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를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0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소 여부는 내일인 21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검찰 분위기를 따져봤을 때, 기소는 거의 확실시 되는 것으로 보인다.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서울= 연합통신넷, 안데레사기자] 홍준표 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 측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완구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직접 30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지만, 두 인사에 대한 수사의 결은 조금 다르다. 홍 지사의 경우 뇌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사람이 명백하게 존재한다.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검찰에 협조적이며, 돈 전달 날짜에 있었던 상황을 비교적 소상하게 재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별수사팀은 지난달 29일 이들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했다. 수신인은 이미 검찰이 기소 방침을 정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다.
6명은 모두 서면질의서에 기재된 답변 제출 요청시한인 이날까지 답변서를 냈다. 각자 서명·날인이 된 답변서는 우편형식으로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 앞으로 도착했다.
검찰은 서면질의서에서 6명에게 공통으로 성 전 회장과 어떤 관계인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인물별 의혹 사항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질문을 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홍 의원과 유 시장, 서 시장 등에게는 대선 당시 어떤 직함으로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를 설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10월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을 전후해 성 전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이 있는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성 전 회장이 공천에 관한 부탁을 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질의한 경우도 있었다.
리스트 속 인물 6명의 답변은 질문별로 제각각이었지만 특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가 담겼다. 몇 차례 만난 사실은 있지만 의혹이 제기된 시점에는 접촉한 기억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명 중 한 명은 자신의 금융계좌 자료까지 함께 제출하며 금품거래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와 측근들의 진술 등에 나온 내용과 리스트 속 6인의 답변서 내용을 비교·대조하고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답변서 내용을 분석한 뒤 리스트 속 6명에 대한 추가 조사나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 새누리당 전 수석부대변인 김모(54)씨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지난달 29일 이후 4차례 조사를 받았던 김씨는 전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유를 제시하고 검찰에 불출석했고, 이날 역시 오전 11시에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직접 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핵심 증인이 이미 사망한 상황이 돼 버렸다. 이 전 총리의 재보선 선거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만났다는 게 입증되더라도, 돈을 줬느냐, 혹은 돈을 받았느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재판 과정에서 논쟁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홍 지사의 경우, 측근들을 동원한 증거 인멸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기소 방침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홍 지사는 '증거 인멸'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홍 지사 측근들이 핵심 증인인 윤 전 부사장에 대해 전방위적 회유를 시도한 정황들은 일부 드러난 바 있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가 기소될 경우, 검찰은 이들 재판에 대한 공소유지를 함과 동시에, '성완종 리스트'의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조사 대상으로 꼽히는 홍문종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캠프의 불법 자금과 연계성을 의심받고 있다. 허태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는 공소시효가 지난 부분도 있는 등, 경중을 따진 결과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유정복 3억, 부산시장(서병수) 2억, 홍문종 2억"이라고 적힌 메모 외에 손에 잡히는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수사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