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산에서 구한 황토와 나무로 지은 집, 재활용품을 이용해 지은 나만의 온실까지 숲 속의 산장 같은 이 집에는 길게 늘어뜨린 수염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을 가진 자연인 신대식(56)씨가 살고 있다. 도사 같은 외모와 달리 섬세한 말투와 탁월한 손재주를 지닌 이 남자가 산으로 오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돼지를 키우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축산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졸업 후 본격적으로 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그가 송아지 한 마리를 길러 얻는 수입은 7만원으로, 공무원 한 달 월급과 같은 수준이었다. 군 입대 전 10마리의 송아지를 만들어두고 대박을 꿈꿨던 자연인.
하지만 한우보다 몸집이 큰 육우가 대량 수입되는 소 파동으로 소 값은 절반 이상 폭락했고, 제대 후 자연인의 꿈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집안의 장남이었던 그는 부모님의 기대를 져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레스토랑을 시작하게 됐다.
소를 팔고, 대출까지 받아 시작한 일이었지만 당시 시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오공청문회의 인기에 북적이던 거리는 텅 비어버렸다. 성공도 잠시,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자연인의 레스토랑도 그 여파를 빗겨가지 못했다. 당시 책임져야 할 아내와 자녀가 있었던 자연인은 절망할 틈도 없이 가게를 접고, 막노동부터 가전제품 배달, 대리운전까지 뛰어들었지만, 결국 택시 운전을 시작하게 됐다.
택시기사의 처우가 열악하던 시절, 기사는 술 취한 손님의 행패에 대응을 했다가 벌금이나 영업정지를 받기 일쑤였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지속적으로 자연인을 괴롭혔다. 손님의 외침에 정신을 차려보면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운전하고 있었고, 더 이상 핸들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10여 년 간의 기사 생활을 접고 제 발로 정신병원을 찾아갔다. 자연인에게는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더 이상의 도시생활은 어렵다고 판단해 살아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41살 젊은 나이에 산을 택하게 됐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는 그는 영하 20도를 웃도는 최강 한파에도 혈액순환을 위해 계곡의 얼음을 깨 냉수마찰을 하고, 자연감상을 위해 천장에 통유리까지 설치해 둔 자연인표 소나무 찜질방에서 몸을 녹이기도 하며 즐거운 산중생활을 즐기고 있다. 과거 레스토랑을 했던 솜씨로 향어스테이크부터, 버섯의 3대 천왕이라 불리는 능이, 송이, 표고를 얹은 피자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언제나 선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는 아이들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갚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순간의 행복을 찾으려 한다. 자연인 신대식씨의 이야기는 31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