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를 내년 4월 총선부터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에 본격 나섰다.
새누리당은 최근 국민공천제 실시방안을 연구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완료했으며 오는 10일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지난 4월 당내 추인 절차를 마친 국민공천제는 이른바 '전략공천'을 없애고 유권자가 예비선거를 통해 공직선거 후보자를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비선거는 선거일 전 60일 이후 첫 번째 토요일에 실시하게 된다.
'국민공천제추진TF' 팀장을 맡은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공천제 도입을 바탕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우선 추진하되 야당의 공천 혁신 거부로 법안 처리가 무산될 때를 대비, 여당 단독으로라도 추진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야,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추진…'국민공천' 실현되나
'성공적 물갈이' 위해선 합리적 공천기준 마련이 숙제
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공천혁신 경쟁도 불이 붙는 모습이다.
이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그동안 당 대표나 계파보스가 떡주무르듯 했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여야 모두 강도높은 공천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공천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여야 모두 당내 논란이 적지 않고 이해관계가 상충한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의욕을 보이는 공천혁명이 가능할지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새로운 공천제도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은 새누리당이 한 걸음 앞서 있다.
새누리당은 9일 의원총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국민공천제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기로 당론으로 채택했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안은 이른바 '전략공천'을 없애고, 선거권을 가진 모든 유권자가 참여하는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토록 하는 상향식 공천제다. 예비선거는 선거일 전 60일 이후 첫 번째 토요일에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여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해 새정치연합과 조만간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가동 중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선 새정치연합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하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이를 실시할지 여부를 놓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의총에서 상당수 의원들은 '역선택'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여당 단독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데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새누리당의 당론채택이 실제 이 제도를 관철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야당과의 공천혁신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의 당론 채택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추가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원칙 찬성하면서도 여성과 청년층, 장애인 등에 대한 정치권 진입의 문호를 넓히기 위해 일정 비율의 전략공천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공천혁신추진단은 또 오픈 프라이머리를 전면도입했을 경우 각종 부작용이나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할 경우 일반 국민의 참여 비율을 현행보다 높이는 방향도 아울러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럴 경우 새누리당에 비해 개혁 강도가 낮은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취지를 제대로 살릴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어 실제 법 개정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가고 있어 유권자들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상대당의 강력한 후보를 예비선거에서 떨어뜨리려는 '역선택'을 통한 표심 왜곡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숙제다.
무엇보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조직기반이 탄탄하고 높은 인지도를 가진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여서 정치신인들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의원들의 기득권만 지켜주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무산될 경우 여야는 상향식 공천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역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하는 개혁공천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가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의정활동이 부실하거나 각종 비리에 연루된 현역 의원들을 걸러냄으로써 당내 공천경쟁에서 아예 배제시키는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야는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통해 정치신인들을 과감히 발탁,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반발이 적지 않고 역대 총선에서도 30~50% 정도의 현역의원 교체는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개혁공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영남권 의원들을 상대로 '3선이상 65세 고령 배제 기준'을 적용한 바 있고, 새정치연합도 호남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등급으로 평가해 30%를 원천배제 시킨 적이 있다.
다만 표적공천 또는 정치적 학살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공천 및 공천배제 기준을 마련하는 게 과제로 남아 있다.
'인위적 물갈이'의 경우 당내 계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높고 섣불리 시도할 경우 자칫 당내분란만 일으켜 총선패배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권자들의 '역선택'을 통한 표심 왜곡 가능성의 단점을 보완하고 당비를 내는 당원들의 권리 훼손 우려 등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선택 우려와 비용 문제 등으로 현행법 개정 없이 애초 추진한 완전국민경선 방식을 100% 실현하기에는 어려운 만큼 당헌·당규 개정만으로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당초의 국민공천제에 근접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TF는 선거인단의 구성 방법과 구성 비율, 경선관리 비용, 여론조사로 경선을 대체할지 여부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TF는 또 지역구 후보에 대해 국민공천제를 실시키로 함에 따라 이에 걸맞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정 기준과 공모 방식 투명성 강화 방안 등도 모색할 방침이다.
TF는 당 보수혁신위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강 부총장 외 정문헌 황영철 경대수 서용교 이우현 이현재 민현주 의원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TF는 오는 10일 당사에서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열고 향후 의제와 일정 등을 조율한다. 첫날 회의 후 만찬을 함께 하며 논의를 이어갈 예정인데, 이 자리에는 당내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를 주도해온 김무성 대표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총장은 "TF 활동은 어디까지나 여당 단독 실시의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면서 "언제라도 여야 합의가 이뤄진다면 논의의 중심은 국회 정개특위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야당의 참여를 촉구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오픈프라이머리 전면 실시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20대 총선 전에 국회 차원의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