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호두과자 포장재를 사용한 식품업체가 이를 비난한 네티즌을 무더기로 고소했지만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울=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비하하는 내용의 비매품을 제공해 논란이 됐던 충남 천안시의 한 호두과자 업체가 누리꾼들을 무더기로 고소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13일 충청투데이가 보도했다. 논란이 일 당시 올린 사과성 글에 대해서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천안동남경찰서에 따르면 이 업체 대표의 아들인 ㄱ씨는 대리인 자격으로 지난 4~5월쯤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업체 홈페이지 등에 업체를 비난하는 글을 남긴 누리꾼 150여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노 전 대통령의 얼굴에 코알라를 합성한 ‘노알라’가 찍힌 상자에 호두과자와 이 도장을 담아 일부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해당 상자에는 ‘중력의 맛 고노무 호두과자’, ‘추락주의’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고노무’는 일부 누리꾼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해 부르는 말이다. ‘중력’과 ‘추락’은 노 전 대통령의 투신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상자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로고와 ‘일베 제과점’이라는 표시도 들어가 있다.
당시 논란이 거세게 일자 일베 회원인 ㄱ씨는 ‘스탬프 관련하여 오해 정리’라는 제목의 글에서 “어떤 정치적인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스탬프를 제작하거나 의뢰한 것이 아닌 한 일베 회원이 맛있게 먹은 보답 차원에서 재미 반 농담 반 식의 이벤트성으로 보내왔다”며 “일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면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큰 의미를 갖지 말고 ‘그들만의 놀이문화’라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글이 올라온 뒤에도 많은 누리꾼들이 업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항의했고 업체 측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금전적인 보상을 받아야겠다”면서 누리꾼들을 무더기로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댓글을 단 사람들을 찾아내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욕설이 심한 경우는 기소를 하고 일상적인 말을 한 사람은 내사종결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합의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매체에 밝혔다.
ㄱ씨는 지난 6월엔 ‘뭐가 문제인 거죠?’라는 글을 통해 “노알라 도장 보여줬을 때 사람들 반응 : ‘잘 만들었네’, ‘귀엽다’, ‘ㅋㅋ 이게 뭐임’”, “상자갑 보여줬을 때 반응 : ‘고노무 호두과자? 그놈의 호두과자란 뜻인가’, ‘중력의 맛? 중력 밀가루를 사용한다는 건가? 맞지?’, ‘추락주의? 이건 뭐야? 웬 갑자기 추락?’”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일간베스트저장소 갈무리.
그는 지난달 ‘적반하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노무현 대통령에게 욕한 적도 없지만 설령 욕을 했다고 해서 여러분이 저희를 욕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개 비매품으로 희화화 캐릭터 도장 달랑 6개, 받고 싶은 사람한테 나눠준 걸 가지고 고소를 한다? 대체 이 사실 가지고 무슨 죄명으로 고소를 하고 처벌을 한다는 것인지”라고 반문했다. 이어 “여러분의 행동은 길 가다가 어깨 좀 부딪힌 사람을 집단구타 한 거나 다름 없다”면서 “어깨를 부딪힌 것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맞을 정도의 행동도 아니고, 그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 또한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급기야 ㄱ씨는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저희 부모님은 도장이 뭔지 아무 것도 몰랐다. 전부 다 제가 한 일”이라며 “사과는 일단 사태수습용으로 제가 한 겁니다만, 그마저도 이 시간부로 전부 다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일베에서 사용하는 자극적인 문체가 흔히 사용되고 있다. 일베 회원들의 질문에 ㄱ씨가 똑같은 문체로 답변하는 식이다.
이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역 이미지 실추 우려 때문에 해당 업체가 포장상자에 사용 중인 천안시 심벌과 유관순 열사 마스코트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또 해당 심벌과 마스코트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7일 저녁부터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1일 이번 사건을 변론 중인 법무법인 동안의 조동환 변호사에 따르면 충남 천안의 모 호두과자 제조업체로부터 고소당한 네티즌 164명 중 2명이 합의를 봤고 126명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36명 가운데 2명만 약식기소됐고 34명은 신병 처리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 업체는 2013년 7월 상품 포장에 일간베스트 이용자들이 노 전 대통령을 코알라로 합성해 비하하는 ‘노알라’ 캐릭터 도장을 찍었다. 이 도장을 사은품으로 증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비난한 네티즌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불기소 처분된 126명 중 무혐의 처분을 받은 네티즌은 81명(64.2%)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 기소유예, 각하, 공소권없음 등이 있었다.
사실상 고소를 당한 네티즌 대부분이 죄가 없거나, 재판으로 넘길 만한 사안은 되지 않는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현재 수사 중인 34명도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찰청은 지난 4월13일 세월호 참사 때 허위 인터뷰 논란을 일으킨 홍가혜씨의 무더기 고소를 계기로 인터넷 댓글에 대한 고소 남발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고소 남용으로 판단되면 피고소인을 불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건은 지난해 이전부터 고소가 이뤄졌다. 올해 4월 발표된 이 지침이 126명 전원은 아니더라도 일부 네티즌 불기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5명 사건을 각하 처분한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지침 발표 이후인 4월15일 지침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택지청은 ‘불기소 이유서’에서 “고소인이 피해 보상을 함께 요구하는 유사한 내용의 고소를 다수 제기해 고소 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각각 벌금 30만원과 20만원에 약식기소된 네티즌 2명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11월 모욕 혐의로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된 ㄱ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해 지난달 27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했다.
ㄱ씨는 “평소 일베의 행태를 우려하던 차에 댓글을 달았다”며 “문제가 된 댓글에는 욕설도 없고 업체를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조동환 변호사는 “ㄱ씨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대검찰청의 취지에 따라 ‘공소 취소’를 하는 게 합당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검찰청 지침 시행 전후라는 우연적 요소에 의해 사법절차가 좌우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