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출신이 인사청문회를 거칠 때 '전관예우 논란'은 단골메뉴처럼 등장한다. 오는 8일부터 10일로 예정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58)에 대한 청문회 역시 전관예우 의혹이 최대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연합통신넷=김현태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전 통의동 소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남에서 변호사 수임 자료에서 19건의 수임 내역이 삭제돼 '위증'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런 일(위증)이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판·검사 출신 법조인의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런 부분에 관해서도 내 생각을 정리해 청문회에서 상세하게 말하겠다"며 "여러 말씀이 있었던 것들을 빠짐없이 정리해 상세히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같이 청문회 시즌마다 되풀이되는 전관예우 논란은 '고액 수임료'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다. 황 후보자는 부산고검장에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며 17개월 동안 17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의 의견을 모아보면, 고액의 수임료 그 자체를 전관예우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마지막 근무지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전관예우금지법'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촉구되고 있다. 특히 변호사업계 관계자들은 '고위공직자 출신의 변호사 개업 제한'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전관예우가 아니고서는 변호사가 한 달에 1억의 수익을 올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현직으로서의 영향력이 퇴직 후에도 작용한다면 공평성과 형평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법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방법 밖에는 전관예우를 막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대형로펌이나 사건 의뢰인이 전관예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고위공직자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며 "변호사법 개정안 등 여러 방안이 마련돼 있지만 황 후보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교묘히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변호사들의 '개업 제한' 주장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실질적으로 '전관'이 기능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끊어야 한다"며 "변호사 개업을 아예 금지하거나 제한 기간을 5~10년으로 두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관예우 논란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치기 전에 낙마한 사례는 이번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때 '국민검사'로 불린 대법관 출신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는 변호사 개업 후 5개월간 16억원의 수익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하고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는 '7개월 간 7억원 수임료'가 논란이 돼 자진사퇴했다. 정 전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으로 낙마한 첫 사례다.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황 후보자가 맡은 사건 119건에서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은 각각 53건과 41건이었다(나머지는 행정사건 6건, 삭제된 사건 19건). 특히 형사사건 53건은 사기·배임·횡령·뇌물사건이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황 후보자의 전문분야인 선거법 위반사건도 11건에 이르렀다. 그 뒤를 문서 위·변조와 업무방해사건(5건), 국가보안법 위반사건(4건), 위증사건(2건), 정치자금법 위반사건(1건) 등이 이었다(기타 6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