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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정의 사이'… 비판적 태도도 필요해..
오피니언

'정치와 정의 사이'… 비판적 태도도 필요해

김현태 기자 입력 2018/01/27 18:10 수정 2018.01.28 00:14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팟빵의 열기가 뜨겁다 특히나 시사프로그램 중 지난 이명박 정부,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저축은행 비리 사건, 인천공항 매각 시도 의혹, 청계재단의 위장 재테크, 4대강 개발의 숨은 의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고(故) 장자연 사건 등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며 현 정부에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쏟아냈다. 청와대 TK 편중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구면 되구 아니면 안 되구”라고 풍자하거나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을 기부해 만든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을 설명하며 “천 개의 재단이 아니고요. 발음을 정확하게 해주세요. '청계'는 각하의 아호입니다. 중요한 겁니다”라고 비꼬는 식이다.

특히, 정봉주 전 국회의원은 인기비결을 “정봉주가 잘나서 뜨는 게 아니라 언론이 제 목소리를 못 내기 때문에 우리가 뜨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정치적 이슈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은 기성 언론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정치 토크쇼”라고 말했다.

예능의 소재가 된 정치의 인기몰이

바야흐로 정치예능 방송 전성시대다. 대표적인 정치예능 방송으로 평가받는 JTBC의 정치예능 토크쇼 ‘썰전’은 지난 2월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설문조사에서 11.2%의 선호도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2.5%포인트나 앞선 수치다. 지난 2월 SBS에선 ‘대선주자 국민면접’이라는 대선주자들이 정치 전문가에게 면접을 받는 기획의 방송이 방영되기도 했다. 대중 친화적인 정치 전문가들이 진입장벽이 높았던 정치를 알기 쉽게 제공하면서 대중들의 정치 관심도도 높아졌다. “일방적으로 소식만 전달하는 뉴스와 달리 정치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환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이해가 쉽고 재밌다”며 “방송을 본 후 뉴스를 다시 보며 기존의 생각과 다른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존 인터넷의 짤방 문화는 정치와 결합해 ‘정치짤방’으로 활발히 생산·소비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처음 만들어진 ‘짤방(짤림 방지 이미지)’은 이용자들이 게시글의 삭제를 막기 위해 글에 아무 이미지나 첨부하던 것에서 비롯됐다. 짤방은 이제 정치풍자 이미지로 더 활용된다. 2013년 말에 만들어진 ‘정치짤방’ 트위터의 팔로워 수는 현재 5만 명에 달할 정도다. 정치짤방 운영자 김 모씨는 “정치짤방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도 공감하고 웃을 수 있다”며 “처음엔 단순한 재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대적 흐름에서 등장한 정치의 가벼움

이처럼 무겁고 진중하게 다뤄졌던 과거의 정치와 달리, 정치가 우리들의 일상에서 점점 가볍게 소비되고 있다. 더불어 정치의 예능화 배경에 SNS 매체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안도경 소장은 비정치적인 분야를 비롯한 미디어 자체의 소비행태가 일방향이었던 과거와 달라졌음에 주목했다. 그는 “정보가 대중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됐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는 SNS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탈권위적인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권위주의적인 기존 미디어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결과, 지금의 정치예능 방송은 출연진들이 다양한 입장을 이해하기 쉽게 개진하고, 때로는 상호합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치에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는 소비문화가 계속될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정치가 안정되면 오히려 정치 관련 매체의 인기가 사그라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하지만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 대중들의 정치 인식을 살펴보면 꼭 그 인기가 줄어들 것이라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일종의 정치적 각성을 이뤘다”며 “과거와 달리 정치가 안정되더라도 많은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보이며 한동안 정치예능 매체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에 그친 정치, 비판적 태도 가져야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의 예능화가 대중들의 비판 의식을 약화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김윤철 교수는 정치의 예능화가 사람들을 주권자가 아니라 소비자에 머물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가 예능화되면 정치가 사람들의 생살여탈(生殺與奪)을 결정한다는 측면을 단지 웃고 즐기는 것으로 은폐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정치의 본질을 소비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지’만을 소비하는 것인지 인지할 수 있는 ‘깨어있는 소비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치가 가벼워지면서 많은 사람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재의 정치는 SNS와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로 만들어진 ‘소셜정치’의 양상을 띠고 있다. 박지종 평론가는 소셜정치의 시대에 등장하기 쉬운 포풀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대중이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며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은 없는지 감시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이 유권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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