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집권 2년차를 맞아 내각에 소통과 혁신을 주문하면서 국정운영의 5대 원칙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모든 부처 장·차관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하는 인원은 150여 명으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급 인사 24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워크숍에서 “그동안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준 노고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우리 모두 깊게 성찰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제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민에게 두고, 나라의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먼저 장하성 실장이 '2018년 국정운영 방향'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세션 1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책, 2018년 이렇게 달라집니다'를 주제로 발표한다. 홍남기 실장은 '10대 분야별 주요정책'을 통한 국민 삶의 변화를 정책 수요자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국민안전에 관한 획기적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현장중심 재난대응체계 확립과 국민안전 국가책임체계 강화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홍 실장이 발표할 10대 분야별 주요정책은 ▲적폐청산과 혁신속도 가속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 주력 ▲혁신성장과 4차산업혁명 뒷받침 ▲공정경제 확립·상생협력 강화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삶의 질 제고 ▲국민안전 확보·깨끗한 환경 보존 ▲교육 혁신과 문화 향유 기회 확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협력 추진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 강화 등이다. 특히 “장·차관 여러분이 다 함께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여러분은 문재인 정부라는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모두가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소통하면서 일을 추진해 달라”고 팀플레이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이하 모든 부처의 장·차관급 인사 150여명이 총출동해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 국정 철학을 공유했다. 외국 출장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직무상 독립성이 요구되는 최재형 감사원장, 박준성 중앙노동위원장,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 등은 참석하지 않는다. 또 처장·차관·청장 등 차관급 인사 56명이 참석하며,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등 3실장을 포함한 참모진이 참석한다.
다음은 문 대통령 모두 발언 전문
우리 정부 들어 처음으로 부처 장차관들이 모두 함께 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진심으로 반갑고 환영합니다. 그 동안 안팎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준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워크숍은 새해의 정부 업무 보고를 종합하면서 더 나은 국민들의 삶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공유하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룬 나라입니다. 국민의 헌신과 노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로 성장했고,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의 희생과 참여로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주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만큼 역동적으로 발전시켜온 주역은 다름 아닌 우리 국민입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들께 더 없는 존경과 감사를 드려야 마땅합니다. 한편으로 그동안 국가는 과연 국민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그 혜택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있는지, 민주주의가 확대된 만큼 정의와 공정이 국민의 일상에 자리잡고 있는지, 기본 중의 기본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우리 모두 깊게 성찰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민에게 두고, 나라의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됩니다.
첫째, 정책의 우선 순위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을 정부의 최우선 역할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재난 사고들을 보면서 정부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모두들 참담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의 시작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겠습니다. 2월에 있을 국가안전대진단부터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시행해주길 바랍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철저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철저한 안전진단을 위해 점검자를 공개하는 안전진단 실명제를 도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안전진단 결과를 공개하여 국민들께 실태를 알리고 다중 이용시설을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주길 바랍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국민 경제적 삶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입니다. 국민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각 부처는 청년 일자리 창출, 임금 격차 해소, 의료복지 서비스 확대 등 국민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 주기 바랍니다.
둘째, 모든 정책은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합니다. 정책의 당위와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되기 십상입니다. 정책 수요자가 외면하는 정책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습니다.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았듯이 정책의 옳고 그름에 앞서서 추진 과정에서 공감을 얻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 시대가 됐다는 것을 깊이 유념해 주기 바랍니다.
정부 부처의 업무 수행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전문가의 용역 보고서나 토론회 등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 해서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고,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섬세하게 살피면서 모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부처 간의 입장이 다르고, 국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책의 경우 충분한 설득과 공감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각별히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정부 혁신도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끼리 하는 혁신이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혁신이어야 합니다. 혁신의 방향이 국민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말 정부가 달라졌다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변화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각 부처와 소속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과감하게 정부 혁신을 추진해 주기 바랍니다.
넷째, 국민이 절실히 원하는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 만들기에 정부부터 앞장서야 합니다. 어제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특별점검 후속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정의와 원칙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특히 우리 소중한 청년들에게 깊은 절망과 좌절을 안겨주는 일입니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우리 사회에서 채용 비리를 비롯한 반칙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각 부처 장관들은 적어도 채용 비리만큼은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후속 조치와 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 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 주기 바랍니다. 국가 공공기관부터 지방 공공기관과 각종 공직유관단체에 이르기까지 불법을 저지른 청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근본적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 민간 기업에까지 확산되도록 하는 것을 우리 정부의 목표로 삼아주길 바랍니다.
다섯째, 진심을 다해 국민과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정부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대입니다.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고 정부 입장을 제대로 전달해야만 정부와 국민 간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홍보는 상품의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라 친절하고 섬세한 안내서가 되어야 합니다. 정책은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홍보로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오늘날의 홍보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소통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장차관님들에게 한 가지 더 당부 드립니다. 장차관 여러분이 다함께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입니다. 여러분은 문재인 정부라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입니다. 국민은 어느 부처가 잘한다, 못 한다 이렇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잘한다, 못 한다 이렇게 평가를 합니다. 모두가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부처 간에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자세를 가져주기 바랍니다. 오늘 워크숍이 각 부처를 이끄는 우리 장차관들 사이에 소통과 협업을 증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없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