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고위 법관 14명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행정처장을 교체한 것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법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블랙리스트 조사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 시점에 대해선 “새로 취임하신 행정처장과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차근차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판사는 헌법에 따라 오로지 법률과 본인 양심에 따라야 한다"며 "청와대 등 행정부도 어떤 형태로든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의 제한적인 조사 결과만 봐도 대법원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등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하는 '우병우 출장소'임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원세훈 사건 재판에 참여한 대법관들은 전원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수사를 촉구했다. 안철상(61) 신임 행정처장의 취임 일자는 다음 달 1일이다.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를 다시 검토할 후속 조치 기구의 구성도 안 처장 취임 후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이 구상하는 사법행정 개선, 행정처 축소 방안 등도 다음 달 중순 법원 정기인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날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의 ‘셀프 쇄신’ 노력에도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전·현직 고위 법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총 2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센터 측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판에 참여한 대법관들은 전원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역시 시민고발단 1000명을 모집해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오는 29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해 6월에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양 전 대법관 등 전·현직 고위 법관들을 고발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배당했던 이 고발사건을 최근 공공형사수사부로 재배당했다. 공공형사수사부는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조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을 썼다는 이유로 김명수 대법원장과 추가조사위원 등을 비밀침해·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수사 중이다. 추가조사위는 22일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의 항소심 재판 때 청와대 문의를 받아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