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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의 전기…그 고통스러운 삶에 동참하는 과정..
사회

노숙자의 전기…그 고통스러운 삶에 동참하는 과정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6/07 13:55

영국 드라마 <스튜어트: 어 라이프 백워즈>

요즘 극장가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영국 배우 톰 하디다. 주연을 맡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는 와중에 또 한편의 주연작 <차일드44>가 이번주에 개봉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두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인셉션>에서 각각 악당 베인과 페이크맨 임스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하디에 대한 지배적 인상은 근육질의 남성미 넘치는 배우라는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그 역시 연기력 탄탄한 영국 출신 배우다. 그가 2007년 출연한 비비시(BBC) 단막극 <스튜어트: 어 라이프 백워즈>는 그의 뛰어난 연기력과 색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작품일 것이다. 여기에는 또 한명의 영국 출신 세계적 배우이자 비비시 <셜록> 시리즈로 잘 알려진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주연으로 등장해 영국 배우 팬들에게는 일찌감치 필견작으로 자리잡았다.

 

드라마는 알렉산더 마스터스(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스튜어트 쇼터(톰 하디)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가인 알렉산더는 그에 대한 전기를 썼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스튜어트가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가 노숙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것은 예상을 뒤엎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알렉산더가 쓴 책은 노숙자의 일대기를 자세하게 기록한 최초의 전기이며, 이것은 그 실화를 옮긴 드라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한 노숙자 지원기관이었다. 기관의 기금 캠페인 작가로 일하던 알렉산더는 지원기관 운영자들이 노숙자의 약물 밀반입을 묵인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자 석방 캠페인을 준비 중이었고, 그 기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스튜어트는 홍보 모임에 나타나 그와 인연을 맺는다. 지원단체에서 일은 하지만 그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강했던 알렉산더가 노숙자와 친구가 되고 전기까지 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만큼 스튜어트가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얘기다.

 

작품 제목은 스튜어트가 알렉산더에게 이야기를 역으로 추적해가며 써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알렉산더가 스튜어트의 인생을 돌아보는 과정은 친구의 깊은 상처를 이해하는 과정이며, 시청자들에게도 자신을 되돌아보며 선입견을 벗고 한 인간의 고통스러운 삶에 동참하게 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는 매우 윤리적인 이야기다. ‘노숙자들은 다 똑같아 보인다’고 생각하던 알렉산더처럼 어떤 이들을 동질적 집단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개별적 존재로 이해하는 것부터가 선입견을 벗어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두 배우의 연기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배역을 위해 감량한 깡마른 몸의 하디는 웅얼거리는 말투, 구부정한 자세,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속에 여린 눈빛으로 스튜어트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고, 관찰자 입장인 컴버배치는 중심에서 빛날 수밖에 없는 하디를 조용히 지원하면서도 그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해낸다. 이야기도, 연기도, 케미스트리도 몹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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