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명 늘어 총 7명…삼성서울병원 환자 3명 추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8명 추가로 확인됐다.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환 환자는 3명으로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던 서울아산병원에서 처음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수도권 다른 대형병원 3곳에서 환자가 새로 나왔다.
9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날 메르스 검사 결과 8명이 추가로양성으로 확인됐으며, 기존 확진자 가운데 1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서울= 연합통신넷, 심종완, 김덕용, 김원기자] 추가 확진자 가운데 3명은 기존 14번 환자가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 노출된 사람들로, 발열 등 증상이 있어 메르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최종 양성으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순방 징크스’와 맞닥뜨렸다. 4월 남미 순방에 앞서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퇴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면 이번에는 초유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14∼19일 미국 방문이 여의치 않은 상황을 맞은 것이다.
당장 8일 정치권에서부터 ‘방미 연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이날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이번 주 확산이 멈추지 않는다면 방미 연기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최고지도자가 지금 이 국면에 외국 방문에 나서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질병 퇴치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국제적으로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국내에서 메르스 퇴치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방미 연기가 ‘외교상 결례’는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사정에 따라 외교 일정을 조정한 사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13년 10월 미 연방정부 잠정 폐쇄(셧다운) 사태를 맞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외교부를 중심으로 정부 내에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외교당국 인사는 “이번에 연기하면 당분간 다시 한미 정상회담 날짜를 잡기 어렵다”며 “자칫 국내외에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엄청나게 심각하다는 부정적 인식만 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0, 11일경까지 메르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방미 일정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을 맞지 않더라도 아예 방미를 취소하기보다는 휴스턴 일정 등 일부만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당장은 아니지만 메르스가 더 확산된다면 방미 일정을 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확산이냐 진정이냐가 결정될 이번 주 수, 목요일을 지나봐야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5월 중동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아랍에미리트(UAE)만 1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메르스 사태의 추이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다시 신뢰를 얻는 게 방미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박 대통령이 새벽부터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관련 수석비서관들에게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이 비서실장에게 ‘메르스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하루 24시간이 아닌 25시간 체제로 뛰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1명은 16번 환자가 거쳐간 건양대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다.
이로써 삼성서울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는 각각 37명과 8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4명은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으나 지금까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3곳의 의료기관에서 나왔다.
지난달 26일 6번 환자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에 응급실에 함께 체류했던 27세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역시 6번 환자와 여의도성모병원 같은 병실에 머물던 6번 환자의 사위(47)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와 함께 15번째 확진자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했거나 체류한 각각 64세 여성과 71세 남성도 감염됐다.
확진자들이 거쳐간 병원들도 추가로 확인됐다.
대책본부는 확진자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된 89번째 환자가 격리 전에 김제 우석병원(3일), 김제 미래방사선과의원(5일), 김제 한솔내과의원(5일)을 경유했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은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감염 위험이 있어 해당 기간 병원에 방문한 300여 명을 모두 자택과 병원에 격리했다.
또 역시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90번째 환자가 자택 격리 중에 지난 3일 발열로 옥천제일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6일 호흡곤란으로 옥천성모병원을 방문한 데 이어,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실을 경유해 중환자실로 입원한 것도 확인됐다.
대책본부는 이들 경유 병원 체류 환자에 대해 추적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 대해서는 발생 병동을 의료진 등과 함께 폐쇄해 운영하는 코호트 격리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추가 사망자는 47번(68·여) 확진자로 판막질환을 갖고 있었으며, 호흡곤란으로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입원해 14번째 환자자와 접촉했고,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 중에 상태가 악화해 사망했다.
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의 2차 유행이 감소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고 기타 다른 의료기관 발생 사례들은 산발적 양상을 띠는 만큼 이번 주가 메르스 확산 차단을 위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해 대응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