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하루
여러분께서는 하루를 어찌 보내시는지요? 모두 다 생업에 열중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계시겠지요? 그러나 나이 들어 할 일이 없어지면 이처럼 난처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한국인 평균기대수명은 ‘83.1세’입니다. 현재 2030세대는 100세 시대라고 하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120세까지 산다고 하네요.
그런데 우리에겐 생물학적 평균수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수명, 경제수명, 건강수명’도 있습니다. ‘한국보험일보’가 발표한 이 세 가지 수명에 대해 한 번 알아봅니다.
첫째, 건강수명입니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3.6세로 조사되었습니다. 72.9세인 일본보다 조금 앞섭니다. 생물학적 평균수명과 무려 9.5세나 차이가 납니다. 83.1세까지 생존해있지만 73.6세부터 9.5년간은 건강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평균수명 83.1세인 시대에 건강하게 살기위해선 건강수명을 늘려야하며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꾸준한 건강 상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경제수명입니다.
한국인의 경제수명은 77세로 조사되었습니다. 평균수명 83.1세에 비해 6.1년이나 낮습니다. 경제수명과 평균수명이 6.1년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생존기간 동안 6.1년간은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로 생활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경제수명을 연장하여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생활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은퇴자산 확보에 힘써야합니다.
또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노후 의료비가 늘어납니다. 한국의 노후 치료비와 간병 비는 미국의 1만 8천 달러에 이어 1만 5천 달러로 2위라고 합니다. 이를 보면 얼마나 한국인의 의료비 부담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균수명 대비 경제수명을 늘리기 위해선 은퇴자금 뿐만 아니라 노후 의료비에 대비한 보험 등의 준비도 꼭 필요합니다.
셋째, 행복수명입니다.
경제적으로 곤궁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행복수명’이라고 합니다. 이 행복수명은 건강, 경제적 안정, 사회적 활동, 인간관계 등이 주요 항목이 되어 평가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행복수명은 한국과 비교된 나라들 중, 가장 낮은 74.6세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건강, 경제, 사회활동, 인간관계 등의 노후준비 부족으로, 노후 마지막의 8.5년 동안은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수명 외에 한국인의 부동산 자산은 미국을 비롯한 비교 5개의 나라들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금융자산은 꼴등인 5위라고 하네요. 그리고 연금수령액 또한 최저치입니다. 이런 은퇴자산 특성을 통해 ‘한국인의 행복수명이 왜 낮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금융자산, 노후연금을 늘리며, 꾸준하고 주의 깊은 건강관리와 보험을 통해 노후에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경제적 위험과 다양한 질병에 대비 할 것을 권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생물학적 평균수명 100세 시대는 과연 축복일까요? 아니면 저주일까요? 그야 물론 100세 시대에 잘 대비해두어, 건강하고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오래오래 사는 것이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질병을 앓으며 수명을 유지하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삶을 산다면 오래 사는 것이 마냥 축복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는 ‘행복수명, 경제수명, 건강수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요? 아마 대개는 대책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고 있지 않을까요? 친구들이 저를 보고 너무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한번 만나자고 해 종로 3가로 나갔습니다.
종로3가역은 지하철 1,3,5호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그 종로 3 가 파고다 공원 주변은 우리나라 노인들의 하루를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곳이 노년층의 만남의 장소가 된 것은 먼저 접근성에 있습니다. 세 방면의 지하철 노선이 연결되어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사람에게는 부담 없이 이곳에서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요인으로 경제적의 장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아욱국이 2,000원에서 2,500원하는 식당이 있고, 3,500원에 머리손질을 하고, 5,000원에 염색을 할 수 있는 이발소가 몇 집 건너 위치해 있으며, 또한 안주가 포함된 맥주그라스에 가득한 소주 한잔을 1,000원으로 맛볼 수 있습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노년층들을 보면, 하루 3,000원을 소비할 수 있는 경우, 점심은 2,000 원 하는 아욱국을 먹고, 오후 4시 이후에 형성되는 길거리 주막에서 소주한잔을 걸치면서 하루를 마감한다고 합니다. 조금 더 여유 있는 5,000원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은 파고다 담벼락 주점에서 2~3 명이 모여서 5,000원하는 닭 한 마리를 시켜 오후 한나절을 점심 겸 반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눕니다.
10,000원 이상을 소비할 수 있는 노년층이 자주 방문 하는 곳이 ‘파고다타운’이나 ‘먹고 갈래 지고갈래’라고 합니다. 이곳에 모여드는 할머니들과 마음이 통하면 낙원상가에 있는 3,500원하는 할리우드 극장에서 영화감상을 하고, 주변에 산재해 있는 모텔을 찾기도 한답니다. 이곳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이제는 내 인생이 자식들보다도 중요해!”라는 말이라고 하네요.
더욱 놀라운 일은 파고다공원 동문 주변의 흔히 말하여지는 ‘박카스 아줌마’들의 주요무대였습니다. “나이 들어 주책이야” “나이 값을 해야지” 등 전통적인 노인 인식 개념으로 생긴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기에 자녀들도 한 몫을 한다고 보여 집니다. 혼자 남은 부모님이 있는 경우 자식들은 차라리 이성을 만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의 역할을 그 이성에게 부담시킬 수 있어서이지요.
그런데 우리 노년의 하루를 이런데서 소모한데서야 어디 쓰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노인 문제를 인식해야만 하는 요소로는 가치관의 변화, 가족개념의 변화,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제 노인들은 노인빈곤, 건강문제, 사회서비스 보장문제, 역할의 상실, 소외와 고독, 자살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나라에서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글을 쓰며, 수행을 통해 죽음을 연마하고, 해탈을 추구하는 노년의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2월 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