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주한미군 범죄사건들로 인해 우리는 자칫 반미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대북한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에 끌려 다니는 미국 대표단 소식을 들을 때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주한미군 문제는 전략적 사고(思考)를 바탕으로 현실을 직시하며 신중히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3일 토요일 오후 2시, 용산 미군기지의 전체 20여 개의 게이트 에서는 동시에 시위가 진행되었다. 용산 주민과 서울시민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전략무기배치 반대와 온전한 미군기지 반환을 촉구했다.
다음은 용산 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의 대표 김은희 씨의 인터뷰 내용이다.
기자: 용산 전체에서 미군기지가 차지하는 넓이는 어떻게 되는가?
김은희: 3분의1 정도로 알고 있다. 국방부건물을 포함해 80만평이다. 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도 미군기지의 부지 였는데 반환된 것이다.
기자: 용산 미군기지 반환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김은희: 정확히 모른다. 2018년까지 반환 한다고 했지만 반환이 안되는 부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 2017년 말에 정보공개 청구한 내용으로는 현재 30프로 정도 반환된 것으로 나와 있다. 본래 2008년에서 2012년, 2016년으로 반환을 계속 미루어 왔다. 2017년 이라고 했지만 다시 2018년에 반환 하겠다고 한다. 본래는 전체 반환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헬기장이나 드래곤힐 호텔등 극히 일부만 남기는 것이 약속되었다. 잘못된 협상이다.
기자: 용산 미군기지 오염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
김은희: 우리나라에 있는 미군기지중에서 유류오염 사고가 가장 많은 곳이다. 2001년 녹사평역에서 지하철 공사 중 땅을 파내려 가는 도중 지하수에서 다량의 기름이 발견되었다. 미군 측에서는 발뺌을 했다. 하지만 이 기름에는 미군만 사용하는 성분이 검출되었다. 바로 공동조사가 실시되었다. 용산 미군기지 내부는 미군이 외부는 서울시에서 담당하였다. 2016년, 4차례에 걸처 공동조사 한 것에 대한 내용공개를 촉구 했지만 거부당했다. 정보공개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해 공동조사에 대한 내용이 공개 되었다.공개 내용에는 벤젠이 기준치의 672배나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아무런 답변도, 정화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기자: 언제부터 시위를 해왔나?
김은희: 2014년 10월부터 해왔다. 매주 목요일 두시에 한다.
기자: 하시고 싶거나 부족한 부분 있으면 이야기 해달라.
김은희: 담벼락만 넘으면 121 후송병원 이란 곳이 있다. 여기서는 탄저균을 불법 반입해온 곳이다. 미군측에서는 실험실이 없다고 했다. 어떤 답변도 없다. 탄저균 실험실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용산 미군기지에서는 84건의 사건, 사고가 있었다. 7천 갤론이 넘는 기름이 버려졌다. 우리가 원하는건 온전히 정화되어 반환되는 것이다.
각 게이트에서 시위를 하던 시민들은 용산 미군기지 4번 게이트에 모두 모여 시위를 진행했다.
다음은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반대를 외치는 발언자의 내용이다.
"2월에 있을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했다.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곧 항공모함과 특수부대, 첨단무기들이 들어 온다고 한다. 일개 국방장관이 평화를 원하는 국민의 뜻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는듯하다."
한낮이지만 영하6도의 날씨에 바람이 매섭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10도를 넘어섰다.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 되었고 용산 미군기지 4번 게이트에서 남영역 부근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현재 동북아시아의 안보질서는 미·일방위동맹과 한·미방위동맹이라는 두 개의 군사동맹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약 10만 명 정도의 군대를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지역에 전진배치시키고 있다. 한반도에는 현재 약 3만 6천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단기적으로 북한의 잠재적 대남 도발행위를 억제하는데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한·미동맹관계가 한반도 통일 이후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중국, 일본,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을 억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이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한국에 전쟁억지력을 제공해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안보차원에서의 국가이익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군사대국화 및 지역패권 추구 가능성을 견제하는 것,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 북한을 통제하는 것, 북한의 도발 위험과 갑작스런 붕괴로 인한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경제적 불안정에 대비하는 것이 자국의 “사활적인” 국가이익이다. 미국은 이러한 자국의 국익을 확실히 챙기기 위해서 한반도에 미군을 전진배치시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윌리엄 코언, 윌리엄 페리 전·현직 미국 국방장관들의 발언에서 미국은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에도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기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미국은 아주 적합한 동맹 파트너다.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 약소국이 강대국과 동맹을 맺으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필수조건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동맹 파트너는 자국과 인접하지 않고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나라이어야 한다. 동맹관계에 있던 나라들이 서로 적이 되어 싸운 사례들을 세계 외교사에서 허다하게 찾을 수 있다. 인접한 강대국과 동맹관계를 맺게되면 언젠가는 영토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오늘의 동맹국가가 내일의 적대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인접국가와 동맹을 맺어서 영토분쟁의 씨앗을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와 동맹관계를 맺되 그 국가는 자국과의 동맹공약을 성실히 이행할만한 충분한 국가적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사시 자국을 도와 동맹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멀리 떨어져 있으며 자국에 국가이익이 있어 유사시 동맹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동맹공약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강력한 국력을 소유한 나라이어야 한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유사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소유한 나라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나라는 미국임에 틀림없다. 미국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한반도 주변에서 지켜야 할 사활적인 국익이 있으며, 빠른 시간 내에 대규모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다. 한국이 2∼ 30년 후 어떻게 변해 있을지도 모르는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인접국가들과의 잠재적 분쟁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는 최선의 길은 인접국가가 아닌 미국과 같은 원거리에 있는 국가와 동맹관계를 맺는 것이다.
지난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이래로 미국은 한국과의 군사동맹관계를 통하여 한국에게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력을 제공해주고 그 대가로 한국으로부터 자치권의 일부를 보장받아 왔다. 다시 말해, 한국은 외교정책 결정시 미국의 영향력을 수용하기도 하고, 미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군사기지를 제공하여 왔다. 이러한 한·미관계는 비대칭적인 관계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한·미동맹관계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추세는 21세기에 들어서면 더욱 현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안보차원에서의 국가이익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특히, 2∼30년 후 중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급성장하여 미국의 패권체제에 도전하는 상황이 만일 일어난다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동반자로서의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한·미관계가 비대칭적 동맹관계에서 대칭적 동반자관계로 변화함에 따라 주한미군과 관련되는 문제들 중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문제, 방위비 분담문제, 주둔군지위협정(SOFA)문제, 용산기지 이전문제 등에 있어서도 한·미간의 대등한 입장에 걸맞는 조정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한국의 국익을 위해 가장 가까워야 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하는 질문에, 한국과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에 관해 토론하기 전에는 약 49%의 학생들이 미국을, 36%가 중국을, 9%가 일본을 선택했다. 한 학기 동안 토론이 있은 후 똑같은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81%가 미국을, 10%가 일본을, 6%가 중국을 선택했다. 한국 또는 통일한국의 생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반도 안보문제를 고려하는데 있어서 감정적이서는 안된다. 반드시 장기적 안목으로, 전략적 사고에 바탕을 둔 대비책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